지난 17일 강남역 인근 건물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범인이 정신분열증으로 4회에 걸친 입원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피의자 김모(34)씨가 심각한 수준의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진료내역을 조사한 결과 김씨는 2008년 여름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았으며, 이후 2008년 수원 모 병원에서 1개월, 2011년 부천 모 병원에서 6개월, 2013년 조치원 모 병원에서 6개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6개월로 입원치료를 총 4번 받았다. 김씨는 올해 1월 정신병원 퇴원 당시 주치의로부터 "약물을 복용하지 않으면 재발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으나 3월말 가출 이후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겪고 있는 '정신분열증(조현병)'은 정신질환 중 하나로 현실에 대한 왜곡된 지각, 비정상적 정서 체험, 사고 및 행동의 총체적 손상을 수반하는 정신장애다. 조현병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학계에서는 유전이나 약물남용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현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망상, 환각, 비조직적 언어와 행동이다. 망상이란 잘못된 믿음을 계속 유지하며 이로 인해 잘못된 사고와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누군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하거나, 외계인이나 국가 기관이 자신을 계속 감시하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비정상적 행위를 하는 것이 이에 속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물리적 자극을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느끼는 '환각' 증상을 겪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환청'이 대표적인데 조현병 환자들은 "누군가 나를 죽이겠다고 끊임없이 말한다"고 하는 등 실제하지 않은 목소리 탓에 괴로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처럼 조현병 환자가 자행한 반사회적 행동의 대부분이 이러한 증상에 의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조현병의 유병률은 인구의 1% 정도로, 이를 우리나라에 대입하면 약 50만 명이 조현병을 앓고 있다. 하지만 병을 숨기거나 조현병으로 인식하지 못해 실제 진료 인원은 10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조현병은 약물치료 등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는 경우 쉽게 재발할 수 있다. 실제로 환자의 절반 이상이 2년 이내 재발하고 5년 이후에는 환자의 92%가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범인인 김씨의 사례처럼 병이 자주 재발하면 결국 만성화돼 완벽한 치료가 어려워진다.
조현병이 쉽게 재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약물 사용의 중단'이다. 약효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약을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약을 끊으면 이내 증상이 재발하는 것이다. 조현병으로 병원에 재입원하는 환자의 절반 가까이(46%)가 약물 사용 중단으로 병이 재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에는 주사를 한 번 맞으면 효과가 한 달 정도 가는 약도 개발됐다"며 "조현병의 재발 방지와 빠른 사회 복귀를 위해서는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