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수 대한장연구학회장 인터뷰
삶의 질 해치는 자가면역질환… "年 환자 5만명… 10~30대 많아"
"화장실 사용 양보, 환자에 큰 힘"
대한장연구학회 한동수 회장(한양대구리병원 소화기내과)은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을 위한 사회적인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염증성 장질환은 면역계의 이상으로 면역세포가 정상 장(腸) 조직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직장, 대장, 항문 등에 염증이 생기는 궤양성 대장염, 식도부터 대장까지 소화기 전체에 염증이 생기는 크론병 등이 있다. 30~40년 전만 해도 국내에는 환자가 거의 없어 환자가 생기는 것 자체가 학계의 관심을 끌기도 했지만 이제는 한 해에 약 5만명이 치료를 받을 만큼 환자가 늘었다. 확실하게 규명된 원인은 없지만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장내 세균이다. 한동수 교수는 "인스턴트 식품, 육류, 설탕이나 액상과당 같은 단순당의 섭취가 늘면서 장내 유해균이 장의 염증시스템을 자극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며 "일본은 10여 년 전에, 우리나라는 5~8년 사이에, 중국은 가장 최근에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염증성 장질환은 주로 10~30대에 발생한다. 한창 학업이나 사회생활에 신경 쓸 나이에 병이 생기다 보니 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경쟁에서 뒤쳐지기도 한다. 환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63.1%가 '질환 때문에 학업이나 업무, 가사에 지장을 받는다'고 답했고, 37.9%가 '질환 때문에 소득이 줄었다'고 답했다. 또 장뿐 아니라 관절, 피부 등 전신으로 증상이 확산될 수 있다. 염증성 장질환자의 12.5%가 건선, 류마티스관절염, 괴저성 농진증, 강직성척추염 등 자가면역질환을 동반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한 교수는 "삶의 질이 떨어지는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10명 중 3명은 사회적 불이익이 두려워 주변 사람들에게 병을 숨긴다"며 "최근 면역세포의 기능을 누그러뜨리는 생물학적제제가 개발돼 얼마든지 평생 관리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 때 치료를 못 받고 방치하면 대장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한동수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을 10~20년 앓으면 대장암으로 진행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대장암은 40대 이후에 위험이 커지지만 염증성 장질환은 빠르면 30대에 이미 대장암 고위험군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학회는 최근 염증성 장질환자의 화장실 사용을 배려해 달라는 '양보 카드<작은 사진>'를 만들었다. 누군가 이 카드를 보여주면 화장실을 먼저 쓸 수 있게 양보해 주자는 의미이다. 한동수 교수는 "이에 대한 안내문을 화장실에 배치해 달라고 서울시와 서울메트로 등에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작은 배려가 환자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