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 에세이
관절 전문의 직업상 연세가 많은 환자들을 진찰할 때가 많습니다. 겨울은 관절통증이 더욱 심해지는 계절입니다. 게다가 눈이 녹아 길이 미끄러지면 부상의 위험도 커지기 때문에 외출할 때 조심해야 합니다. 그래서인지 특히 겨울에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오시는 분들에게 더욱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무릎이 하도 시큰거려서 밤새 잠을 못 잔다며 투정을 부리시지만, 병원 가는 날이라고 깨끗이 씻고 곱게 차려입고 오셨다고 보호자들이 귀띔해줍니다.
주로 노인 환자들을 진료하다보니 부모님 모시는 마음으로 진료를 하게 됩니다. 환자와 의사 사이에 신뢰와 친밀감이 형성되어야 의사는 환자를 더욱 보살피게 되고 환자는 의사를 믿고 치료에 열심히 임하게 됩니다. 마치 부모자식 관계처럼 말입니다. 환자의 관절을 볼 때마다 뭉클한 마음이 들곤 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무릎의 퇴행성관절염은 관절 연골의 손상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릎 안쪽에 생긴 반월상연골판의 파열은 밭일이나 가사노동을 하는 어머님들에게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럴 때면 저도 간절하게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초기나 중기의 관절염이라면 연골 손상의 범위가 그리 넓지 않기 때문에 연골재생술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줄기세포 연골재생술은 기존 연골을 최대한으로 보존하면서 손상된 연골의 재생을 유도하는 치료방법으로 1시간내 빠른 치료로 당일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한 번의 치료로 탁월한 연골 재생 효과가 있고, 손상된 연골 조직도 재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연골 손상이 광범위한 경우 시행이 어려워 인공관절치환술을 권유합니다.
대부분 인공관절이라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십니다. 하지만 이미 인공 신체구조물은 많습니다. 인공뼈부터 인공치아, 현재 개발 중인 인공혈액 등 손상된 신체구조물을 대체해주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지요.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은 수술받기 전 CT나 MRI로 환자의 무릎 관절 모양과 크기를 정확히 측정한 후 환자의 무릎을 3D 입체영상으로 만들어 환자의 무릎 모양을 똑같이 재현합니다. 3D 프린터를 이용하여 절제될 손상 부위 연골에 맞는 모형을 제작한 후 수술을 진행하기 때문에 자신의 무릎과 꼭 맞는 관절을 얻는 셈입니다.
한 환자분이 생각납니다. 관절염이 워낙 오랫동안 진행되어서 인공관절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이었습니다. 수술은 절대 싫다며 단호한 입장을 내비쳤고 같이 온 아들은 어쩔 줄을 몰라하셨습니다. 환자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돌리고 싶어 3D 프린터로 제작된 연골 모형을 하나 보여드렸습니다. 모형을 제작하기 위해 CT와 MRI로 입체영상을 만드는 과정을 컴퓨터로 보자 매우 신기해했습니다. ‘요즘 세상은 별게 다 된다’며 신기해하던 환자분은 “선생님, 수술 잘 부탁드립니다”하시더군요. 의사의 기쁨은 별것 없습니다. 그저 환자의 웃음으로 족하지요.
이제 봄기운이 돌고 있습니다. 무릎을 시리게 하던 찬바람도 따뜻한 아지랑이 속에 숨는 계절입니다. 제 손길로 환자분의 무릎에 봄을 불어넣어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것이 의사의 마음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김용찬 강북연세사랑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