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앤 피플] '치유 공간' 만드는 아이에스디자인그룹 김인선 디자인 대표
쾌적한 공간에 들어서면 나도 모르게 힐링이 되는 느낌을 받는다. 아이에스디자인그룹 김인선 디자인 대표는 이 점을 공략해 지금껏 14년간 작은 방부터 집, 병원, 성당까지 심신을 치유를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데 힘을 쏟았다. 그녀의 힐링 인테리어 비법에 대해 들어봤다.
'치유 공간'이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힘들었던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이에요. 한마디로 심신이 '리프레시'되는 곳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버킷리스트를 적을 때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을 빼놓지 않아요. 일상에서 지치고 반복되던 것에서 벗어나 기분전환하고 싶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런 색다른 기분전환을 공간에서도 구현할 수 있어요. 기분 좋아지는 공간을 접하면 되거든요. 길을 가다가 갑자기 비가 와서 주변에 있던 한 건물에 우연히 들어갔다고 가정해볼게요. 그런데 그 공간이 지저분하고 시끄럽고, 의자가 작아서 불편하면 기분이 안 좋아지죠. 반대로 그 공간이 깨끗하고 조용하고, 의자와 테이블이 편하고, 매혹적인 커피향이 난다면 나에게 기분 좋은 에너지를 주는 치유 공간이 되는 거예요.
치유 공간으로 직접 개조한 곳 중,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나요?
아파트의 한 가정집을 인테리어했는데 다른 집에서 전혀 볼 수 없는 공간으로 바꿔냈어요. 무엇보다 거기 사는 가족의 관계가 돈독하게 바뀌었어요. 우선 집 구조는 화장실과 주방 위치만 그대로 두고 모든 공간을 새로 만들었어요. 베란다에 평상을 만들고, 갤러리 도어를 달고, 거실에는 긴 테이블과 함께 빔 프로젝트를 달았어요. 복층이던 방은 오디오룸으로 꾸몄어요. 그 집의 아들이 내성적이라 방에서 잘 나오지 않았는데, 집 인테리어를 바꾸고 난 뒤 가족이 공간을 함께 즐기면서 대화가 늘었다고 해요. 가족관계가 치유된 거죠.
병원, 성당 인테리어도 많이 했습니다. 이런 특별한 장소를 디자인할 때 신경 쓰는 부분이 따로 있나요?
병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의료진의 동선이 편리해야 한다는 거예요. 의료진과 환자가 분리되는 공간과 함께하는 공간이 분명하게 정리돼야 하고요. 또 병원이 제대로 된 치유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환자들이 심리적으로 편안한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해요. 병원 하면 떠오르는 삭막하고 무서운 이미지를 없애야 돼요. 일단 치료실이나 치료기구 같은 불안하고 부정적인 것이 환자한테 잘 보이지 않게 해요.
또 병원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집이나 카페같이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어요. 치료실도 바꿀 수 있어요. 환자가 치료받는 의자를 좀더 캐주얼한 것으로 바꾸고, 치료기구들 사이사이에 장식품을 놓거나 벽면에 그림을 다는 식이죠. 벽면도 단조롭게 한 가지 색깔로 칠하기보다 다양한 색을 칠하면 환자가 불안함을 덜 느껴요. 특히 어린이 환자들은 병원 의자가 동물 모양이기만 해도 불안함이 줄어요. 병원 의자에 앉았을 때 조명만 눈에 들어오는 것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상을 같이 볼 수 있게 만드는 것도 방법이고요.
근데 이것 못지않게 중요한 게 병원이 위치한 장소예요. 우리나라는 여건이 충분치 않지만, 주변에 잔디나 냇물 같은 자연환경이 있는 곳이면 환자가 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요. 성당도 다양한 컬러감을 사용해서 트렌디하게 보이도록 해요. 이런 디자인 속에서 사람들 사고의 다양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조명 색이나 조도의 변화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요새는 어떤 장소를 디자인하고 있어요?
유치원이요. 유치원 인테리어를 하려고 우리나라 유치원 곳곳을 다녀봤는데 슬프더라고요. 획일화돼 있어서요. 아이들이 왜 유치원에서부터 똑같은 환경 속에서 살아야 하는지 안타까웠어요. 저는 색감도 화려하게 넣고, 가구도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새로 만들고, 다양한 조명색을 연출하는 아기자기한 유치원을 만들려고 계획 중이에요.
문득, 대표님이 살고 있는 방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저는 좀 즉흥적인 성격이에요. 김수환 추기경이 돌아가시자 느닷없이 내가 세상을 뜬다면 주변에 내 흔적이 이것저것 남아 있는 게 싫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10년째 살던 50평대 집을 떠나고 그 절반 정도 되는 집으로 이사 왔어요. 그리고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다 버렸죠. 이제는 제가 사라지면 옷장과 책상, 그리고 그 주변의 몇 가지 물건 말고는 제 흔적이 남지 않을 거예요. 제 침대는 나무 소재로 만들어 누우면 나무가 만져지는 게 좋아요. 누워서 창을 보면 달이 떠 있는 게 바로 보이기도 해요. 창가에 벤치도 만들었지요.
독자들에게 자신의 방을 '치유 공간'으로 만들 수 있는 팁을 준다면요?
우선 과감하게 자신의 방에 있는 물건을 모두 방 밖으로 끄집어내세요. 그리고 '꼭 필요해서 이것이 없으면 죽을 것 같다'는 제품만 다시 하나씩 집어넣으세요. 옷 같은 것들은 버리기 아까워서 그냥 두는 경우가 많죠? 제가 단언코 말하는데, 같은 계절이 두 번 돌아오는 동안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은 절대 다시 안 입습니다. 하하. 이렇게 과감하게 정리를 한번 해야 내 마음이 쾌적해지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