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의 힐링 라이프
손란 대표는 1990년 자신이 설립한 마케팅 회사 ‘손스마켓메이커즈’를 이끌어가고 있다. 손스마켓메이커즈는 캘리포니아 프룬·호두·와인, 플로리다 자몽 등 미국 농산물 관련 협회의 국내 홍보 활동을 전담하는 회사다. 이외에 국내 기업 브랜드 마케팅과 홍보 활동도 한다. 최근에는 동생 손정 감독이 출시하는 화장품 브랜드 ‘슈퍼페이스’를 홍보하는 일도 맡았다. 벌써 26세가 된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손란 대표의 에너지는 ‘흥(興)’으로 요약된다. 일은 물론이고 일상생활에도 즐거움이 가득 찬 그의 라이프스타일 속으로 들어가봤다.
식탁의 ‘흥’
손란 대표의 첫인상은 씩씩했다. 몇 마디 채 나누지 않아, 그녀의 화끈하고 흥 많은 성격이 드러났다. 식품업계에 종사하니 건강에 대해 까다롭게 챙길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갔다. 손 대표는 자신을 ‘간편하고 편리하게 필요한 성분을 섭취하자’는 주의라고 했다.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힘들면 건강에 좋은 것은 알지만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좋은 것을 쉽게 먹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침식사하셨어요?
네, 먹었죠. 매일 아침 플레인요구르트에다 견과류나 말린 과일을 얹어서 먹어요. 요즘엔 요구르트 만드는 기계도 팔더라고요. 그걸로 매일 만들어 먹는데, 간편하고 좋아요. 요구르트 위에 올리는 토핑은 그때그때마음 내키는대로 고르고요. 프룬(건자두), 잣, 크랜베리, 호두 등 종류별로 먹으면 영양분도 골고루 섭취할 수 있으니까요. 여기다 제철 과일을 짜서 마시는데요, 요즘은 자몽주스를 즐겨 마시고 있어요.
점심과 저녁 식사도 집에서 먹나요?
가능하면 점심은 집에서 먹어요. 회사가 코앞이라 10분 정도 걸으면 되거든요. 다만 1시간 정도밖에 시간이 없어서 간단한 한상차림을 선호해요. 비빔밥, 잔치국수, 칼국수, 김치볶음밥 같은 단품요리는 후딱 먹을 수 있으니까요. 저녁은 대부분 약속 있어서 밖에서 먹고 들어오고요.
건강 음식을 따로 챙겨먹는 편인가요?
견과류와 말린 베리 종류를 많이 먹어요. 특히 말린 자두인 프룬은 사무실 책상 위에 올려놓고 간식으로도 애용하는 편이에요. 밤늦게 저녁을 많이 먹고 들어오거나 술을 많이 마신 날이면 다음날 아침 꼭 프룬을 챙겨 먹어요. 노폐물 배출에 효과적이라서 프룬을 먹고 나면 속이 편하고 개운해요.
술을 즐기나 봐요?
다른 술보다 와인을 즐겨 마셔요. 와인은 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거든요. 저희 회사에서 캘리포니아 와인협회를 홍보하기도 하고요. 한때는 와인 코르크를 모아서 보드판을 만들 정도로 와인을 많이 마셨죠. 요즘은 건강을 생각해서 자제하는 중이에요. 또한 집에서는 와인을 마시지 않는다는 원칙이라, 집안에는 와인병은커녕 와인잔도 없어요.
여가생활의 ‘흥’
매일 저녁 시간은 고객 미팅으로 꽉 찬 일정을 소화하느라 집에 오면 녹초가 될 법하다. 그런데 손 대표는 바쁜 시간을 쪼개 각종 여가생활을 즐긴다. 그림을 그리고, 춤을 추고, 골프를 하며, 걷기 모임에도 나간다. 모두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여가생활이다. 다른 이와 함께할 때면 더 흥이 나고 재미있다는 그녀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그림 그리기, 춤, 골프 등 취미생활이 다양하다고 들었습니다.
뭘 해도 제대로 하는 건 없어요(웃음). 저한테 취미생활은 다이어트랑 똑같다고 보면 돼요. 일 년 내내 하지만 제대로 하는 날은 많지 않은…. 하하.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니까 그 점은 높이 살 만하죠?
그림을 잘 그려 주변에서 그림 문의도 들어온다고 들었어요.
사실 주문이 좀 밀려 있긴 해요. 그림은 지인의 소개로 우연한 기회에 같이 시작하게 됐어요. 저는 강아지 그림을 그리는데, 강아지 키우는 주인들이 자기 강아지도 그려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려주면 자기 강아지라 그런지 사람들이 정말 좋아해요. 졸지에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 ‘개그림 작가’라고 별명이 붙었어요.
춤도 추신다면서요.
네, 요즘 ‘열댄’ 중이에요. (열댄이 뭔가요? 라는 질문에) 열심히 댄스하자는 거죠. 친한 지인들이랑 같이 하는데, 서로 추는 모습을 보면서 재밌어서 웃느라 바빠요. 몸 따로 마음 따로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즐거워요. 우리가 뭐 경연대회 나갈 것도 아니고, 그냥 즐기자는 거니까요.
춤 외에 다른 운동도 해요?
철마다 다른 자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골프장이 좋아서, 골프 즐기러 자주 가요. 많이 걸을 수도 있고요. 좋은 사람들과 오랜 시간 함께 있을 수 있는 것도 골프의 장점인 것 같아요. 골프 외에도 걷기 모임을 나가요. 서울 시내 안에 있는 걷기 코스를 같이 하는 건데요. 인왕산,남산, 독립문처럼 서울에 걷기 좋은 코스가 정말 많더라고요. 오전엔 회사 일 보고, 오후 2시 정도부터 모여서 3시간 걷고 같이 저녁 먹으면 시간이 딱 맞아요. 사교모임도 되고 운동도 돼서 일석이조죠.
공간의 ‘흥’
손란 대표의 집은 갤러리를 방불케 한다. 약장, 토기, 막사발, 목기러기 등 한국 고미술품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고미술품이 집안에 가득 차 있으면 부담스러울 법한데, 집과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멋이 있다. 손주항 전 국회의원의 딸인 손란 대표는 전통 물품에 관심이 많은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성인이 되고부터는 직접 전국을 다니며 물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집안에 고미술품이 많아요. 특히 막사발이 눈에 띄는데, 직접 수집한 건가요?
제가 회사 초년생 시절부터 한두 점씩 모아놓은 것이에요. 정치를 하신 아버지는 우리 문화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분이에요. 어릴 적부터 아버지 따라 인사동, 황학동을 돌아다녀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전통 물건을 수집하는 데 관심을 갖게 됐어요.
고미술품 수집이라면 돈이 많이 들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회사 초년생일 때는 월급에서 먹고 싶은 것 안 먹고, 사고 싶은 옷 안 사고 아껴가며 작품을 사는 데 투자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1년에 작품 사는 데 쓸 돈을 정해놔요. 예술품 수집도 자꾸 더 비싼 것, 좋은 것만 눈에 들어오다 보면 예산보다 더 많은 돈을 쓰게 될 것 같아서요. 스스로 절제하려고 노력해요.
왜 하필이면 막사발을 많이 모았어요?
전 무언가 담는 것을 좋아해요. 비워져 있는 것을 채우는 것을 좋아하는 거죠. 그래서 처음에는 함, 약장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하더라고요. 부피가 작은 그릇을 찾다가 우연히 막사발에 시선이 갔어요. 모양도 제각각인 게 개성 있고, 가격도 만만한데다 집에서 다용도로 쓸 수 있으니까요.
막사발을 실생활에서 쓰신다고요? 아까워서 못 쓸 것 같아요.
원래 뭔가를 담는 물건인데 써야죠. 환절기라 건조해서 사발에 물을 담아서 집 여기저기 놓아두고 있어요. 봄이 되면 양재동 꽃시장에 가서 맘에 드는 꽃을 사다가 담아놓기도 하고요.
막사발을 고르는 기준이 따로 있나요?
굉장히 심플해요. 그냥 딱 보고 마음이 가는 사발을 고르는데요. 그릇도 사람처럼 각각의 개성이 있는 것 같아요.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예쁜 구석이 있어요. 하지만 그릇도 다 저랑 인연이 있는 게 따로 있다고 생각해요. 며칠 동안 계속 생각나고 눈앞에 아른거리면 인연이다 싶어서 사고요. 반면 너무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가도 집에 돌아왔는데 생각이 별로 안 나는 때가 있어요. 그럼 인연이 없다고 여기는 거죠. 그리고 진품인지 가품인지는 저에게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것 같아요. 그것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보다 그냥 갖고 싶은 마음에 비중을 두는 단순한 성격 탓일까요.
일과 삶에서의 ‘흥’
여가생활에서 발산하는 그녀의 흥은 일과 가정에 쏟아 붓는 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일과 가정을 모두 지키기 위해서 10여 년 동안 매일 집이 있던 대구와 사무실이 있는 서울을 오가며 출퇴근했을 정도다. ‘흥이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더니 이렇게 답했다. “속된 말로 무식하면 용감하다 하죠. 전 뭔가를 시도하기 전에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아요. 굳이 힘든 면만 부각해서 전전긍긍할 필요 없지 않을까요?”
서울로 이사 온지 얼마 안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네, 그동안 대구에서 출퇴근했어요.
그게 가능한가요?
되더라고요. 10년 넘게 대구에서 서울로 회사 다녔어요. 결혼 당시 남편이 대구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거든요. 처음에는 시부모님이 무슨 여자가 일을 하냐고 제가 일하는 걸 반대하셨어요. 하지만 친정 부모님이 여자도 자기 일을 해야 한다면서 적극 지원해주셨어요. 그래서 합의본 게 일하는 대신 대구에서 서울로 출퇴근하자는 것이 되었죠.
너무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생각보다 괜찮아요. 무슨 일이든 다 자기가 어떻게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달린 것 아닐까요? 비행기 타고 다닐 때만 해도 좀 힘겨웠지만, KTX가 생기고서는 편했어요. 이동 중에는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니까요. 신문도 보고 커피도 마시면서 여유를 즐겼죠. 바쁠 때는 전화를 받거나 하면서 회사 일을 볼 수 있었고요.
미국 농산물 관련 협회 일은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대학 졸업 후 광고대행사 대홍기획에 들어갔는데, 국제부 기획 일을 맡았어요. 당시 클라이언트가 미국대사관 농업무역관이었죠. 자연스럽게 외국 농산물을 접하게 됐고, 이런 것들을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도 소개하고 싶었어요.
‘왜 우리 것이 아닌 해외 것을 홍보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을 것 같습니다.
우리 것, 해외 것을 구분하기 이전에 소비자의 입장이 근본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쌀도 미국산, 베트남산, 중국산 등 다양하잖아요. 포도도 마찬가지예요. 칠레산, 미국산, 한국산 다양한데, 왜 더 적은 선택지에서 더 많은 돈을 내고 소비해야 하는 것일까요? 소비자들에게 새롭고 영양 가치가 높은 농산물을 알려서, 그들이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외국에서 온 난생 처음 보는 식품이면, 이걸 어떻게 먹어야 할지 고민되는 건 사실이에요.
맞아요. 일을 하다보면 해외 식품을 어떻게 한국적으로 접목시켜야 하나 고민이 많이 들어요. 소비자 입장에선 새로운 식품을 접하면 낯설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메뉴 개발 연구실이라고 할 수 있는 부엌인 푸드랩을 만들게 됐죠. 여기는 국내 소비자들이 편리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곳이에요. 쉬운 예로 캘리포니아산 크랜베리를 캘리포니아식이 아닌 한국식으로 다져서 고추장에 넣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이렇게 요리 연구가들과 함께 요리를 개발하기도 하고요. 식당 체인, 셰프 등 식품업계 전문가들과도 세미나를 열기도 해요.
앞으로의 계획은?
장기적으로는 우리 것을 해외에 소개하고 싶어요. 해외 농산물을 소개하다 보니 우리 농산물에 대한 소중함을 더 느껴요. 우리나라에서 나는 귤, 복숭아, 배, 오이 등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진 식품이거든요. 그래서 외국에서 클라이언트가 오면 꼭 한국 과일을 선물하는데요, 정말 맛있다는 칭찬 일색이에요. 기회가 된다면 우리가 얼마나 좋은 걸 가졌는지, 시장성이 있는 지를 해외에 알리고 싶습니다. 해외 농산물이라고 무조건 배척하는 대신 바꿔 생각해서 우리 것을 외국으로 내보내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더 좋은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