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화상진료, 스마트기기로 건강관리 받는 시대 온다

원격의료 개념과 미래

IT기술 이용한 의료서비스 의미… 화상진료·영상 자료 원격 판독
생체정보 수집해 건강 모니터링 원격 수술도 머지않아 가능할 것

국내 시범사업 3년차 돌입, 2차 만족도 83%… 만성질환 개선
접근성 나쁘고 고령화된 농어촌 의료 불평등 해소 방안 될 것

이미지
그래픽=김충민 기자

보건복지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정부 6개 부처 장관은 지난달 27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원격의료 2차 시범사업' 결과를 발표했다. 원격의료는 의사가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해 도서벽지, 군부대, 원양선박 등 병원에 가기 어려운 의료 취약지의 환자에게 진료, 건강 관리 등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원격의료 2차 시범사업'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전국 도서벽지 보건소와 보건지소, 군부대, 원양어선, 교정시설, 노인 요양시설 등 148개 기관에서 5300여 명을 대상으로 원격의료를 진행했다. 당뇨병·고혈압 등 만성질환자 476명을 원격 관찰한 결과, 당뇨 수치와 혈압이 비교 대상 집단보다 감소 폭이 크게 나타났고, 83%가 만족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차 사업 만족도는 77%였다. 이를 근거로 정부는 올해 원격의료 참여기관을 278개로, 참여 환자를 1만200명으로 확대하고, 동네 의원의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관련 의료법 개정안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정진엽 장관은 "원격의료는 공공의료 발전을 위한 좋은 수단으로, 산간이나 도서지역 등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환자들에게만 부분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의사단체는 원격의료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원격의료를 도입하면 특정 대형병원에만 환자가 쏠리게 되고 의사가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작용 발생 시 대처가 어려우며 개인 의료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의사단체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원격의료의 대상인 국민의 입장에서 어떤 도움이 되고 문제는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원격의료의 개념, 원격의료의 장단점, 원격의료에 대한 찬반론 등을 나눠 싣는다.

목포에서 배로 4시간을 가야하는 전남 진도군의 한 섬에서 35년째 살고 있는 김모(55·여)씨. 6년 전 당뇨병 진단을 받고 약으로 병 관리를 하고 있다. 김씨는 특별한 일이 없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당뇨약을 처방받기 위해 목포까지 배를 타고 나와야 했다. 김씨는 목포에 한 번 다녀갈 때마다 지쳐서 파김치가 됐다. 여객선이 하루에 두번 밖에 운행하지 않기 때문에 진료가 늦어져 배를 못 타면 목포에서 자야 하는 경우도 적잖았고 풍랑 때문에 배가 못 뜨면 진료를 받지 못해 약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김씨는 혈당 관리를 소홀히 하게 됐고 점점 센 약을 먹게 됐다.

지난해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참여한 김씨는 편하게 혈당과 혈압을 정상수준으로 관리했다. 김씨는 혈당수치를 전송하는 방법을 교육 받은 후 매일 집에서 혈당을 잰 뒤 스마트폰을 이용해 혈당 수치를 의원으로 보냈다. 혈압은 마을회관의 공용혈압계로 쟀고 본인 인증 후 전송 버튼을 누르면 혈압수치가 자동 전송되어 의사 관리 시스템으로 전달됐다.

수치가 너무 높거나 정해진 기간에 혈압을 재지 않으면, 의사 모니터에 자동으로 메시지가 떠 의사가 김씨에게 직접 연락을 했다.

김씨는 한달에 한번 마을회관에 설치된 원격화상시스템을 통해 의사와 원격으로 만났다. 의사는 김씨의 한달치 혈당과 혈압 수치를 띄워 놓고 진료를 한 뒤, 필요한 처방전을 발행했다. 김씨의 약 처방전은 병원 근처 약국으로 자동으로 전송됐고, 약사는 약과 복약지도서를 봉투에 넣어 다음 날 섬으로 가는 방문간호사에게 전달을 맡겼다. 김씨는 "예전에는 아무런 도움 없이 스스로 관리했기 때문에 뭔가 막연하고 효과를 자신할 수 없었는데, 원격의료를 통해 관리를 제대로 받았다"며 "의사를 만나기 위해 목포에 가느라 힘들었는데, 시간과 비용까지 절약돼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김씨의 사례는 원격의료의 한 단면이다.


이미지
원격의료 범위 생각보다 넓어

원격의료는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의료서비스를 받는 것을 뜻한다. 의사가 환자를 직접 보고 만져보고 물어서 진료를 하는 전통적인 대면(對面)진료에서 의료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는 것이다. 원격의료를 생각할 때 섬이나 산간 오지 주민이 화상카메라로 도시에 있는 병원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원격진료만 떠올릴 수 있지만 넓은 의미에서 보면 영상 자료를 다른 병원의 전문의가 판독해주는 '원격 판독', 다른 병원 전문의가 영상과 화면을 보면서 진단과 대응법을 알려주는 '원격 협진', 스마트 밴드·혈당기·혈압기 같은 기기로 측정한 생체정보를 바탕으로 건강 상태를 관리해 주는 '원격 모니터링(건강관리)', 전쟁 상황에서 긴급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안전지대에 있는 의사가 로봇을 조정해 수술하는 '원격 수술'도 원격의료의 한 종류이다. 원격의료가 처음 시작된 미국에서는 원격진료, 원격 모니터링, 원격 판독이 모두 가능하고 원격 수술은 안전 문제가 완벽히 해결되지 않아 불가능한 상태다. 의료비가 비싸고 예약을 하지 않으면 의사를 만날 수 없는 미국은 원격의료보다 질병이 생기기 전에 건강을 관리해주는 원격 모니터링이 규모가 더 크다.

◇국내 원격의료 목적은 의료접근성 강화

건강관리 서비스 업체와 민간보험 업체, 병원이 주도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의료 접근성을 강화하는 공공의료의 성격이 짙다. 우리나라 의료기관은 90% 이상이 도시 지역에 몰려 있어 산간이나 도서벽지 주민들은 의료의 혜택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4년 지역별 의료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서울은 인구 10만명당 의사가 270명이지만 경상북도는 10만명당 127명에 불과하다. 대표적인 다도(多島)지역인 전남 진도군에는 보건소와 보건지소를 포함해 의료기관이 32곳이 있다. 하지만 진도군에서 사람이 살고 있는 섬은 45개나 된다. 의료기관이 없는 섬이 10개는 넘는다는 의미다. 또 농촌지역일수록 고령자나 만성 질환자 비율이 높아 의료비 부담도 크다. 1인당 연간 진료비의 경우 전북 부안군은 214만원이지만 서울 강남구는 91만원으로 2.6배 차이가 난다. 의사가 필요한 지역에는 의사가 없고, 서울이나 수도권은 의사들 간 경쟁이 심해 지역 간 의료 불평등이 크다는 의미다. 이런 의료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취약지역 주민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게 시급하다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 원격의료 도입이라고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 권덕철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우리나라 대도시는 의료 접근성이 뛰어나지만 산골오지나 작은 섬 등 의료 취약지 거주자들은 의료기관 이용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이들 지역 주민들에게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원격의료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원격의료 시스템 본격 도입에 앞서 시범사업을 펼치고 있다. 2014년 9개 시군 11개 의료기관(의원 6개, 보건소 5개), 특수지 시설 2개 소에서 12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1차 시범사업을 진행했고, 작년에는 동네 의원급 1차 의료기관 15곳, 노인요양시설 6곳, 응급 원격협진 30곳, 도서벽지 11곳, 군부대 50곳, 원양선박 6척, 교정시설 30곳 등 148개 기관에서 5300명이 참여하는 2차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올해에는 시범사업 규모를 2배 키워 도서벽지 20곳, 응급 원격협진 70곳, 격오지 군부대 63곳, 원양선박 20척, 교정시설 32곳 등 278개 기관, 1만200명을 대상으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에서 원격의료가 가능한 질환은 고혈압·당뇨병 같이 꾸준히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나 감기 같은 경증 질환으로 한정된다. 또,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에는 원칙적으로 의원급 1차 의료기관만 참여할 수 있다. 대학병원이 원격의료에 참여하면 환자가 이곳에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병원 같은 종합병원은 군부대나 교정시설, 원양선박 등 특수한 상황에서의 원격협진이나 농어촌 취약지 응급실과의 응급 원격 협진 형태만 가능하다.

◇의료비 절감도 가능

정부는 원격의료 도입으로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에서 질병 관리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만성질환을 잘 관리해 합병증 발생 위험을 줄이면 의료비를 줄일 수 있고 의료 취약지 만성질환자의 경우 병원 방문을 위한 교통비나 시간 등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