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된 정보… 환자 위험" 의협 對 정부 "경증 질환자만 진료 대상"

원격의료 찬반 입장
贊) 고령화된 농어촌 지역, 원격의료가 효율적
만성질환자, 1차 의료기관만 맡게 법 개정
反) 병원船·응급헬기 등 의료 접근성 개선 우선
동네 의료기관은 환자 줄어 더 영세해질 것

정부의 원격의료 도입은 26년전부터 추진됐다. 1990년 당시 보건사회부는 통신망을 이용해 농어촌 보건소와 대도시 종합병원 간에 환자 진료 내용과 처방을 주고 받는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서울대병원과 경기 연천군, 춘천성심병원과 강원 화천군, 경북대병원과 경북 울진군의 보건의료원이 대상이었다. 보건의료원 3곳에서 찍은 엑스레이나 초음파 영상, 환자 진료 내용을 대학병원 의료진이 받아 보고 그에 따른 처방을 내는 방식은 지금의 원격의료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26년째 시범사업만 진행됐을 뿐 본격적으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의협 등이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이유와 그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항목별로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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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의협회관에서 열린 전국의사대표궐기대회에서 대한의사협회 추무진(앞줄 다운데) 회장이 원격의료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제공
쟁점 1 "의료 접근성 해결책 아니다"

▲의협 입장=원격의료가 도서나 산간 지역의 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취약지역의 의료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응급환자 발생시 이들을 빨리 의료기관에 이송할 수 있는 병원선이나 응급 헬리콥터를 확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우선이다.

▲정부 입장=원격의료는 도서벽지 주민의 의료접근성 제고와 의료이용 편의 및 건강증진의 유용한 수단으로, 공공의료를 실현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의료취약지에 대한 공공의료의 지속적인 확충과 함께 원격의료 또한 잘 활용한다면 의료취약지에 더욱 촘촘한 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쟁점 2 "환자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의협 입장=원격의료가 도입되면 의사가 환자를 직접 확인할 수 없어 제한된 정보만으로 진단을 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환자는 더 위험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당화혈색소 수치나 혈압이 개선돼 환자가 임의로 치료를 중단할 경우, 의사는 환자의 전체 상태를 살펴 당뇨병 합병증을 예측할 방법이 없어진다. 그러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면 질병이 악화될 수 있고, 환자는 더 큰 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

▲정부 입장=원격의료의 대상은 의학적 위험성이 낮은 경증 질환자다. 고혈압·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의 경우 병원을 방문하지 않는 기간에도 원격의료를 통해 의사의 관리를 받기 때문에 질환 관리에 효과적이다. 또한, 주기적 대면진료를 의무적으로 하기 때문에 환자를 살피는데 문제가 없다.

쟁점 3 "동네 의료기관 붕괴된다"

▲의협 입장=원격의료가 본격 도입되면 대형병원도 참여할 것이고, 이로 인해 환자가 대형병원에 몰리면 동네 의원은 설 자리를 잃을 것이다. 동네 의원은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자 진료가 주 수입원인데,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동네 의원은 처방전을 발급해주는 콜센터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정부 입장=만성질환자에 대한 원격의료는 1차 의료기관인 동네의원이 맡도록 의료법 개정안에 명시돼 있다. 병원급 이상은 군부대나 교도소 등 제한적인 경우에만 원격의료를 허용한다.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릴 가능성이 없다. 오히려 원격진료를 통해 동네 의원 의사에게 주기적으로 질병상태를 관리받게 되기 때문에 동네 의원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원격모니터링이나 상담에도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할 계획이므로 이를 통해 오히려 1차 의료기관의 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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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원격의료 시범사업 결과 설명회’에서 보건복지부 정진엽(왼쪽 첫번째) 장관이 시범사업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쟁점 4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있다"

▲의협 입장=원격의료에 활용되는 정보통신 기기들이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만약 환자 정보가 잘못 전송되거나 악의적으로 위조된다면 잘못된 약을 처방해 환자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정부 입장=원격의료를 통해 전송되는 정보는 혈압이나 혈당 등의 수치일 뿐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개인의 민감 정보는 전송되지 않으므로 우려하는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시범사업의 경우에도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른 조치와 데이터베이스 암호화, 사용자 접근권한 및 비밀번호 설정 등을 통해 우려하는 사항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고 실시하였다. 이는 전문기관을 통해 실시한 원격의료에 대한 보안 등 기술적 안정성 평가에서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된 바 있다.

쟁점 5 "시범사업 신뢰할 수 없다"

▲의협 입장=국민건강을 위해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가장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정부의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베일에 가려진 채 비밀리에 시행돼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 의협 등 전문가 단체가 요구한 안전성 유효성 검증은 물론 기술적 보안 및 안전성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투명하게 진행되지 않은 반쪽짜리 시범사업 결과를 전면 공개해 이에 대한 객관적이고 투명한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부 입장=시범사업을 수행한 연구기관은 의과대학 등 전문 의료기관으로 임상시험 전문기관의 관리에 따라 연구를 진행했고 시범사업 평가결과에 대해서도 임상전문가 등 의료인의 감수를 받아 검증했다. 또한, 의협이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았을 뿐 의협을 배제한 것은 아니다. 의협이 시범사업에 참여한다면 언제라도 함께 한다는 계획이다. 의협도 미래 의료의 발전을 위해 더 이상 원격의료 도입을 미루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좀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원격의료를 활용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