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한 원격의료와 원격 건강관리 서비스의 두 가지 핵심 기술은 통신과 센서 기술이다. 측정한 자료가 손실 없이 멀리 떨어진 의사나 기관에 안정적으로 보내져야 하고, 측정할 수 있는 생체 정보가 많아질수록 쓰임새가 더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수술실에서 구글 글래스를 낀 의사가 수술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환자의 혈압, 체온 등 생체정보를 바로 알 수 있어 수술에 집중할 수 있다.
/필립스 제공
◇침·땀에서 정보 얻고 문신처럼 이식하는 센서
서울 여의도나 강남 등지에서는 손목에 작은 밴드를 찬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애플의 아이워치, 삼성의 갤럭시 기어를 시작으로 나이키나 리복 등 스포츠용품 업체까지 밴드형 기기를 내 놓고 있다. 이 기기를 차고 생활하면 하룻동안 움직인 거리를 비롯해 속도, 시간, 소모 칼로리, 심박수 등을 알 수 있다. 손목에만 차는 게 아니라 양쪽 발이나 손에 착용해 운동자세와 강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속도가 너무 느리니 빨리 뛰어라' '앞으로 2분동안 전속력으로 달려라' '점차 속도를 줄이며 마무리 호흡에 신경써라' 같은 메시지를 보내는 기기도 있다.
움직임만 측정하는 게 아니다. 피부의 전기신호를 감지하는 센서의 경우 스트레스나 수면의 질은 물론 뇌전증(간질) 발작을 감지할 수도 있다. 이게 상용화되면 발작이 일어났을 때 빨리 보호자에게 상황을 전달하는 게 가능하다. 한국과학기술원(KIST) 의공학연구소는 밴드에 장착해 피부 근전도, 자율신경, 운동량, 근육 피로도, 심박수, 습도 등을 측정하는 센서를 연구하고 있다. 몸이 특정 상황에 따라 어떻게 움직이고 신호가 나오는지 측정이 가능하다. 윤인찬 책임연구원은 "개발이 완료되면 스트레스와 관련된 여러 요인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김용준 연구원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침에 섞이는 이상 단백질이나 면역 물질에 반응하는 센서를 연구 중이다. 혈당검사용 띠(스트립)처럼 생긴 기기에 피 대신 침을 뭍혀 스트레스 정도를 알아내는 것이다.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최윤희 교수는 "다양한 생체 정보를 이용한 기기와 이를 통합하는 플랫폼을 개발하면 스트레스뿐 아니라 다양한 만성질환도 언제 어디서나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존 로저스 교수가 개발한 패치형 센서. 근전도·체온·광(光)탐색자 같은 센서는 물론 발전장비·무선 전송장치 등이 모두 들어 있다.
/존 로저스 연구팀 자료
미국에서는 패치나 문신 형태의 센서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화학과 존 로저스 교수는 근전도, 심전도, 체온기 센서는 물론 와이파이 안테나와 발전기까지 달린 얇은 패치를 개발했다. MIT 화학공학과 마이클 스트라노 교수팀은 탄소나노튜브로 센서를 만들어 문신 잉크처럼 피부에 주입할 수 있도록 했다. 수명이 다하면 몸속에서 자연스레 녹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뺄 필요가 없다.
◇의사 역할은 더 커질 듯
일부 의사들은 원격 건강관리용 의료기기와 기술이 개발될수록 환자가 줄어 의사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원격 건강관리 서비스가 활성화될수록 의사의 일이 더 늘 것이라는 반대의견도 있다. 서울와이즈요양병원 김치원 원장은 "병원에 가야만 비용이 발생하는 현재의 의료시스템에서는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건강관리 서비스에 참여할 가능성이 없다"며 "건강관리 서비스에 의사의 역할을 인정해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무리 좋은 장비가 개발돼도 사용자가 쓰기 귀찮으면 효용성이 떨어지는데,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끔 하는 시어머니 역할은 의사가 가장 적당하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건강관리 기기 사용에 대해 의사가 조언을 할 수 있도록 수가를 책정하면 더 효과적으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