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병원 심장혈관센터] 대한민국 유일 '심장전문병원'의 비밀

메디컬 탑팀

상급 종합병원도 아닌데 '심장 치료로 유명한 곳'이라는 별칭을 지닌 병원이 있다. 1989년부터 지금까지 국가 유일의 '심장 관련 특수기관'으로 지정됐으며, 연간 40만 명의 환자를 치료하는 세종병원이다.

세종병원 심장혈관센터 의료진들 (사진=헬스조선 김지아 기자)
세종병원 심장혈관센터 의료진들 (사진=헬스조선 김지아 기자)

세종병원(경기도 부천시)이 획득한 수식어는 다양하다. 1983년 민간 의료기관 최초로 개심술 성공, 민간 최초 심장이식술 시행, 1989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우리나라 최초 심장병 특수진료기관으로 지정이라는 역사에 이어 '심장질환 전문병원 시범병원'(2005·2008), '제 1기 심장전문병원'(2011), '제2기 심장전문병원'(2015)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2011년 11월 미국 국제의료평가위원회(JCI)로부터 '국제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으로 인정받았으며, 2014년 재인증에 성공했다.

2001~2004년 한국심장재단의 61개 병원별 심장 수술 성공률 평가 1위를 차지했으며, 2013년 7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 5년 연속 '관상동맥우회술 1등급 병원'으로 선정됐다. 같은 해 12월에는 '급성심근경색증 1등급 병원'으로 선정됐다.

질 높은 의료로 국내 심장 치료 선도
세종병원이 심장 치료로 유명세를 떨칠 수 있던 이유 중 하나는 질 높은 의료와 서비스 제공이다. 널리 사용되고 있는 시술·수술을 잘 하는 것은 물론, 자체 연구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한다. 국내에서 잘 쓰이지 않는 해외 신(新)치료법을 선두 도입하기도 한다. 국내 최초 동종판막 이식수술에 성공했고, 공기구동형 인공심장을 자체 개발해내기도 했다.

2010년부터는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을 시행했다. 기존에는 심장 판막이 망가지면 가슴을 크게 째고 판막을 인공으로 갈아 끼워야 했는데, 이 시술이 가능한 이후로는 허벅지 피부 3~4mm 정도만 째고 혈관을 통해 새로운 판막을 심장까지 넣을 수 있게 됐다. 수술 자체가 힘겨워서 판막 질환이 생기면 치료를 포기해야 했던 고령 환자도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2011년에는 영아용 심폐기 회로를 개발해 영아가 수술 시 수혈을 안 받아도 되게 했다. 수혈은 재생불량성 빈혈, 크고 작은 알레르기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최근 전 세계적으로 지양하는 추세다.

2012년부터는 경피적 좌심방이 폐쇄술도 선두 도입했는데, 이는 심방세동 환자가 먹어야 하는 항응고제의 용량을 줄이거나 약을 아예 끊을 수 있게 돕는다. 항응고제를 먹으면 음식을 까다롭게 가려먹어야 하고, 출혈 위험이 있는 운동이나 외출 등을 제한해야 하므로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같은 해에 고혈압을 약 없이 한 번에 치료할 수 있다고 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경피적 신장신경차단술도 시작했는데, 현재는 효과가 적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어 잘 사용하지 않는다. 2014년 5월에는 대동맥판막 재건술 후 경피적 대동맥판막 수술을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

(표)세종병원 심장혈관센터에 가면 이렇게 치료받아요
(표)세종병원 심장혈관센터에 가면 이렇게 치료받아요

해외 연수 다니고 매일 공부하는 의료진
세종병원의 높은 의료 수준은 우수 의료진에게서 나온다. 이 병원 의료진은 연간 40만 명의 환자를 보며 연 1000여 건의 심장 수술을 하고, 4400여 건의 심혈관 촬영을 한다. 박진식 이사장은 "경험이 풍부해서 술기(術技)가 좋아지고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법이나 현재 의학 기술의 부족한 점을 알게 돼 발전에 매진하게 된다"고 말했다.

해외 연수도 수시로 다닌다. 심장 관련 최신 이슈와 심장 질환 및 치료법의 최신 지견을 보고 배우기 위해서다. 세계 석학과 의견을 교류하기도 한다. 지금껏 세종병원을 거쳐 간 심장 전문의는 100여 명에 이르며, 2013년에는 박진식 이사장 등이 미국 명문 드렉셀 의과대학 교수로 임용되기도 했다.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 이뤄지는 컨퍼런스도 의료진의 질을 높인다. 세종병원에는 심장 전문의만 30여 명이 있다. 심장내과 18명, 흉부외과 8명, 소아과 6명, 마취과 3명, 영상의학과 3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매일 아침 모여서 각자 접한 환자 사례와 치료 결과 등을 나누고, 치료 방침을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환자의 치료 계획을 함께 수립하기도 한다. 내과의가 외과의에게 수술 전 환자의 정보와 주의사항·진료결과를 알려주기도 하고, 수술 후 외과의가 내과의나 영상의학의와 함께 결과를 논하기도 한다. 박진식 이사장은 "수십 명의 경험이 공유되므로 각 전문의는 매일 새로운 공부를 하는 셈"이라며 "진단과 치료의 정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런 컨퍼런스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이유는 세종병원만의 멘토링 프로그램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병원은 의료진 간 멘토-멘티 체계가 따로 있어서 의료진이 수술 경험에 대해 선배 전문의에게 묻고 함께 치료방침을 세우는 게 자연스럽고 익숙하다.

하이브리드 수술실 등 최첨단 시설·장비 구축
세종병원은 최적의 심혈관 질환 치료를 위한 인프라를 마련했다. 아시아 최초로 초정밀 최첨단 심혈관조영촬영장치(Allura Clarity)를 설치했다. 이 장비를 이용해 시술하면 방사선 피폭량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청정무균 수술실도 구축했다.

하이브리드 수술실도 있다. 박진식 이사장은 "진단부터 내과적 시술·수술을 한 공간에서 모두 마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협심증 환자 중 심장에 있는 관상동맥 3개에 모두 문제가 생긴 경우, 가장 큰 혈관은 수술하는 게 좋고 나머지 두 개 혈관은 내과적 시술로 치료하는 게 좋다.

하지만 기존 수술실에서 치료하려면 먼저 가슴을 열고 수술한 뒤, 다시 가슴을 닫고 회복을 기다렸다가 다음날 내과적 시술을 따로 받아야 한다. 하지만 내과적 시술(혈관조영술) 장비에 붙어 있는 환자가 눕는 공간을 수술이 가능한 수술대로 개조하고, 시술실임에도 헤파필터(고성능 공기 여과 필터)를 이용해 공기 정화 정도를 수술실만큼 높게 설정해놓으면 시술과 수술이 한 공간에서 동시에 가능하다. 박진식 이사장은 "하이브리드 수술실이 있으면 환자의 편의가 크게 높아지고, 수술 가능한 범위도 대폭 넓어진다"고 말했다.

심장통합진료 선도… 적확한 치료법 모색
세종병원은 2015년 6월부터 심장통합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박진식 이사장은 "국내 최초일 것"이라고 했다. 심장내과, 흉부외과, 마취통증의학과 등의 의료진과 환자가 한데 모여서 치료방침을 논하는 것이다. 박진식 이사장은 "환자 앞에서 서로의 의견을 내서 다양한 치료방법에 대해 논하면 환자가 이를 보고 왜곡되지 않은 충분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며 "의료진은 적확한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고 환자는 원하는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료 당일 1~3시간 내 검사결과 받는 '논스톱 시스템' 마련
세종병원은 당일 진료·검사가 가능한 논스톱 시스템을 마련했다. 박 이사장은 "우리 병원을 찾는 환자 중 50% 정도는 경기 부천 외 지역이라, 여러 번 병원을 방문하기 어렵기에 만들었다"고 말했다. 초진 후 검사결과가 나오기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리는 혈액검사를 먼저 받고, 그 사이에 심장초음파 등 다양한 검사를 받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박진식 이사장은 "병원 자체가 심장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모든 검사실과 인력이 심장 환자 중심으로 돌아가므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후 1~2주 내 치료까지 받을 수 있다.

세종병원 심장혈관센터 전문 의료진
세종병원 심장혈관센터 전문 의료진

포괄간호서비스 제공… 24시간 전문의 상주
세종병원은 환자 중심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표적인 게 '포괄간호서비스'다. 보건복지부 시범사업으로 운영 중이며, 2015년 4월 모범적으로 운영한 공로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박진식 이사장은 "모든 환자에게 따로 간병인이나 보호자가 필요 없을 정도로 병원 인력이 환자를 돌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이를 위해 최근 간호 인력을 두 배로 늘렸다"고 말했다. 식사 보조부터 화장실 다녀오는 것, 검사실 다녀오는 것, 계단 오르내리는 것 등 모든 일을 보호자 대신 병원 인력이 해준다.

평일 야간 및 토요일 오후에 '야호(夜好)' 서비스도 제공한다. 심장내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1차 검사(엑스레이, 심전도검사)와 2차 검사(심장초음파, 운동부하검사, 혈액검사)는 물론 24시간 심장혈관응급센터와 연계해 당일 중재술 및 수술이 가능하다. 평일 낮에 장시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직장인 등을 위한 시스템이다. 그뿐만 아니라 흉부외과, 심장내과 전문의 2명이 24시간 상주하면서 환자를 돌보고 있다.

인공관절센터 등 마련해 심혈관질환자 다각도 관리
세종병원은 뇌혈관센터, 인공관절센터, 건강증진센터, 웰빙의학센터 등도 갖추고 있다. 일반 병원에서 편하게 진료·치료받기 어려운 심혈관질환자의 심장 외 다른 문제도 한꺼번에 해결해주기 위해서다. 심혈관 질환이 있어서 스텐트를 삽입한 적이 있거나 인공심박기 등을 끼우고 있으면 약물, 치료, 검사를 위한 MRI(자기공명영상) 및 CT(컴퓨터단층촬영) 촬영에 상당한 제약이 있다.

이 탓에 심혈관질환자가 관절염 등이 생기면 심혈관질환자의 유의점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병원을 따로 찾아야 하니 번거로울 수 있다. 박 이사장은 "심장 병원은 이런 문제가 기본적으로 해결되니, 여기서 다른 질환까지 치료하면 환자가 훨씬 편리하게 다양한 질환을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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