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미국혈액학회] 혈액 질환 치료 위해 세계 석학이 모였다

미국 현지 취재

혈액 건강을 지키고 혈액암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미국혈액학회(ASH, American Society of Hematology)가 2015년 12월 5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렸다. 혈액학 전문가가 모여 최신 연구결과 등을 소개하고 의과학적 교류를 맺기 위해서다. 이번 학회에서는 급성 림프구모성 백혈병과 다발성골수종 치료에 대한 연구가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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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미국혈액학회 (사진=김하윤 기자)
50년간 이어진 권위 있는 학회… 매년 2만 명 이상 참가
미국혈액학회는 전 세계 100여 개국 1만5000명 이상의 회원으로 구성된 세계 혈액학회다. 이번이 57회째로 매년 각국 2만여명의 혈액학 전문가가 참석한다. 이번 학회는 2015년 12월 5일부터 8일까지 열렸으며, 암젠·노바티스·화이자 등 거대 글로벌 제약사도 함께했다.

난치성 백혈병 신약 효과 발표… 환자 36% 치료
학회에서는 급성 림프구모성 백혈병 치료약의 임상 효과가 발표돼 크게 주목을 받았다. 이탈리아 오솔라 말피기대학병원 혈액연구소 지오반니 마르티넬리 박사팀의 연구 성과로, 난치성 급성 림프구모성 백혈병 환자 45명을 대상으로 새로운 면역항암제인 '블린사이토(암젠)'을 투여한 결과 36%가 치료됐다. 급성 림프구모성 백혈병은 치료가 어려운 희귀 혈액암으로, 환자의 70% 이상이 치료 효과가 없거나 자꾸 재발하는 난치성에 빠지고 치료약이 없었다.

블린사이토는 사람의 면역력을 이용한 항암제다. 이 약은 몸속 면역세포인 티세포(T Cell)가 암세포를 만났을 때 두 세포를 잇는 연결 통로를 만든다. 티세포는 이 통로를 통해 본래 갖고 있던 항암 물질을 암세포에 보내서 암세포를 사멸시킨다. 티세포는 온몸을 돌아다니며 곳곳의 암세포를 없앤다. 블린사이토는 2015년 11월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급성 림프구모성 백혈병 환자 일부에게 치료제로 쓰일 수 있다고 인정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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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발성골수종 치료제 관련 발표 모습 (사진=김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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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글로벌 제약사가 모여 각자의 제품을 소개했다 (사진=김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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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암젠이 블린사이토, 키프롤리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하윤 기자)
다발성골수종, 새 치료제 쓰면 생존 기간 2배 늘어
학회에서는 난치병인 다발성골수종의 새 치료제에 대한 연구도 주목을 받았다. 다발성골수종 치료에 쓰이던 기존 항암제와, 새로운 항암제를 일대일로 비교해서 효과를 확인한 연구다. 새로운 항암제는 키프롤리스(암젠)다. 그리스 아테네국립대 의과대 멜레티오스 디모포울로스 교수는 재발성 다발성골수종 환자 929명을 대상으로, 기존 치료법(벨케이드+덱사메타손)과 새로운 항암제를 쓰는 새 치료법(키프롤리스덱사메타손)의 효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키프롤리스를 쓴 재발성 다발성골수종 환자가 벨케이드 치료제를 쓴 환자보다 생존 기간이 2배 정도 늘었다. 질병이 악화되지도 않았다.

급성 림프구모성 백혈병
혈액 속 비정상 백혈구가 끊임없이 생겨나고 정상 백혈구·적혈구·혈소판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병이다. 정상 백혈구·적혈구가 모자라서 감염에 취약하고 빈혈이 잘 생기며 지혈도 어려워진다. 비정상 백혈구는 혈액을 타고 온몸을 돌며 간·비장·림프절·뇌·척수 등에 침투해 장기를 망가뜨린다. 희귀암인데도 불구하고 환자는 매년 늘어나, 2010년 3431명에서 2014년 4256명으로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 병에 주로 시행되는 치료는 3가지 이상의 항암제를 여러 차례에 걸쳐 투여하는 강한 항암치료다. 전체 환자의 11%는 아예 효과가 없고(불응성), 60%는 현미경으로 봐도 보이지 않을 만큼 미세하게 남아 있던 백혈병 세포가 자꾸 재발을 일으킨다(재발성). 불응성, 재발성 급성 림프구모성 백혈병 환자는 평균 생존 기간이 3~5개월에 그친다. 이런 난치성 환자는 백혈구의 모(母)세포인 조혈모세포를 건강한 것으로 이식해서 정상 백혈구가 만들어지게 해야 한다. 하지만 조혈모세포 이식을 기다리는 중에 환자의 상당수가 사망한다. 자신의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미리 뽑아 보관해두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의 세포 이식이 가능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다발성골수종
외부 세균·바이러스 등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면역세포가 밝혀지지 않은 이유로 변형되면서 암으로 자라는 혈액암이다. 암세포가 빠르게 증식하면서 몸속에 쌓이면 모든 뼈 속에 암 덩어리가 생길 수 있다. 뼈 통증, 척추 척수마비, 신부전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환자 수는 2010년 3718명이었는데, 2014년 6174명으로 늘었다. 재발과 증상 완화가 계속되다가 상당수가 난치성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