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면역항암제, 난치성 백혈병에 효과"

미국혈액종양학회 발표
난치성 환자 36%, 정상 회복'… 블린사이토' 내년 국내 도입

이미지
이달 초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미국혈액학회에서 새 면역항암제가 난치성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항암제의 연구 트렌드는 '면역항암제'다. 빨리 자라는 세포는 암이든 정상 세포든 모두 공격하는 1세대 항암제는 위점막, 모근, 손발톱까지 공격해 부작용이 심하다.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있어야 효과를 내는 표적항암제는 오래 쓰면 암이 항암제의 공격에 살아남기 위해 유전자를 변형시켜 더 이상 약이 듣지 않는 내성이 생긴다. 반면 면역항암제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잘 기능하게 만들어 암세포를 죽인다. 암과 관련된 특정 유전자가 필요하지 않아 이론적으로는 모든 암에 쓸 수 있고 내성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

기존 면역항암제 중 상당수는 암이 면역세포의 공격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보내는 신호물질을 차단해 면역세포가 암을 공격하게 만들었다. 최근 암과 면역세포 사이에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해 면역세포가 암을 공격하게 만드는 새로운 면역항암제의 임상시험 결과가 이달 초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미국혈액종양학회에서 발표됐다.

이탈리아 오솔라 말피기의대 지오반니 마르티넬리 박사팀이 난치성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 45명에게 8주 동안 암젠이라는 바이오제약사가 만든 면역항암제인 블린사이토를 투여했더니 16명(36%)의 환자에서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및 골수 세포가 정상 수치로 회복되는 결과를 얻었다.

또 독일 프랑크푸르트의대 니콜라 괵부게트 교수팀이 항암치료에 효과를 보이긴 하지만 현미경으로도 안 보이는 미세한 암세포가 남아 재발 위험이 90%가 넘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 116명에게 이 약을 썼다. 그 결과 90명(78%)의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및 골수 세포가 정상 수치로 회복됐고 미세한 암세포도 사라졌다. 이들의 평균 생존기간은 3년 4개월이었고 등산을 하거나 자전거를 탈 수 있을 정도로 몸상태가 좋았다. 괵부게트 교수는 "뚜렷한 치료제가 없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가 치료 효과가 나빠지는 난치성으로 진행되기 전에 이 면역항암제를 쓰면 치료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약은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특정 염색체가 없는 일부 난치성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내년 4~6월에는 국내 환자도 쓸 수 있게 될 예정이다.


☞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끊임 없이 생긴 비정상적인 백혈구가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면서 간·비장·림프절·뇌·척수 등에 침투해 장기를 망가뜨리는 혈액암의 일종. 3가지 이상의 항암제를 수차례 쓰지만 전체 환자의 70% 이상이 아예 효과가 없거나 재발해 난치성이 된다. 이 경우 평균 생존 기간은 3~5개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