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도 대동맥弓 스텐트 삽입 세계 첫 성공… 학술지 게재

순천향대부천병원 대동맥클리닉
3개과 협진, 24시간 응급수술… 허균 교수, 직통 전화번호 공개

혈관 벽에 지방·불순물이 쌓이거나 노화로 혈관의 탄력성이 떨어지면 혈관의 약한 부위가 부풀어 오른다. 심장에서 나온 피를 온 몸에 공급하는 큰 혈관(대동맥)이 부푼 것을 '대동맥류'라고 한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 배나 가슴을 열고 늘어난 대동맥류를 잘라내고, 인조 혈관으로 대체하는 수술을 많이 했다. 최근에는 대동맥류도 스텐트로 치료하는데, 혈전 때문에 막힌 혈관을 넓혀주는 일반적인 스텐트가 아닌 인조혈관 스텐트(스텐트 그라프트)를 쓴다.

◇일반 스텐트로 고치기 힘든 대동맥궁

가슴이나 배를 열지 않고 인조혈관 스텐트를 넣어 대동맥류를 치료하는 게 일반화됐지만, 스텐트 삽입이 쉽지 않은 대동맥 부위가 있다. 심장이 내보내는 혈액이 가장 먼저 지나는 대동맥궁(弓)으로, 좌뇌·우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경동맥 두 개와 왼쪽 팔에 혈액을 공급하는 좌쇄골하동맥 등 세 개의 큰 혈관이 연결돼 있다. 혈관이 활 모양으로 휘어져 있기 때문에 스텐트 삽입이 까다로운데다가 부작용이 많다. 순천향대부천병원 대동맥클리닉 허균 교수(흉부외과)는 "대동맥궁에 인조혈관 스텐트를 넣으면 뇌로 가는 혈류를 막을 수 있어 뇌가 손상될 가능성이 크다"며 "대동맥류 환자 대부분이 고령이라 수술 중 사망하거나 한쪽 몸이 마비되는 등 예후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수술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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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부천병원 대동맥클리닉 허균(오른쪽)·임재웅 교수가 심장혈관 모형을 보며 대동맥류 환자의 수술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세계 최초로 대동맥궁 스텐트 삽입술 성공

허균 교수팀은 세계 최초로 대동맥궁에 생긴 대동맥류를 인조혈관 스텐트를 넣어 고쳤다. 방법은 이렇다. 인조혈관 스텐트 2개를 좌우 경동맥을 통해 1개씩 대동맥궁의 연결 부위에 삽입하고, 둘 사이는 사타구니 주변 혈관으로 넣은 인조혈관 스텐트로 채웠다. 좌측 팔과 연결된 혈관은 좌측 경동맥에서 우회로를 만들어 이었다. 흉부외과 임재웅 교수는 "대동맥궁에 생긴 대동맥류를 막기 위해 많은 연구자들이 다양한 방법을 고안했지만 수술이 어렵거나, 완벽하지 못해 혈류가 새는 등의 이유로 실패했다"며 "새 치료법은 흉부외과 의사라면 비교적 쉽게 익힐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팀은 지난 4월 81세 할머니에게 이 시술법을 적용했고 치료 전 7.3㎝였던 대동맥궁 지름이 3㎝ 정도로 줄었다. 허 교수팀의 사례는 이례적으로 심장혈관 수술 분야의 저명한 국제학술지 '혈관수술(Journal of Vascular Surgery)'에 게재됐다. 이 학술지는 정식 연구가 아닌 환자 사례 보고는 잘 싣지 않는다.

◇대동맥 클리닉, 24시간 응급 체계

순천향대부천병원은 2013년 환자 맞춤형 대동맥 클리닉을 열고 흉부외과·심장내과·응급의학과가 협진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이 클리닉은 24시간 응급 수술이 가능한데, 허균 교수는 응급 환자를 가급적 빨리 치료하기 위해 자신과 직접 통화할 수 있는 전화번호(010-4458-1190)를 공개했다.

허 교수는 "야간에 중소병원 응급실에서 환자가 생기면 큰 병원 응급실에 전화를 하고, 응급실에서는 다시 흉부외과 레지던트에게 수술이 가능한지 묻고, 레지던트는 급할 경우 다시 교수와 통화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며 "환자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 수술 여부를 결정하려면 전화를 직접 받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