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박모(24)씨는 지난해 남동생(19)에게 간을 이식했다. 남동생은 간의 대사에 이상이 생겨 몸에 구리가 쌓이는 윌슨병을 앓았는데, 박씨의 간을 이식받은 뒤 건강을 회복해 무리 없이 학교 생활을 하고 있다. 수술 전 박씨의 가족들은 건강했던 박씨마저 수술로 인해 합병증을 얻거나 큰 수술 흉터가 남을까봐 걱정이 컸다. 하지만 박씨는 배를 절개하는 대신 몸에 작은 구멍 5개만 뚫어 간을 잘라내는 '복강경 기증자 간 절제술'을 받아 합병증 없이 1주일 만에 퇴원했다. 몸에는 1㎝가 안 되는 작은 흉터 다섯 개와 속옷으로 가려지는 아랫배에 10㎝ 정도의 흉터 하나가 남았다.
간이식 수술이 복강경으로 이뤄지면서 기증자의 안전성이 높아졌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김기훈(왼쪽에서 두 번째) 교수가 기증자의 간을 복강경 기구로 떼어내는 모습. / 서울아산병원 제공
◇'복강경 기증자 간 절제술' 30여 건, 합병증 없어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국내에서 진행되는 간이식 수술은 매년 약 1000건 씩 늘고 있다. 이중 76.4%는 살아있는 사람의 간을 떼내는 생체(生體) 간이식 수술이다. 생체 이식은 기증자의 안전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복강경으로 간을 떼는 수술(복강경 기증자 간 절제술)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복강경 기증자 간 절제술은 배에 1㎝도 안 되는 작은 구멍 5개를 낸 뒤 그 곳으로 수술 기구를 넣어 간을 잘라낸다. 잘라낸 간은 아랫배에 10㎝ 크기의 절개창을 내서 빼낸다. 배를 30~40㎝ 절개했던 개복술에 비해 합병증 위험이 적고 회복 속도도 빠르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간담도외과 김기훈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개복술로 간을 절제한 환자는 입원 일수가 10일 정도인데 비해, 복강경 간 절제술을 한 환자는 입원 일수가 1주일도 안 됐다.
수술 자체는 개복술보다 복강경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복잡하다. 환자 몸 밖에 있는 모니터만 보며 수술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간에는 다른 장기보다 많은 혈관과 담도가 연결돼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서울아산병원은 지금껏 34건의 복강경 기증자 간 절제술을 진행하면서 한 번의 합병증도 생긴 적이 없다. 김기훈 교수는 "서울아산병원은 개복술을 포함,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약 4000건의 간이식 수술을 했다"며 "그간의 경험을 통해 간의 해부학적 특징을 익히고 복강경 수술이 안전한 환자를 정확히 선별해 수술한 결과"라고 말했다.
◇어려운 '오른쪽 간 절제'도 복강경으로
서울아산병원은 난도가 높은 오른쪽 간도 복강경으로 절제하고 있다. 간은 크게 왼쪽과 오른쪽 두 부위로 나뉘는데, 성인에게 간이식을 하려면 기증자에게서 면적이 더 넓은 오른쪽 간을 떼내야 한다. 하지만 오른쪽 간은 혈관과 담도가 더 복잡하게 연결돼 있고 갈비뼈 안쪽에 깊숙이 위치하기 때문에 떼내는 수술이 훨씬 어렵다. 서울아산병원은 2014년 11월부터 오른쪽 간을 복강경으로 절제하고 있다. 복강경 수술 중에 손을 배 안에 넣지도 않는다. 김 교수는 "복강경 간 절제술 중에도 한쪽 손을 넣고 수술을 해 흉터가 커지는 경우가 있는데, 서울아산병원은 손을 넣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복강경 수술에도 한계는 있다. 김 교수는 "환자에 따라서 보통 사람보다 간 주변의 혈관이 더 복잡하거나 담도에 변이가 있을 수 있는데, 이 경우 모니터만 보면서 수술 기구를 조작하기 어렵다"며 "복강경 수술이 위험한 환자를 신중히 선별해 더욱 안전하게 시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