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환자 한 분이 씩씩거리며 진료실에 들어왔다. 그는 한 달 전 골프를 하다가 왼쪽 팔꿈치 바깥쪽에 통증이 심해져서 라운딩을 중단하고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당장 골프를 그만두고 골프채를 팔라고 했다는 것이다. ‘골프는 한쪽으로 치우친 운동이어서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필자는 골프를 즐기기 때문에 당연히 동의할 수 없는 말이지만, 한편으로 내가 즐기지 않는 종목의 운동을 하는 환자들에게 비슷하게 말한 적이 있어서 잠시 반성했다.
근골격계 통증 환자가 겪는 통증은 단 한 번의 사건으로 일어나기보다는 통증 부위를 반복해서 사용하다 발생한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환자의 직업이 무엇이고 어떻게 일하는지 업무하는 자세나 습관은 어떠한지 물어본다. 그 증상의 원인이 직업적인 것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취미로 하는 운동은 무엇이고 또 그 운동이 현재 호소하는 증상과 관련 있는지 살펴본다.
골프(사진 셔터스톡)
아마추어 골퍼는 과도한 힘 사용이 손상의 주요 원인
환자가 반복적으로 같은 증상을 호소할 때는 증상을 유발하는 원인을 찾아서 제거해야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만약 특별한 운동 때문에 특정 증상이 생겼다면 일단 그 운동을 멈춰야 한다. 치료에서는 운동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과 운동을 취미로 하는 사람에 대한 계획이 달라진다. 운동선수가 통증을 호소할 때는 운동을 지속하면서 치료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지만, 운동을 취미로 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쉽게 “이제 그 운동 그만두세요”라고 ‘사형선고’를 내리기 쉽다. 또한 오랜 기간 심한 통증으로 고생하다 병원을 찾아온 사람은 운동을 포기하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과연 환자가 호소하는 질환이 그토록 즐기고 사랑하기까지 하는 해당 운동을 중단해야만 할 정도로 심각한 것인가? 계속 운동할 방법은 없는가? 과연 지금의 통증이 골프를 포기할 정도로 심각한 것인가? 장비 구입 등에 많은 비용을 들였고, 사교와 삶의 재충전에 도전정신까지 불러일으키는 이 훌륭한 운동을 깨끗이 포기할 수 있는가? 해결의 길은 확실히 여러 방향으로 나 있다.
골프를 하다 보면 다양한 형태의 손상을 입을 수 있다. 흔히 경험하는 골프손상은 특정 부위를 과다하게 사용해서 생기는 손상이다. 프로 선수들은 허리 통증(후관절염, 디스크질환 등)과 손목힘줄·어깨힘줄의 손상이 흔하다. 특정 부위의 과부하가 원인이다. 반면 일반 골퍼들은 팔꿈치힘줄 손상(오른쪽 골퍼엘보, 왼쪽 테니스엘보)과 허리 통증이 흔하다. 주로 과도한 힘을 써서 오랜 시간 연습을 하거나 뒤땅치기를 반복해서 발생한다. 이밖에 일회성 외상에 의한 근골격계 손상이 있으나 과사용 손상에 비하면 극소수이다. 또한 주말 골퍼에게는 장딴지 근육 파열이 흔히 나타난다. 유연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장딴지 근육을 과하게 사용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내 체형에 맞는 스윙을 하고 있는지 점검을
힘줄에 염증이 생기거나 손상을 입을 경우 조기에 치료하면 후유증 없이 완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염증과 손상이 반복되거나 효과적인 치료를 받지 않으면 건병증(과다 사용으로 인한 만성염증)이 생겨 만성통증에 이르게 된다. 병원에 가면 충격파, 프롤로주사, PRP자가혈주사, 도수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으로 완치를 돕는다. 또한 재활이 필요한 경우 통증 부위의 재활치료(물리치료, 주사치료, 도수치료 등)에 한정하지 않고 힘의 중심점 역할을 하는 몸통안정화 근육(코어 근육)까지 주목한다. 몸통이 안정적이지 않아서 팔·다리를 무리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손상이 온다고 알려져 있으며 재활과 추후 손상 예방을 위해서도 몸통안정화 근육을 중요시하는 것이다.
골프손상이 있다면 자신의 체형을 고려한 스윙을 하고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골프경기를 보면 프로 선수도 스윙이 제각각임을 발견하게 된다. 전형적인 골프 스윙으로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들이 많지만 짐 퓨릭, 박인비, 크레이그 스테들러 같은 선수들은 기이한 자세로 수많은 우승을 일궈냈다. 좀더 좋은 점수를 내기 위해 스윙 자세를 교정하는 것은 필자의 전공이 아니므로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 그러나 잦은 통증을 경험하는 골프 마니아(그는 훌륭한 레슨프로에게 많은 레슨을 받았을 것이다)가 꼭 교과서적인 레슨을 고집해야만 할지 의문을 가져야 한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체형이나 조건에 맞는 이상적인 스윙이 존재하므로 그 동작을 연습하면 골프손상은 확실히 줄어들 것이다.
신체 조건이 통상 알려진 상식으로 골프를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성적을 내고 있는 골퍼들을 보면 위안이 된다. 박인비는 방송 프로그램 <힐링캠프>에 출연해서 자신은 손목이 너무 뻣뻣해서 잘 젖혀지지 않아 그런 폼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오랫동안 골프아카데미를 돌며 익힌 폼을 과감히 버리고 자신의 몸에 맞는 맞춤 스윙을 완성했다. 한때 세계랭킹 1위에 올랐고 지금도 활발히 경기를 펼치고 있는 스테이시 루이스는, 11세 때 골프선수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는 척추측만증을 진단받고 7년간 보조기 교정과 나사못 5개를 박는 척추측만증수술을 하고 재활을 거쳤다.
아마추어는 스윙 시 요추에 스트레스 많이 줘
골퍼들은 누구나 “스윙할 때는 힘을 빼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프로 골퍼들은 척추와 몸통 근육의 80% 정도 힘을 사용해서 스윙을 한다. 반면 아마추어 골퍼는 같은 근육의 90% 정도의 힘을 쓴다. 특히 아마추어 골퍼는 근육을 불규칙하게 사용해 스윙을 하므로 프로 골퍼에 비해 무려 80%나 큰 스트레스를 요추에 가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힘을 빼는 것은 단순히 공을 잘 치기 위해서만이 아니고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골프에 임하는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골프는 가벼운 운동이 아니다. 물론 격투기나 미식축구 등에 비해 위험도가 낮지만 전체 스포츠를 비교해볼 때는 중간 정도의 위험을 가진 운동이다. 따라서 골프에 임할 때는 다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위험도에 대한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중요한 근육이 손상되어 이제는 골프를 할 수 없으니 골프를 중단하겠다고 속단하지 말기 바란다. 왜 그 좋은 골프를 그만두어야 하는가? 골프를 사랑하는 모든 독자들이 자신의 신체상황을 숙지하고, 손상 징후가 보일 때는 신속한 점검과 치료를 병행하고, 부상 위험이 좀더 적은 적절한 스윙 자세를 익히고, 힘빼는 스윙은 부상을 예방하는 데 꼭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안전한 골프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조현우 재활의학과 전문의
조현우 한맘플러스 재활의학과의원에서 골프클리닉을 담당하고 있는 재활의학과 전문의다. 대한재활의학회, 대한스포츠의학회, 대한임상통증학회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골프를 즐긴다.
글 조현우(한맘플러스 재활의학과의원 원장) 저작권자 ⓒ 헬스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