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발에 문제가 생기면 걷거나 서는 것은 물론이고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통증이 만성화되고 자세가 변형되면서 무릎·엉덩이·척추가 뒤틀리거나 망가지기도 쉽다.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발 질환 중 중장년에게 잘 생기는 것은 당뇨병성 족부병증, 발목관절염, 족저근막염, 무지외반증 등이다. 당뇨병성 족부병증은 '당뇨발'이라고도 불리는 병이다.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혈액순환이 안 되는 상태에서 발에 상처가 나 피부와 점막 조직에 궤양이 생기는 게 대표적인 증상이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궤양이 심해지고 몸 전체로 퍼져서 발이나 다리 일부를 잘라내야 할 수도 있다.
발목관절염은 말 그대로 발목관절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노화 등으로 연골이 닳아서 뼈끼리 맞부딪히는 상태까지 되면 인공으로 만들어진 관절을 넣는 인공관절술이나 아예 연골을 다 없애고 관절뼈끼리 고정시키는 관절고정술이 필요하다. 발바닥을 싸고 있으면서 스프링처럼 발바닥의 충격을 흡수하거나 아치(발바닥에 움푹 파인 부분)를 유지하는 단단한 막(족저근막)이 망가지는 족저근막염도 흔하다.
족저근막염 환자는 움직일 때마다 발뒤꿈치 등이 아파서 제대로 걷기 어렵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검지발가락 쪽으로 휘는 병이다. 선천적으로 뼈가 돌아갔거나 앞코가 뾰족한 신발을 장기간 신으면 생기기 쉽다. 발가락과 발바닥에 통증, 저림증, 굳은살 등이 생긴다.
당뇨병성 족부병증, 발목관절염, 족저근막염 등의 치료법은 어느 정도 보편화돼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방법을 이용해 얼마나 '잘' 치료해서 좋은 효과를 내느냐다. 을지병원 족부족관절센터 양기원 센터장은 "우리 센터는 일찌감치 발에만 집중해서 발만을 전문으로 연구하고 치료했다"며 "다양한 증상을 접하고, 치료와 수술을 많이 한 덕에 경험이 풍부해서 같은 치료법으로도 더 좋은 효과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족부족관절센터는 지난 4년 동안만 총 5099건의 수술을 시행했다. 이는 연평균 1275건에 달하는 수치다. 중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노하우를 배우러 매년 센터를 찾는다. 족부족관절센터 소속 전문의가 대한족부족관절학회에 임원진으로 있어서 국내 개원의, 전공의 등을 위해 1년에 7회 정도 심포지엄 및 강의를 열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환자가 인공관절술이 가능한 상태인지, 바로 관절고정술을 해야 하는 상태인지 한 번에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공관절술을 하려면 인공관절을 넣기 위해 남아 있던 뼈를 상당 부분 제거해야 한다. 시도해봤다가 실패하면 관절고정술을 해야 하는데, 뼈끼리 고정하는 관절고정술에는 뼈가 많이 필요하다.
인공관절술을 한 뒤 다시 관절고정술을 하면 멀쩡한 뼈를 들어냈다가, 다시 뼈가 부족해져 다른 신체부위의 뼈나 남의 뼈를 이식해야 하는 불필요한 부담이 생긴다. 양 센터장은 "시행착오 없이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법을 한 번에 골라 적용할 수 있는 노하우는 풍부한 경험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인공관절술을 할 때도 센터의 경험이 빛을 발한다. 인공관절술이 잘 되면 10년 정도 인공관절을 건강하게 쓸 수 있다. 하지만 인공관절을 넣을 때 정(正)위치보다 각도가 뒤틀리거나 위치가 미세하게 달라지면 1~3년 내에 인공관절이 망가진다. 인공관절이 딱 맞지 않고 헐렁헐렁해지면서 몸속에 염증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양기원 센터장은 "사람마다 관절의 생김새가 다르고, 인공관절이 딱 들어맞는 각도도 다르다"며 "우리 센터는 다양한 환자와 사례를 봤기 때문에 위치와 각도 등을 정확하게 진단해 인공관절을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술 최소화하고 근본 치료로 재발 방지까지
을지병원 족부족관절센터는 환자에게 부담이 큰 수술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대표적인 예가 당뇨발 치료다. 당뇨병성 족부병증 치료는 궤양이 생긴 부위를 소독하고 상처를 관리하는 과정이 일반적이다. 상처 치료를 해봤는데 효과가 좋지 않으면 해당 부위를 잘라내고, 그래도 낫지 않으면 그보다 위를 잘라내야 한다. 발과 다리를 잘라내면 의족 없이 생활하기 힘들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다리를 절단한 환자가 수술 이후 5년 이상 살 확률은 30~40%에 불과하다.
을지병원 족부족관절센터는 당뇨발 환자의 발 절단율을 낮추기 위해 상처 치료뿐 아니라 근본 치료, 재발 방지에도 힘쓴다. 우선 살아 있는 조직을 놔두고 세균 등에 감염돼 썩어버린 조직만 철저하게 구분해 제거한다. 이후 더 이상의 상처나 감염이 없도록 예의주시하며 관리한다. 당뇨발의 진행을 막고 예방하기 위해 당뇨발의 근본 원인인 혈액순환 장애와 혈당조절 장애도 관리한다.
을지병원 족부족관절센터 김진수 교수는 "병원 내 당뇨내과, 심장내과 등과 원활한 관계를 유지해 당뇨발 환자가 언제라도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는다"며 "당장의 증상을 처치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환자를 장기적이고 포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치료를 마친 후에는 상처 재발을 막고 제대로 걸을 수 있도록 재건수술, 신발·보조기 처방, 재활교육 등도 해준다.
무지외반증 수술도 최소화했다. 무지외반증이 심하면 튀어나온 엄지발가락뼈를 자르고 금속 나사를 박아서 고정하는 수술을 받은 뒤, 6주 후 나사를 뽑는 추가 수술을 받아야 한다. 김진수 교수는 "나사못을 뽑는 추가 수술을 할 때는 마취를 완전하게 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가 매우 고통스럽다"며 "추가 수술 과정을 없애기 위해 우리 센터에서는 '바이오스크류 시술'을 주로 시행한다"고 말했다. 이는 수술 후 3년 정도 지나면 나사가 자연적으로 녹아서 생체에 흡수되는 나사못을 이용하는 수술법이다.
미지의 발 질환 연구하고 신(新)치료법 고안
을지병원 족부족관절센터는 발 질환 정복을 위해 다양한 연구를 한다. 그중 하나가 만성 족관절 불안정성에 대한 연구다. 발목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삐었을 때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만성화되기 쉽다. 이렇게 되면 발목 통증이 심하고, 발목이 자주 접질린다. 이를 막으려면 발목을 삐었을 때 초기부터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하는 게 중요한데, 이에 대한 연구가 미진했다. 김진수 교수는 "발목을 삐면 흔히 발목 바깥쪽 인대에 문제가 생기므로 안쪽이나 위쪽 구조물에는 주목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연구 결과 발목을 삐는 정도에 따라 안쪽, 위쪽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센터는 환자가 발목을 삐었다며 병원을 찾을 때 단순히 바깥쪽만 살피지 않고 안쪽이나 위쪽 파열도 의심해 초음파, MRI(자기공명영상) 검사 등으로 원인을 확실히 진단한다. 이후 원인에 맞는 석고 고정, 수술, 보조기 처방, 물리치료 등의 치료를 해서 발목을 삔 증상이 만성 족관절 불안정성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는다.
족부·족관절 정형외과 교수
인공관절 수술, 변형 및 골절된 뒤꿈치뼈 재건술 전문
족부·족관절 정형외과 교수
스포츠외상(족관절불안정증,
발목연골 손상 등), 무지외반증, 당뇨발궤양 전문
족부·족관절 정형외과 전임의
족부족관절센터 전담간호사
수술 보조, 수술 일정 관리,
기초 드레싱 등
20년 전, 국내 정형외과 내 척추나 무릎 관절을 전문으로 보는 의사·센터는 많았지만 발과 발목관절을 전문으로 하는 곳은 드물었다. 발 질환은 당장 생명을 위협하기보다는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게 대부분이라, 먹고살기 바쁜 와중에 발까지 주의를 기울이기 힘들었던 탓이다.
하지만 국민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삶의 질, 문화생활 등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발 질환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었다. 발 질환 전문 치료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 을지병원 정형외과 내에서는 1994년, 발만 전문으로 보는 의사가 필요하다는 움직임이 생겼다. 이후 2000년, 발에 관심이 많은 의사들이 '족부 정형외과'라는 분과로 기존에 있던 정형외과에서 독립했다. 2011년, 족부 정형외과는 발목 관절까지 포함하는 족부·족관절 정형외과로 과명을 바꾸고 현재 족부 및 발목 관절 전문센터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센터는 족부 족관절 전문 정형외과 전문의 3명과 전담간호사 1명으로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