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부인 같은 호수와 암봉, 빙하, 야생화 풀밭…
헬스조선이 지난 7월 시작해 매년 여름 진행할 예정인 '밴프 로키 힐링 트레킹' 코스는 모레인 호수와 이를 둘러싸고 있는 10개의 암봉, 원시림, 만년설산, 빙하, 야생화 풀밭까지 장관이 펼쳐진다. 남편의 압박'에 길을 나선 중년의 참가자는 이 길에서 신선들의 세계를 만났다.
한여름도 10℃ 남짓, 세상에 없는 피서
서너 달 동안 헬스클럽에 나가고 주말 등산도 하며 준비했지만 걱정이 앞섰다. 내가 그 길을 다 걸을 수 있을까? 남편은 지난해 초부터 캐나다 로키에 꽂혀 "올 여름 로키 트레킹을 할 테니 준비하라"고 했다. '산꾼'들이 애용한다는 그 여행사 상품은 하루 7~9시간씩 7일간 걷는 일정. "죽어도 못 가겠다"고 버텨 작년 여름엔 '무사히' 넘겼다. 그러나 올 초엔 "걷는 일정을 대폭 줄인 상품이 있다"고 다시 압박했다. 어쩔 수 없이 등산복을 사고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세상에 이런 피서(避暑)도 없을 것 같다. 7~8월 기온이 6~26°C라더니 정말 한낮인데도 온도계 눈금은 10°C 정도에서 더 이상 올라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비까지 추적추적 내려 체감온도는 더욱 낮았다. 혹시나 해서 가져온 겨울 난방과 파카까지 겹쳐 입고 트레킹에 나섰다. 첫째 날은 밴프 타운을 굽어보고 있는 설퍼산에 올랐다가 케이블카 타고 하산하는 일정. 지그재그로 난 산길을 끝도 없이 올라가려니 숨이 턱턱 막혔다. "곰이 나타날 수 있으니 4명 이상씩 함께 다녀야 한다"는 가이드의 말도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2시간여 동안 사력을 다해 올랐지만 아무런 보상이 없었다. 그토록 아름답다는 캐나다 로키의 장엄함과 밴프타운의 아기자기한 모습은 짙은 구름이 꽁꽁 싸매고 보여 주지 않았다. 산 정상의 바람은 파카와 비옷으로도 피할 수 없었다. 이가 딱딱 부닥쳤다. 서울은 폭염으로 난리가 났다는데 피서 하나는 확실히 했으니 이번 여름휴가는 성공한 걸까?
귀부인 같은 모레인 호수를 지키는 10개의 암봉
둘째 날은 캐나다 20달러 지폐에 인쇄된 모레인 호수를 감상하고, 캐나다 로키에서 가장 높은 '센티널 패스' 직전까지 올라가서 모레인 호수를 감싸고 있는 10개의 암봉(岩峯)을 조망하는 일정이다. 목적지 주차장에 도달해 차에서 내리니 아침 안개를 머금은 차가운 대기가 온몸을 감싸 왔다. 불과 몇십 미터 걸어가니 깎아지른 절벽 밑으로 귀품 있고 단아한 귀부인 같은 모레인 호수가 보였다. 아, 그 물빛! 그것을 도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에메랄드'란 단어만으로 결코 담아낼 수 없는 미묘한 빛의 일렁임이 호수와 그 위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넋이 빠져 사진 찍는 것도 잊어 버렸다.
트레킹은 어제처럼 한동안은 산을 올라야 한다. 그러나 어제처럼 힘들지 않았다. 숨찬 걸음을 멈추면 울창한 나무 사이로 조금씩 보이는 호수의 물빛이 혼과 고통을 빼앗고 대신 벅찬 감동을 선사했다. 바라보는 사람의 눈높이에 따라 색깔이 달라진다더니 정말 물빛은 끊임없이 변하며 시선과 마음을 붙들어 맺었다. 시선을 가리는 나무들을 송두리째 뽑아 버리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산을 다 올라 능선에 다다랐을 때 나타난 10개의 암봉은 상상을 초월했다. 130~140도의 시야에 걸쳐 하늘을 찌를 듯 뾰족한 암봉들이 흰 눈을 덮어쓴 채 장엄하게 늘어서 있었다. 마치 엄위(嚴威)한 10명의 백전노장들이 귀부인 모레인을 품어 보호하는 것 같았다. 목적지 슬리핑워터호수에 도착해 만년설에서 불어오는 산바람을 맞으며 차가운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었지만 하나도 추운 줄 몰랐다.
전율을 느끼게 하는 멀린 호수와 만년 설산
여름 성수기라 그런지 캐나다 로키는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한국의 단체관광객들도 많았다. 버스에서 내려 사진만 찍고 다시 떠나는 그들이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식과 상상을 초월한 감동이 그곳에 있는데 로키의 언저리만 밟고 가는 그들이 안타까웠다. 우리 일행 30명 중 3분의 1 정도가 주마간산 로키여행이 아쉬워 다시 로키 트레킹에 도전한 사람들이었다.
모든 일정이 더 이상 좋을 수 없었다. 콜럼비아 대빙원으로 이동하는 사흘째, 짧게 올라간 파커리지 트레일은 이른 봄 알프스와 비슷한 정취가 있었다. 바람은 찼지만 햇살은 따뜻했고, 야트막한 동산 위에는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펴 있었다. 풀밭 위에 앉아 병풍처럼 드리워진 만년 설산을 바라보니 여기가 선계(仙界)처럼 느껴졌다.
넷째 날, 자스퍼 국립공원의 멀린 레이크와 그 옆 볼드 힐 트레킹은 베스트 오브 베스트였다. 길이가 장장 24km에 이르는 멀린 호수와 그 깊숙한 곳에 있는 '스피릿 아일랜드', 말 그대로 대머리 언덕에서 바라본 멀린 호수와 그를 둘러싼 만년 설산. 숨이 딱 멎는 것 같은 전율을 느꼈다. 다섯째 날 존스턴 캐니언 트레일과 여섯째 날 타카카우폭포 트레일은 물을 보는 트레킹이었다. 울창한 원시림과 빙하가 녹은 물이 장쾌한 폭포로 떨어지고 다시 급류가 되어 흘러내리는 계곡을 따라 전진했다.
내게 허락된 행복한 시간에 감사
일곱째 날 비하이브 트레킹은 캐나다 로키의 대명사 레이크 루이스를 조망하며 산을 올라 6개의 빙하지대를 통과하는 일정이다. 캐나다 최고의 장관이 펼쳐진다는 빅비하이브까지는 너무 높고 힘들어 가지 못했지만, 레이크 루이스와 6개의 빙하를 조망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터질 듯 행복했다.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 6개 중 한 개의 빙하가 천둥 치는 소리와 함께 깨어져 눈가루가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장관을 경험한 것도 큰 행운 중 하나다.
여행에서 돌아온 지 보름이 넘었는데 함께 여행한 일행 30명은 '밴드'를 결성해 계속 그때의 사진과 감동을 쏟아내고 있다. 새롭게 올라오는 사진 한 장 한 장을 볼 때마다, 다른 이의 흥분 섞인 문자들을 볼 때마다 내게 이렇게 행복한 시간이 허락된 것을 감사하게 된다. 이제부터 버스만 타는 여행은 사절이고, 트레킹에 재미를 붙여봐야겠다. 그러고 보니 종아리가 훨씬 단단해진 것 같다.
TIP 헬스조선 '밴프 로키 힐링 트레킹' 떠나 볼까?
지구상에서 가장 장엄한 대자연의 파노라마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캐나디안 로키라면 2%의 과장을 보탠 진실이다. 헬스조선은 캐나디언 로키의 핵심인 밴프를 걸으며 즐기는 트레킹 여행 '밴프 로키 힐링 트레킹' 프로그램은 매년 6~9월 진행할 계획이다. 일반 여행상품과 전문 트레킹 프로그램의 장점만 모아 가장 풍경 좋은 곳에서 트레킹을 즐기고, 핵심 관광명소를 둘러보는 알찬 일정으로 진행한다.
'비하이브 식스 빙하 트레킹'은 레이크 루이스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어 가장 하이라이트다. 밴프 전경을 감상하는 설퍼산과 라치밸리, 타카카우 등도 걸으며 즐긴다. 멀린 호수, 모레인 호수, 메디슨 호수 등은 빼놓을 수 없는 여행 포인트다.
문의 헬스조선 비타투어 1544-19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