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 피플 - 뮤지컬 <땡큐> 기획자 원광대병원 안과 양연식 교수
춤과 노래가 화려하지도 않고, 유명한 배우가 출연하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뮤지컬이 있다. 대한안과학회가 제작한 감성 뮤지컬 <땡큐(Thank U)>다. <땡큐>의 기획을 맡은 대한안과학회 양연식 정책개발이사(원광대병원 안과 교수)를 만나 이 획기적인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봤다.
여름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양연식 교수를 만나기 위해 전북 익산에 위치한 원광대병원을 찾아갔다. 환하게 웃으며 기자를 맞이하는 양 교수 뒤로 보이는 연구실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 주고 있었다. 그의 연구실 한쪽에는 방음 처리가 된 작은 연습실이, 또 다른 한쪽에는 양 교수가 패러글라이딩하는 사진과 연습용 활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원래 무엇이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해요. 의사가 된 후에도 오케스트라, 댄스스포츠, 패러글라이딩에 양궁까지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취미에도 겁 없이 도전했죠. 뮤지컬을 시작한 것도 이런 저의 성격이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안질환에 대해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은 강연이나 책 등 다양합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더 새로우면서도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모색하다가 뮤지컬을 해보자고 결심하게 된 것입니다."
의료봉사 기금 마련 위해 시작한 뮤지컬 공연
양 교수의 뮤지컬에 대한 관심은 해외봉사 기금 마련을 위한 음악회에서 시작됐다. 2009년, 대한안과학회 기획실장을 맡고 있던 양 교수는 캄보디아 바탐방 지역으로 의료봉사를 떠났다. 그가 마주한 현지 사정은 상상 이상으로 열악했다. 경제적·시간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탓에 의사들이 제대로 의료봉사를 가기 어려워, 캄보디아의 환자들은 언제 올지 모를 의사들을 막막하게 기다리기만 해야 했다.
"가만히 앉아서 눈 건강을 잃어야만 하는 그들을 보고 약속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씩은 반드시 찾아오겠다고. 그래서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2010년, 캄보디아 의료봉사 기금 모금을 위한 음악회를 시작했고, 거기서 뮤지컬 공연도 함께 하게 됐죠. 이전에는 뮤지컬을 잘 몰랐는데 하다 보니 관객의 흥미도 끌고 메시지까지 전달하는 데 그만한 방법이 없더라고요."
그리고 지난해, 대한안과학회 정책개발이사를 맡게 됐다. 그가 정책개발이사가 되고 처음으로 이루고자 했던 것은 대중들의 눈 건강에 대한 인식 변화였다. 실제로 양 교수가 만난 많은 환자 대부분이 눈 건강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어떻게 제대로 관리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특히 나이 들수록 시력이 떨어지거나 눈에 이상이 생기는 것을 노화 현상으로 가볍게 여기고 치료시기를 놓쳐 시력을 잃는 사람들을 보며 그가 나서서 눈 건강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그의 뇌리 속에는 뮤지컬이 방법으로 떠올랐다.
"물론 처음에는 학회 내에서 반발도 있었죠. 학회가 무슨 뮤지컬을 하느냐. 그래도 저는 이 방법이 우리가 대중에게 더 친근하고 효율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안과의사가 주인공인 뮤지컬 기획을 직접 짜서 학회 사람들을 설득했고, 결국 대중에게 눈 건강의 중요성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뮤지컬을 하기로 의견을 모으게 된 거죠."
눈의 소중함을 대중에게 알려
양 교수는 본격적인 뮤지컬 공연 제작을 위해 뮤지컬 위원회를 결성했다. 초반 시나리오 작업 역시 직접 했다. 이후 해외봉사 수익금을 위한 공연인 만큼 더욱 제대로 된 공연을 무대에 올려야 한다는 생각에 전문 작가, 연출가와 손을 잡고 대본을 다듬었다. 공연 전문가들과 양 교수가 머리를 맡 댄 끝에 안과학회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으면서도 감성적인 내용까지 아우른 감성 뮤지컬 <땡큐>가 탄생한 것이다.
"뮤지컬 <땡큐>는 대중에게, 그리고 우리나라의 안 과 의사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 다. 대중들에게는 눈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눈 건강 과 관련된 정보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게 목표였죠. 그리고 동시에 안과 의사들에게 그들이 잊지 말아야 할 의사로서의 책 임과 삶에 대한 이야기도 담아 냈습 니다."
실제로 <땡큐>에 등장하는 인물들 은 모두 안질환을 앓고 있다. 암 에 걸려 대학병원 의사 생활을 뒤 로하고 고향 마을로 내려온 안과 의사 문혁기를 중심으로 고도근 시, 황반변성, 약시 등 안질환을 앓 는 인물들이 겪게 되는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려 냈 다. 관객의 눈시울을 자극하는 감성적인 음악과 줄 거리에 직접 안과 의사가 출연해 전하는 눈 건강에 대한 정보까지, 뮤지컬 <땡큐>는 사람들의 머리와 가슴 을 채우는 뮤지컬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지난해 4월부터 두 달여간 전주, 광주, 부산 등 6개 도시를 돌며 1500여 명의 관객을 모으며 공연을 마쳤다.
"사실 공연이 흥행에 성공했다고 하기는 어렵죠. 흥행을 기대한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안과 학회와 의사들이 대 중에게 좀더 다가가기 위해 이러한 시도를 했다는 사실 자체로 지금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좀더 내용을 다 듬어서 10월 말쯤에는 서울에 있는 소극장에서 공연할 예 정입니다. 이렇게 차근차근 해나가다 보면 점점 입소문이 나서 더 많은 사람이 공연을 보고 눈 건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리 고 의사들에게는 이 뮤지컬이 자신을 다시 돌아보고 진정 한 의술을 행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을 지닐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기 바랍니다."
"그래,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그렇게 교육받아 왔잖아. 다른 애들보다 먼저 걸음마를 해야 하고, 먼저 말을 시작해야 하고, 문제 하나 더 맞추고 더 좋은 대학을 가야 하고. 항상 다른 사람보다 더 높게 더 멀리… .
그런데 그 속에 정작 나 자신은 없었던 거야. 우리 같은 직업의 대부분은 그런 경쟁 속에 살아왔지.
그런데 말이야. 의사는 이기기 위해 메스를 드는 게 아니야. 그걸 깨닫는 순간 진짜 의사가 되는 거지. " - 뮤지컬 <땡큐>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