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조여 오는 소리 없는 살인자 만성폐쇄성폐질환

한국인의 질병보고서

흔히 기침이 나거나 가래가 나오면 감기에 걸렸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무심코 지나친 기침이 심각한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숨을 조여 오는 소리 없는 살인자,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에 대해 알아보자.
타들어 가는 허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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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태] 전 세계 연 300만 명 사망, 사망원인 4위

흔히 COPD라 불리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암보다 무서운 질환' 이라 불린다. 암은 조기에 발견해 제대로 치료하면 완치할 수 있지만, COPD는 한번 발병하면 증상이 오랜 기간에 거쳐 점점 심해져,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의 COPD 환자는 약 6500만 명인 것으로 추정되며, 전 세계적으로 한 해 에 COPD로 사망하는 사람은 약 300만 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로 COPD를 앓고 있는 사람은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말한다. COPD 자체가 잘 알려지지 않았 고, 초기 증상이 가벼워 COPD 환자들은 보통 폐기능이 절반 이상 손상되기 전까지 자신이 COPD인 것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자인 경우 숨 쉬기가 어렵거나 기침이 잦아져도 COPD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 운 현상으로 치부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국민영양조사에 따르면 COPD로 확인된 환자의 2.4%만이 의사에게 진단을 받은 적이 있으며, 약물치료를 받 는 사람은 2.1%에 그쳤다.

원인] 흡연, 만성기관지염 등이 원인

COPD는 폐기종과 만성기관지염, 두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폐기종은 폐포가 손상 돼 크기가 커지고 공기에서 혈액으로 산소를 전달하는 기능이 약해진 상태로 흉부 방 사선검사를 통해 폐포벽 파괴로 인한 폐 공간 확장이 보일 때 진단한다. 한편 만성기 관지염은 기관지에 염증이 생기고 부어올라 기관지가 좁아져 공기가 원활하게 흐르 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보통 1년에 3개월 이상, 2년 연속으로 기침과 가래가 있 는 경우 의심할 수 있다.

COPD를 유발하는 근본적 원인은 기도를 손상시키는 유해물질이다. 유해물질 중에 서도 COPD 발병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것이 흡연이다. 실제로 COPD 고위험군은 남 성, 고령자, 그리고 흡연력이 있는 사람이다. 전문가들은 하루 한 갑씩 10년 이상 흡 연한 사람이라면 COPD를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한다. 장기간 흡연을 하면 기관지에 만성적으로 염증이 생기고 폐포벽이 파괴되는데, 이 때문에 기도가 좁아지고 폐 기능 이 급격히 저하돼 COPD가 발병할 위험이 커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COPD가 지금으로부터 5년 뒤인 2020년에는 세계 주요 사망원인 3위에 오를 것으로 예측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현재 COPD는 세계 4위, 국내 7위의 사망원인이지만, 흡연인 구가 늘어남에 따라 중증 COPD 환자가 급속도로 늘어나, 동시에 사망자도 증가할 것 으로 본다. 비흡연자라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먼지가 많이 일어나는 곳에서 일을 하는 사람, 주기적으로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사람, 조리 및 난방 연료에서 발생하는 연기를 많이 마신 사람 역시 COPD 위험군에 속하기 때문이다.

단계별로 보는 COPD 증상
단계별로 보는 COPD 증상

증상과 진단]  호흡곤란, 기침, 가래… 정기검진 중요

COPD의 대표적인 증상은 호흡곤란, 기침, 가래 등으로, 주로 40대 이상의 흡연자에 게서 나타난다. 가슴에서 휘파람 비슷한 소리가 나는 '천명'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며, 흉부 압박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중증 COPD 환자인 경우 피로, 체중감소, 식욕부진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

COPD는 이러한 증상뿐 아니라 다양한 합병증까지 유발해 환자들의 생명을 위협한다. 호흡이 어려워짐에 따라 저산소증으로 심혈관계 합병증인 부정맥이나 심부전, 폐동맥고혈압 등의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또 호 흡곤란으로 인해 우울증, 수면장애 등을 겪을 위험도 일반인에 비해 최대 10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골다공증, 전신쇠약 등의 증상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

COPD는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호흡곤란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다가 결국 폐포가 완전 히 굳어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초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COPD를 제때 발 견하기 위해서는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조기에 진단해 제대로 치료하면 폐활량 감소를 막을 수 있고, COPD의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흡연자는 호 흡곤란이 없더라도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이 있다면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치료] 1단계 흡입제 사용, 4단계에는 수술적 치료도

COPD는 환자의 폐 기능 저하 정도나 증상 악화 빈도를 4단계로 구분해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1단계는 호흡 곤란이 거의 없는 단계로 증상이 나타날 때만 흡입제를 사용 해 기관지를 넓혀 준다.

2단계는 평상시보다 격하게 움직였을 때 호흡곤란을 느끼는 단계로 매일 기관지확장제를 투여한다.

3단계는 운동을 하지 않은 상태에도 호흡곤 란을 느끼는 상태로 기존 흡입제에 스테로이드 흡입제를 추가로 사용한다.

마지막 4 단계는 혈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정상 범위를 벗어난 상태로 사망위험이 크다. 이때는 약물 치료와 동시에 산소요법을 시행하며, 경우에 따라 수술적 치료를 하기도 한다.

흡입제뿐 아니라 다른 약 역시 COPD치료제로 각광받은 바 있다. 서울아산병원 호흡 기내과 이상도 교수팀에 따르면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인 '심바스타틴'이 COPD 치 료에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COPD 증상에 대한 콜레스테롤 약의 효능을 연구하기 위해 4개월 동안 흡연한 쥐와, 담배를 피우면서 심바스타틴을 복용 한 쥐를 비교 관찰했다. 그 결과 심바스타틴을 복용한 쥐의 COPD 유병률이 크게 낮 아졌으며, 이미 COPD에 걸린 쥐에서도 치료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의사가 COPD 진단을 위한 폐기능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의사가 COPD 진단을 위한 폐기능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COPD 진단은 어떻게 할 수 있나?

COPD는 폐기능 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검사 항목 중 COPD와 연관 있는 수치는 '노력성 호기량 검사(FEV1)'다. 이는 숨을 최대한 깊게 들이마신 후 들이마신 숨의 양에서 1초 동안 내뿜는 공기의 양이 차지하는 비중을 측정하는 것이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들이마신 숨의 80% 정도를 불어낼 수 있으며, 70% 이하면 COPD로 진단한다. 보통 촛불을 끄기 힘든 정도의 사람이라면 70% 이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예방] 금연은 필수, 폐기능 강화 식품 많이 먹어야

COPD를 조기에 진단하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소 올바른 생활습관으로 COPD를 예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흡연자는 금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다. COPD를 진단받았다고 하더라도 금연하면 기침·가래 등의 증상이 완화되고 증상 악화 속도가 줄어 사망위험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COPD 환자는 호흡곤란으로 인한 체내 산소 부족으로 근육쇠약, 영양 불균형 등의 상태에 빠지기 쉽다. 따라서 단백질이 풍부한 식사를 하고, 하루 30분 이상 호흡에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의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 체력을 관리해야 한다.

폐 기능을 강화하는 식품을 챙겨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폐 기능 강화에 도움을 주는 대표적인 식품은 브로콜리다. 브로콜리는 '설포라판'이라는 유황화합물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 성분은 폐에 붙어 있는 세균이나 담배 찌꺼기 등의 유해물질을 씻어 내 폐를 깨끗하게 해준다.

또 브로콜리에는 비타민C와 베타카로틴 같은 항산화 물질이 들어 있어 세포의 면역력을 높여 폐를 튼튼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토마토나 수박 등에 들어 있는 붉은색 색소인 리코펜을 섭취하는 것도 좋다. 우리 몸에서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하는 리코펜은 체내의 유해산소를 감소시켜 폐 손상을 억제하고, 폐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리코펜은 붉은색을 내는 과일이나 채소에 들어있지만 대부분 그 양이 매우 적다. 그중 리코펜을 가장 많이 함유한 과일은 토마토다. 토마토는 특히 올리브오일에 버무리거나 볶아 먹으면 체내 흡수율이 높아져 폐 기능 강화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

※ 다음 증상 중 3개 이상이 해당되면 COPD를 의심할 수 있다.
* 잦은 기침을 한다.
* 가래가 생긴다.
* 또래에 비해 숨이 자주 가쁘다.
* 40대 이상이다.
* 현재 흡연 중이거나 과거 흡연한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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