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로 향하는 나의 순례길

힐링 스토리

2013년부터 헬스조선이 매년 봄·가을로 진행하는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 걷기’. 지난 4월 퇴직한 후 꿈에 그리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게 된 중년의 순례자는 비로소 그 길 위에서 아름다운 자연과 동지와 자신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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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에서 출발해 몰리나세카로 이어지는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

여행의 시작
도보순례 첫날 호텔에서 아침을 든든히 먹은 후 ‘푸엔테 라 레이나’로 이동했다. 그곳 알베르게(Albergue·순례자 전용 숙소) 겸 바르(Bar·간단한 음료를 파는 카페)에서 여권에 첫 스탬프를 찍은 후 모두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도보여행을 시작했다. 몇 걸음 가지 않아 왼쪽에는 시냇물이 흐르고 오른쪽에는 노란 야생화가 지천이었다. 5월에야 핀다는 개양귀비꽃의 아름다움이 발길을 붙잡았다. 허리를 굽혀 사진을 찍고 일어서는데 재잘거리는 새소리가 마치 소녀들의 수다처럼 귀를 간지럽혔다. 내가 와 있는 이곳이 바로 산티아고로 가는 순례자의 길이구나!

나는 어느새 자연의 향연에 매혹되어 소리를 따라, 꽃을 따라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렇게 4일간은 끝없이 이어지는 밀밭과 노란 유채꽃밭, 이제 막 잎을 틔우는 포도밭 길을 봄 햇살 아래 미풍을 맞으며 걷고 또 걸었다. 나의 발은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며 물집을 만들었지만 일행은 서로 부르튼 발을 보며 웃었다.

나와 일행들
오전엔 주로 혼자서 걸으며 지난 세월과 앞으로의 삶을 생각하며 걸었고, 오후에는 일행들과 간간이 얘기를 나누며 걸었다. 나는 지난해 12월, 36년간의 직장생활을 끝내고 정년퇴직을 했다. 굽이굽이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래도 즐거움과 성취감이 컸기에 한 번도 쉬지 않고 지금까지 달려왔다.

처음 퇴직을 하고 일주일은 잠이 계속 쏟아졌는데, 깨어나니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퇴직을 하고 나면 하고 싶은 일도 많았는데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한 달간 정체성의 혼란을 겪은 후 꿈으로만 간직하던 산티아고 도보순례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마음을 정하니 괜스레 바빠졌다. 도서관에 가서 관련 서적을 빌려 읽고 집 뒷산과 이기대(부산시 남구) 해안길을 걸으며 준비를 했다.

함께 걷는 일행들의 사연도 다르지 않았다. 하던 사업을 접고 새로운 일을 계획하는 이, 종가 며느리로 온 집안을 돌보다 몸과 마음이 소진하여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왔다는 주부, 단지 걷는 것이 좋아 실컷 걸어 보려 한다는 여성 등. 이렇게 만난 우리는 기나긴 길을 걸으며 각자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앞에서 걷고 있는 또 다른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힘을 얻었고, 자신이 귀한 존재임을 알게 되었으며 자유로운 영혼을 경험했다. 그 증거는 깊이 묵상하며 걷는 이들의 얼굴에 온화함이 묻어나고 지나는 순례자와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아름다운 자연에 감탄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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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리니 십자가’ 뒤로 펼쳐진 아스토르가 전경

다시 길 위에서
도보 5일째는 ‘철의 십자가(Cruz ferro)’를 지나는 날이다. 나는 한국에서 준비해 간 조약돌과 전날 저녁 작성한 기도문을 가지고 가서 십자가 앞에 놓았다. 앞서 다녀간 많은 이들의 소원이 적힌 돌들이 작은 산을 이루며 쌓여 있었다. 이곳은 해발 1500m 정도인데 거기서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길은 ‘칸트로호’라고 불리는 보랏빛 꽃과 ‘하라’라는 이름의 흰색 꽃들이 산 전체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멀리 산들이 겹겹이 겹쳐지면서, 들판과는 또 다른 아름다운 풍광을 자아냈다.

이렇게 걷다 보니 어느새 도보 10일차. 우리는 마지막 종착지 ‘몬테 데 고소(기쁨의 언덕)’에 도착해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었다. 산티아고 시내가 저 너머로 보였다.
오후에 산티아고 성당과 주변을 둘러보고 호텔로 와서 서둘러 몸을 씻고 저녁 순례자 미사를 드리러 성당으로 갔다.

이날은 우리 일행 중 제일 연장자 부부의 결혼 47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기념이 될 이벤트를 구상하다 유명한 ‘향로미사’를 청원하였다. 점심 무렵 우리의 청원이 받아들여졌음을 미리 알고 일찌감치 성당 앞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드디어 미사가 시작되었다. 미사 마지막에 빨간 정복을 입은 8명의 남자들이 힘을 모아 동아줄을 잡아당기니 공중에 걸려 있던 향로가 스르륵 밑으로 내려와 좌우로 힘차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향로는 뽀얀 연기를 날리며 그네를 타듯이 우아하게 미끄러지고 그와 동시에 남성중창단의 합창이 울려 퍼졌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름다운 광경에 모두 넋을 놓았다. “우리의 남은 날도 부엔 카미노 하기를….” 나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TIP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 걷기’에 참여하려면?
헬스조선의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 걷기’는 200km와 130km로 나눠 진행된다. 4성급 호텔에서 머물며 버스로 코스까지 이동하기 때문에 가벼운 배낭 하나만 메고 걷기에 집중할 수 있다. 하루 평균 20km씩 걷게 되는데, 주말 등산을 즐기는 시니어라면 무난히 소화할 수 있다. 200km는 총 10일 동안 걷는다. 전반은 드넓은 밀밭 평야지대를, 후반은 풍요로운 목초지대를 따라 걷는다. 130km는 총 6일에 걸쳐 산티아고 대성당에 입성한다. 헬스조선 스태프가 일정 내내 동행한다.

200km 걷기
일정
9월 10~25일(14박16일)
주요 관광지 스페인 팜플로나·레온·산티아고, 포르투갈 포르토
참가비 595만원(유류할증료·가이드 경비 포함)

130km 걷기
일정
9월 14~24일(9박11일)
주요 관광지 스페인 마드리드·루고·산티아고, 포르투갈 포르토
참가비 445만원(유류할증료·가이드 경비 포함)

문의 1544-1984(헬스조선 비타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