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해진 황사, 호흡기 약하면 피하는 게 최선

[메디컬 포커스] 호흡기 질환

이미지
오연목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천식 때문에 꾸준히 치료받던 50대 여성 환자가 최근 응급실에 실려왔다. 환자는 두 달 전부터 길거리 장사를 시작했는데, 그 이후로 평소 쓰던 약으로는 증세가 잘 조절되지 않았다고 했다. 기관지가 원래 약한데다가 하루 종일 황사 먼지를 들이마시는 바람에, 기관지가 더 예민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천식 발작이 와서 병원까지 실려온 것이다.

봄에는 황사 바람이 많이 분다. 그 때문에 평소에 앓던 호흡기 질환이 심해져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 수도 늘어난다. 한 대형 병원의 응급실 방문 환자 5068명의 진료 기록을 분석해보니, 황사 바람이 분 다음 날에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가 응급실을 유독 많이 찾았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황사는 숨을 들이마실 때 기관지 점막으로 들어가 붙는다. 먼지 입자 크기가 작을수록 폐의 깊숙한 곳까지 잘 도달한다. 이렇게 몸속에 들어온 황사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에 반응하는 면역세포를 민감하게 만든다. 황사 때문에 면역세포가 예민해져 있으면, 평소에는 괜찮던 작은 이물질에도 염증반응이 쉽게 일어난다.

황사를 쥐의 폐포(폐에 있는 작은 공기 주머니) 세포에 주입했더니 폐가 손상되고, 염증 반응이 일어나 폐에 독성 물질이 생겼다는 사실이 보고된 바 있다. 황사가 기존에 앓던 감기 증세를 더 악화시켰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사망 위험까지 높아진다. 서울 지역의 사망자 수를 분석한 결과, 황사 바람이 불었을 때의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다른 때보다 36.5% 늘었다고 한다.

중국의 사막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우리가 받는 황사의 영향도 커지고 있다. 올해는 황사의 근원지인 고비사막·내몽골·중국 북동부 지역의 강수량이 줄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황사가 많이 올 가능성이 높다. 황사에는 흙먼지 뿐 아니라 독성 화학 성분이나 미생물까지 들어 있어 우리 몸을 위협한다. 이런 것들을 분석하는 체계를 갖춰야 황사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호흡기 질환자와 일반인의 예방 노력도 필요하다. 기상청 예보를 항상 확인해 황사 바람이 부는 날에는 외출을 삼가는 게 질병 발생과 악화를 막는 최선의 방법이다. 외출을 꼭 해야 한다면 다소 번거롭더라도 황사 마스크를 착용하는 습관을 들이자. 눈에 보이지 않는 무서운 침입자를 막기 위해서는 외출 후 손 씻기 같은 기본적인 위생 관리는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