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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체육 동호회] 훌라댄스 동호회 '아이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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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라댄스 동호회 '아이조아'

아직 가시지 않은 겨울의 냉기가 코끝을 스치던 3월의 첫 금요일.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연습실에서는 하와이풍의 따뜻한 음악이 차가운 정적을 깼다. 섬세한 손가락이 리듬에 맞춰 움직이자 어느새 연습실 가득 꽃이 피어났다.

매주 훌라댄스를 추는 시니어들이 있다는 소식에 처음 든 생각은 '할머니들이 훌라댄스를 출 수 있나?'였다. 훌라댄스를 '몸매 좋은 여자가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드는 춤' 정도로 알고 있으니 훌라댄스 추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쉽게 그려질 리 없었다. 그런데 이런 편견은 훌라댄스 동호회 '아이조아'의 공연 영상을 보고 완벽하게 깨졌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꽃이 만발한 치마를 입고, 머리에 분홍빛 화관을 쓴 할머니들이 훌라댄스를 추고 있었다. 사뿐사뿐 내딛는 발, 우아하게 허공에서 그림을 그리듯 움직이는 손은 발레리나보다 우아해 보였다. 음악이 끝나자 나풀거리던 치마 끝을 살짝 붙잡고 수줍은 듯 마무리 인사를 건네는 회원들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이들을 만나봐야겠다고.

훌라댄스를 통해 '나'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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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라댄스 동호회 '아이조아'

연습실을 방문했을 때 이미 20명 정도의 회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지난 시간 배운 춤이 생각나지 않는다며 동작을 취해보는 사람, 새로 산 꽃 장식을 뽐내는 사람 등 동그랗게 모여 앉아 웃고 떠드는 모습이 마치 여고생들의 쉬는 시간처럼 생기가 넘쳤다.

평균 연령이 60대를 훌쩍 넘었지만 이들을 할머니라 불러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회원들의 에너지에 눌려 멍하니 서있는 나에게 누군가 웃으며 다가왔다. 아이조아의 안무 선생님 문홍자 씨였다. 화사하게 화장한 얼굴에 반짝이는 갈색 눈동자, 그리고 무엇보다 시원한 미소는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게 했다. "나이? 벌써 칠십이 넘었지. 근데 나이가 뭐가 중요해. 내가 이렇게 건강하고 즐거운데. 안 그래?" 그녀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에 딱 맞았다.

70대처럼 보이지 않는 비결에 대해 묻자 문홍자 씨는 "행복해서 그래. 나는 훌라댄스를 추면서 문홍자라는 이름 석 자를 되찾았거든"하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그녀는 학창시절 고전무용을 전공한, 장래 유망한 무용수였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부모님이 무용을 강하게 반대하시더라고. 그 당시 누가 춤에 대해 제대로 알았겠어. 무당이나 추는 거라고 노발대발하셨지." 이후 결혼하고 자녀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그녀의 인생에 '무용'이라는 단어는 떠올릴 수 없었다. "애들이 다 크고 나니까 이제 다시 내 인생을 찾아야겠다 싶더라고. 그래서 취미로 고전무용을 시작했어."

문홍자 씨가 훌라댄스를 처음 접한 건 고전무용 발표회가 있던 날이었다. 그녀는 "그때 느낌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 음악은 로맨틱하고, 춤추는 사람들은 행복해 보였지. 그때 내가 춰야 할 춤이 이거다 싶어서 바로 훌라댄스를 시작하게 된 거야"하며 그때를 회상했다.

미소에서 흘러넘치는 행복의 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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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라댄스 동호회 '아이조아'

훌라댄스로 행복을 찾은 사람은 문홍자 씨뿐만이 아니었다. 훌라댄스를 추는 회원들을 보고 있자니 굳이 묻지 않아도 그들이 얼마나 행복한지 느낄 수 있었다. 음악이 흐르는 순간부터 올라간 그들의 입꼬리는 내려올 줄 몰랐다. 동작이 틀려도 그저 즐거웠다. 모든 여성들의 고민인 얼굴 주름마저 춤을 추는 그들의 얼굴에서는 하나의 춤 동작처럼 아름답게 어우러졌다. 그들에게 훌라댄스는 그 자체로 행복이었다.

아이조아 회원 김공희 씨는 "훌라댄스를 시작한 뒤로 사람들이 자꾸 무슨 좋은 일 있느냐고 물어봐. 그냥 일주일에 한 번 춤추는 것뿐인데 보약 먹는 것처럼 힘이 난다니까"했다. 이어 "나도 즐겁지만 남편이 아주 좋아해. 수업 있는 날 아침만 되면 '오늘은 언제 가냐', '무슨 춤을 배우느냐'고 물어봐서 귀찮을 지경이야"라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그런데 아이조아는 처음부터 훌라댄스를 추기 위해 만들어진 동호회가 아니었다. 2011년 만들어진 우쿨렐레 동호회 '아이샤'가 아이조아의 시초다. 아이샤는 설립 초기 우쿨렐레만 연주하는 동호회였다. 하지만 앉아서 우쿨렐레만 연주하는 것에 2% 부족함을 느낀 초대 회장 김현순 씨가 우쿨렐레에 훌라댄스를 접목시켜 새로운 동아리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아이샤가 아이조아라는 한글 이름을 갖게 된 건 올해 초의 일이다. 김현순 씨는 "아이샤는 아랍어로 '젊은 인생'이라는 뜻인데, 의미는 좋지만 너무 어렵잖아. 그래서 쉽고 예쁜 이름을 지으려다 아이조아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 거지"라며, "아이조아의 예쁘고 사랑스러운 느낌은 훌라댄스랑 닮았어. 그리고 우리를 보면 이 이름이 딱 어울리잖아? 아이 좋아!" 하며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몽골까지 건너간 실력파 댄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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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라댄스 동호회 '아이조아'

시니어 동호회라고 해서 실력이 떨어질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이조아는 다양한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11월 전국 생활문화동호회 축제에서 최고의 호응을 받은 동아리로 선정되는 영예를 차지했다.

실제로 인터뷰가 있던 날 <훌라걸즈>라는 노래에 맞춰 훌라댄스를 추는 회원들을 보고 있자니, 평소 허리 좀 튕겨봤다고 자부한 에디터의 자만이 부끄러워질 정도였다. 그들의 손끝에서 나오는 부드러움은 연륜 없이는 표현할 수 없었다.

아이조아는 그동안 다양한 공연을 했지만 회원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입을 모아 말하는 건 몽골 공연이다. 2013년 '색동어머니 중앙회'에서 주최한 몽골 해외공연에 참여하게 된 아이조아 회원들은 아파트 지하 연습실에서 밤샘 연습을 불사하며 공연을 준비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잠을 줄여가며 춤까지 추려니 체력이 받쳐줄 리 없었다. 온몸이 쑤셨고, 주변에서는 "그 나이에 뭐하는 거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그들은 춤과 음악이 있어 즐거웠고, 또 그들을 믿고 응원하는 가족이 있어 힘을 낼 수 있었다. 김현순 씨는 "몽골 공연에서 노래가 딱 끝났을 때 눈물이 핑 돌더라고. 사람들의 박수갈채 속에 서 있는 나 자신이 자랑스럽고 앞으로 뭐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생겼지"라고 말했다.

보는 사람까지 행복한 춤을 추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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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라댄스 동호회 '아이조아'

아이조아 회원들과 나눈 대화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가 '행복'이었다. 그들은 춤을 통해 자신을 찾으며 행복해했고, 새로운 성취를 통해 행복을 맛봤다. 한편 아이조아 회원들은 자신만 행복한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아이조아 회장을 맡고 있는 홍기만 씨는 "춤을 추는 사람뿐 아니라 보는 사람까지 행복하게 하는 춤을 추고 싶어"라며, "우리가 춤출 때 주름이 자글자글해질 때까지 웃는 것도 그 때문이야. 우리가 누군가의 행복 바이러스가 된다면 아주 멋진 일 아니겠어?"했다.

10분간의 짧은 휴식시간을 마치고 아이조아 회원들은 다시 연습하기 위해 줄을 맞춰 섰다. 스피커에서 가수 패티김의 '하와이 연정'이 흘러나오자 동호회 회원들, 아니 22명의 무용수들은 다시 하와이 해변으로 행복한 여행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