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산책길, 한남동 리움미술관길

일상을 여행으로 만드는 골목길 여행. 한남동 주택가에 자리한 리움미술관 근처에 걸어보고 싶은 길이 생겼다.

밤낮없이 왁자지껄한 이태원을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태원 옆 한남동에 숨은 리움미술관길은 한가롭다 못해 한적한 느낌. 리움미술관을 중심으로 여러 갈래로 뻗은 주택가 사이에 무작정 발걸음을 멈추고픈 곳들이 생겨났다. 10년 넘은 동네 밥집 옆에 트렌디한 옷가게가 있고, 주택가 사이 살며시 자리 잡은 카페도 보인다. 인적이 드물어 산책하기 좋으며 군데군데 숨어있는 맛집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봄 햇살이 머리 위로 반짝 비치는 평일 오후에 한남동 리움미술관길을 만났다.


1. 리움미술관

도심 속 문화공간을 만든 리움미술관은 한남동 터줏대감이다. 이곳을 중심으로 맛집들이 속속 생기는 걸 보면 한남동의 이정표라 할 만하다. 매년 세 차례 정도 바뀌는 기획전시는 오래 준비하는 만큼 알차다. 5월 10일까지 열리는 올해 첫 기획전은 세계적인 설치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양혜규의 대규모 개인전 <코끼리를 쏘다 象 코끼리를 생각하다>. '자연과 인간의 존엄성 회복'이 주제다.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재료로 표현해 보는 이로 하여금 흥미를 더했다.

작품과 좀더 깊은 소통을 원한다면 오전 11시와 오후 1시, 3시에 진행되는 도슨트의 해설을 들으면 된다. 기획전은 물론 다채로운 작품을 모은 상설 미술관도 마련돼 있다. 고려청자, 백자 등 우리나라의 고미술품과 이중섭, 백남준, 앤디 워홀 등 국내외 작가의 근현대 미술품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개관시간 오전 10시 30분~오후 6시(매표 마감 오후 5시 30분), 월요일 휴관
문의 02-2014-6901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55길 60-16



2. 글래머러스펭귄

점심시간의 회사 근처 백반집만큼이나 북적이는 곳. 그날그날 만드는 홈메이드 케이크가 유명해 많은 이들이 찾는다. 좋은 재료를 사용해 고급스러우면서도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전반적으로 달지 않아 심심한 느낌이 들 수 있지만 먹다보면 멈출 수 없는 중독성이 있다. 선명한 빨강이 인상적인 레드벨벳 케이크(1조각 7500원)는 이 가게의 명물. 늦게 가면 맛보기 어려우니 오전시간대를 노리자. 케이크와 함께 마시면 좋은 따뜻한 커피, 레몬생강차 등도 있으니 입맛대로 골라 마시면 된다.

영업시간 월~금요일 오전 10시~오후 10시, 토·일요일 오전 11시~오후 10시
문의 02-790-7178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49길 16




3. 담장옆에국화꽃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은 사실이다. 떡 명장이 만든 퓨전 카페 '담장옆에국화꽃'에서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쁘게 내놓는 디저트는 맛 역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정도. 자색고구마, 단호박, 흑미, 쑥으로 색과 맛을 낸 인절미를 구워 꿀을 곁들인 사색인절미구이(8000원), 국산 팥을 사용해 만든 후 놋그릇에 담아낸 단팥죽(8000원)이 인기 메뉴다. 단팥죽은 겨울에나 구경하는 줄 알았다면 생각을 바꾸시길. 이곳에선 1년 내내 맛볼 수 있다. 우리네 전통 후식을 집에서 즐기고 싶은 이들을 위해 매장 한쪽에서 떡과 한과류를 개별 포장해 판매도 한다.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1시(마지막 주문은 오후 10시 30분까지)
문의 02-797-1157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49길 24



4. 페이퍼버스

음식점으로 가득한 한남동 거리에 숨은 보석이 있었다. 2013년에 오픈한 복합문화공간 '페이퍼버스'가 주인공이다. 디자인회사 ADA가 만든 스튜디오이자 갤러리, 아트숍, 카페 등을 아우르는 공간이다. 맛집 투어가 인기인 것처럼 갤러리 투어가 인기를 누리기 바란다는 김진석 대표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작품들로 공간을 채우고 싶단다. 편안하게 쉬면서 두런두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자리도 넉넉히 마련해 놓았다. 그래서인지 지나가던 외국인이나 손 잡고 산책하던 노부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남학생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한다. 잃어버린 감수성을 찾아 페이버버스에 승차해보는 건 어떨까.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8시
문의 02-547-5205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55가길 3 골든너겟빌딩 지하 1층



5. 스시Z

일식 요리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곳. '스시Z'는 정형화된 형태의 일식집에서 벗어나 남녀노소 누구나 만족할 만한 서비스와 맛, 분위기를 지향한다. 스시와 철판요리가 모두 준비돼 있어 입맛이 제각각인 여러 사람의 취향을 맞추기 안성맞춤이다. 즉석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카운터석과 가족 모임을 할 만큼 널찍한 단독룸이 마련돼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테라스에서 모임을 할 수 있다. 리움미술관 티켓을 가져오면 런치세트를 제외한 모든 메뉴가 10% 할인된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3시, 오후 5시 30분~자정, 주말은 브레이크타임 없이 오전 11시 30분~자정
문의 02-795-4267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55길 11




6. 바다식당

이름만 보면 횟집 같지만 알고 보면 고기와 부대찌개를 파는 식당이다. 이 근방에서 밥시간에 대기하는 줄이 가장 길다고 할 만큼 인기다. 붐빌까봐 늦은 오후에 방문했는데도 열댓 명 넘는 손님이 식사하고 있었다. 맛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주문한 부대찌개 존슨탕(小는 2만원, 大는 3만원)은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한우 사골을 우려낸 육수를 썼다는데 국물이 칼칼하면서도 부드러웠다. 김치와 양파, 햄, 치즈까지 골고루 들어가 누구나 좋아할 메뉴다. 돼지갈비와 소갈비 바비큐도 있는데 주방에서 조리돼 직접 구워 먹어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없다.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매월 첫째, 셋째 주 월요일 휴무)
문의 02-795-1317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49길 18



7. 피체리아 디부자

2011년에 처음 문을 연 후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지점을 세 군데나 낼 정도로 유명해진 한남동 대표 맛집이다. 애들이나 먹을 음식으로 치부하기엔 피자 종류가 다양하니 한번쯤 먹어봐도 좋을 듯하다. 루콜라 등 채소를 듬뿍 올린 부자 클라시카(1만8000원)는 여성에게, 매운 이탈리아식 소시지 살라미가 들어간 디아볼라 콘 올리베 네레(1만7100원)는 남성에게 인기가 많다. 종류가 많아 뭘 고를지 난감한 이들을 위해 만족도 평가를 별점으로 매겨놨으니 참고하면 된다.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 30분
문의 02-794-9474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55가길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