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단 국산 '천연물 신약', 절반이 年 매출 100억 훌쩍

화학의약품, 14%만 100억 넘어
여러 천연 성분, 몸 자극 덜 줘
만성·난치성 질환에 효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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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물 신약은 부작용이 적고, 만성 질환 치료에 효과가 좋다. 사진은 식물에서 추출한 약효 성분을 기계를 활용해 농축시키는 모습이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식물의 영양 성분을 추출해 약으로 만든 '천연물 신약'이 각광을 받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천연물 신약 임상시험 계획 승인건수는 2006년 5건에서 2010년 18건으로 늘었고, 2014년까지 연간 20건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제약사들이 생각하는 천연물 신약의 가치도 높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개발된 화학의약품(화학물을 합성한 약)은 21개, 천연물 신약은 8개로 천연물 신약이 훨씬 적지만 이중 100억 이상의 연 매출을 올리는 약은 화학의약품은 전체의 14%인 3개에 불과한 반면, 천연물 신약은 4개나 된다(2013년 기준). 정부도 2000년부터 2014년까지 1조 원이라는 거액의 돈을 천연물 신약 개발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 질병 치료제의 핵심이 될 천연물 신약은 어떤 약일까?

◇의약품, 크게 세 종류로 나뉘어

약은 만드는 원료에 따라 크게 화학의약품·천연물의약품·바이오의약품으로 나눈다. 화학의약품은 화학물을 합성한 약이고, 천연물의약품은 식물·동물·광물 같은 자연물로 만든 약이다. 바이오의약품은 생명체의 세포·유전자 등을 이용해 만든 약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대부분의 약이 화학의약품이다. 천연물 신약은 새로운 천연물의약품을 말하며, 국내에서 개발되는 천연물 신약들은 보통 식약처가 효능을 인정하는 602종의 생약(천연 약)들의 성분을 추출해 만든다. 현재까지 식약처에서 허가를 받은 국내 천연물 신약은 위염치료제인 스티렌(동아ST), 관절염치료제인 조인스(SK케미칼)·신바로(녹십자), 기관지염치료제인 시네츄라(안국약품) 등 8개가 있다.

◇천연물 신약, 부작용 적어 안전

천연물 신약이 각광받는 이유는 화학의약품에 비해 몸에 일으키는 부작용이 적기 때문이다. 성균관대 약대 이강노 교수는 "화학의약품은 주로 단일 화학 성분으로 이뤄져 있어 그만큼 인체에 강한 자극을 준다"며 "자연물 추출 성분에는 여러 부성분이 함께 들어 약효가 덜할 수는 있어도 부작용은 그만큼 적다"고 말했다. 또한, 천연물 신약에 쓰이는 생약은 보통 수백 년에 걸쳐 민간에서 약으로 사용되던 것들이기 때문에, 이미 사람 몸에 크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유럽 외 지역에서 30년 이상, 유럽 내에서 15년 이상 쓰인 자연물 성분인 경우 의약품 판매 허가를 내줄 때 독성을 검사하는 전 임상시험 단계를 면제해준다.

천연물 신약은 화학의약품으로 치료되지 않는 질환에 효능을 보이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염증성장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기대되는 식물 '천심련'이다. 이 식물의 성분으로 만든 약은 현재 미국에서 초기 임상시험을 통과했다. 동아ST 제품개발연구소 손미원 소장은 "화학의약품은 병을 일으키는 한 가지 원인에만 작용하지만, 천연물 신약에든 여러 성분은 다양한 원인에 동시 작용해 화학의약품으로 해결되지 않는 만성·난치성 질환을 더 쉽게 치료한다"고 말했다. 현재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기능성 소화불량이나 당뇨병성 신경병증에 화학의약품보다 천연물 신약의 치료 효과가 더 좋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부분의 성분, 기능 밝힐 수 있어

천연물 신약은 개발에 걸리는 시간이 화학의약품보다 훨씬 적다. 이강노 교수는 "천연물 신약 개발에 필요한 시간은 약 5년 정도로, 화학의약품 개발 기간의 절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앙대 약대 황완균 교수는 "민간에서 오랜 기간 이미 사용되던 생약을 이용해 만들기 때문에, 예기치 못한 독성으로 임상시험에서 탈락할 확률이 화학의약품에 비해 훨씬 적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천연물 신약을 개발하는 기술도 많이 발달했다. 손미원 소장은 "이전에는 생약 속 성분을 한두 가지 정도만 따로 추출해 낼 수 있다면, 이제는 대부분의 성분을 각각 추출, 성분별 기능을 명확히 밝혀내는 것도 어렵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