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파도 손 안 가는 환자食, 서울아산병원 가보니…

16일 오후 1시. 서울아산병원 본관 13층에 있는 다용도실은 점심을 마치고 식기를 반납하는 환자와 보호자들로 북적였다. 급식 회수차에서는 음식을 깨끗이 비운 식판을 찾기가 힘들었다. 밥과 반찬에 거의 손을 대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식판들도 있었다.

입원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환자들은 대체로 식사에 큰 불만을 느끼고 있지 않았다. 입원 4일째인 정모(70)씨의 점심 메뉴는 수육, 두부, 된장국, 김치, 멸치 등이었다. 정씨는 "음식이 대체로 싱겁고 밥에 비해 반찬이 부족한 편이지만, 치료의 일환이라고 생각하고 먹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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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의 입원 환자가 거의 안 먹고 남긴 환자식/헬스조선 DB

반면 한 달 넘게 입원 중인 이모(59)씨의 이야기는 달랐다. 입원 초기에는 환자식을 어느 정도 먹었던 이씨는 2주 정도가 지나자 남기는 음식의 양이 점점 많아졌다. 이씨는 “배가 고프다가도 막상 식사가 나오면 입맛이 싹 사라지고 우울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고급 식당만큼의 수준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환자식이 어느 정도 맛이 있어야 먹고 기운을 차릴텐데 맛이 없어 손이 안가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점심 메뉴로 환자에게 일반식 2가지와 치료식을 제공한다. 음식을 소화하기 어렵거나 특정 음식을 피해야 하는 일부 환자는 치료식을 먹게 된다. 아산병원 측은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 2700명 중 2000명 이상이 중환자이고, 대부분이 치료식을 이용한다"며 "치료식은 조미료가 최소한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환자가 평소 먹어왔던 식사와 비교했을 때 맛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식대가 3400원으로 9년째 동결된 것도 식사의 질을 떨어뜨리는 한 이유라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정부에서 정한 수가이지만, 일부 병원에서는 적자를 감수하고 환자식 개선에 투자를 하기도 한다.

일부 환자와 보호자들은 치료를 위한 식사라 ‘최고의 맛’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환자 식사는 치료(영양공급)를 위한 한 과정이기 때문에 병원측에서 환자가 식사를 잘 할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병원 식사에 대한 불만족 때문에 일부 환자들은 지하 식당가로 눈길을 돌린다. 푸드코트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병원에 입점한 음식점들은 입원 환자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지만, 보호자의 도움을 받아 식당 음식을 몰래 싸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겉옷으로 환자복을 감추고 들어와 식사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