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세 박모(경기 수원시)씨는 일하는 딸을 대신해 2년째 손주를 돌봐주고 있다.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아이를 보는데, 손주의 몸무게가 10㎏이 넘으면서부터 업어주기에 힘이 달린다. 최근에는 허리 통증이 생기고, 밤잠을 설치는 날도 많아졌다. 박씨는 딸이 쉬는 날을 이용해 병원에 갔다가 '척추 불안정증' 진단을 받았다.
'황혼 육아'를 하는 노인이 잘 겪는 허리 통증의 원인과 치료법을 알아본다.
노인이 흔히 겪는 허리 통증은 신경성형술·풍선확장술 같은 비수술 치료를 우선 시도해볼 수 있다. 성모다인병원 황장회 병원장이 신경성형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척추 불안정증, 휴식 취하고 가벼운 운동을
척추 불안정증은 척추가 제자리에 있지 못하고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상태로,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앉아 있거나 서있기 힘들고 허리를 곧게 못 펴는 증세가 나타난다. 외상·잘못된 자세·운동 부족 등이 주요 원인이지만, 무거운 것을 자주 드는 노인에게도 잘 생긴다.
척추 불안정증 환자의 대부분은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낫는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서, 가벼운 걷기·수영 등의 운동을 하면 증상이 훨씬 좋아진다. 병원에서 척추를 지지해주고 심부 근육을 강화시키는 장비(메덱스)를 이용한 운동치료나 도수치료·물리치료를 받아도 좋다. 성모다인병원 황장회 병원장은 "이런 노력을 기울여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신경성형술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경성형술은 국소마취 후 가는 관(카테터)을 통증 부위에 넣어, 유착된 신경을 풀어주고 염증유발 물질을 없애는 시술이다. 시술하는 동안 영상증폭장치(C-arm)를 이용해 시술 부위를 직접 보기 때문에 정확한 시술이 가능하다. 다만, 척추가 과도하게 많이 흔들리는 등 심각한 상태라면 치료 효과를 보기 어려우므로, 척추유합술 같은 수술을 받아야 한다.
◇척추관 협착증, 주사 치료 안 되면 풍선확장술
척추관 협착증도 손주를 돌보는 장·노년층이 많이 걸리는 병 중 하나다. 뼈나 인대 등이 두꺼워지면 척추관이 좁아지는데, 이 때문에 신경이 눌려 통증이 생긴다. 허리 통증과 함께 항문 주변을 찌르는 듯한 증상과 다리가 저리거나 힘이 빠지는 증상도 동반된다. 통증은 오래 걸을 때 특히 심해지며, 계단을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 더 힘들다고 호소하는 편이다.
척추관 협착증 초기에는 신경차단술이 효과를 낸다. 황장회 병원장은 "문제가 있는 신경을 찾아내 주사기로 약물을 주입하는 시술로, 신경 주변의 염증과 부종을 없애고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순환이 잘 되게 해준다"며 "만약 신경차단술을 받아도 호전되지 않는다면 비수술 치료인 풍선확장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소마취를 하고, 피부를 절개하지 않아서 고령이거나 당뇨병·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이 있어도 받을 수 있다. 척추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에 카테터를 넣어서, 풍선처럼 생긴 기구를 부풀려 공간을 만들어 준다. 여기에 약물을 넣어 염증을 없애면 통증이 완화된다. 하지만 대소변 장애가 있을 정도로 병이 심하거나, 다리에 힘이 없어서 잘 걷지 못 할 정도라면 추간공확장술, 척추감압술, 척추유합술 등 수술이 필요하다.
◇허리 근력 키우는 운동 틈틈이
치료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황장회 병원장은 "노인이라면 아이를 가급적 업거나 안지 않는 게 좋다"며 "아이를 꼭 업거나 안아야 한다면, 일어설 때 무릎부터 굽힌 후 천천히 일어나고, 한 자세를 오래 유지하지 말고, 아이를 업거나 안은 채로 집안일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루에 30분씩 햇빛을 쬐어서 비타민D 합성을 활발히 해야 뼈가 튼튼해진다.
운동을 통해 허리 근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노년층이 하기 좋은 허리 강화 운동〈작은 사진 참고〉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