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신경에만 국소마취… 90세 할머니도 거뜬히 수술

주부 한모(68)씨는 10년 전부터 양쪽 어깨 통증에 시달렸다. 얼마 전부터는 오른쪽 어깨 통증이 심해 거의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다. 병원에서는 "어깨 관절 내에 심한 염증이 있고 회전근개(어깨 힘줄)가 파열돼 수술해야 한다"고 했지만, 한씨는 심한 당뇨병을 앓고 있어 수술은 엄두도 못냈다. 어깨 수술을 하려면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데, 전신마취를 하는 동안 자발적으로 호흡을 못해 심폐기능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른본병원 상지관절센터는 어깨에 국소마취만 하고 수술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깨를 지배하는 신경에만 마취제를 주입한 뒤 관절내시경으로 파열된 회전근개를 봉합해주는 수술이다. 한씨는 그 수술을 받고 지금은 통증에서 해방됐다.

◇어깨 통증 의심되면 바로 검사받아야

어깨는 우리 몸에서 유일하게 360도 회전이 가능한 관절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반복적인 움직임과 노화로 어깨를 감싸고 있는 인대나 관절막이 손상돼 통증이 나타나고 움직도 제한될 수 있다. 대표적인 어깨 질환이 회전근개 파열이나 석회성 건염이다.

회전근개 파열은 어깨를 감싸고 있는 4개의 힘줄이 찢어진 것으로, 누워 있거나 팔을 움직일 때 통증이 특히 심하다. 바른본병원 안형권 대표원장은 "회전근개 파열을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파열된 근육이 말려 올라가 지방으로 변성될 수 있다"며 "진행 정도와 증상의 경중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빨리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석회성 건염은 어깨 인대에 이물질(석회)이 돌처럼 단단하게 뭉쳐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어깨 인대에 석회가 생기면 처음에는 어깨가 무거운 느낌이 들며 활동이 불편해지다가 점차 진행되면 팔을 들 때마다 따끔한 느낌이 든다. 심한 경우 통증 때문에 팔을 움직이기조차 어렵게 된다. 종종 목 주변으로 통증이 뻗칠 수가 있는데, 목 관절 이상으로 오인해 잘못된 치료를 받기도 한다. 바른본병원 상지관절센터 김승연 원장은 "석회성 건염은 엑스레이 촬영만 해도 석회의 위치와 크기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관절 내부 직접 보며 수술

회전근개 파열은 심하지 않을 경우 주사 치료와 체외충격파 치료(손상된 부위에 충격을 가해 혈관과 조직을 재생시키는 치료) 등 비수술적 요법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중증 이상으로 파열이 진행됐을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이때 '관절내시경'을 이용한다. 관절내시경 치료는 아픈 관절에 1㎝ 미만의 작은 구멍을 뚫고 내시경을 넣어 찢어진 어깨 힘줄을 봉합하는 수술이다. 내시경으로 관절 내부를 직접 관찰하기 때문에 MRI에서도 보이지 않는 미세한 손상을 확인할 수 있다. 흉터가 거의 남지 않아 후유증이 적고 회복이 빠른 것이 장점이다.

석회성 건염은 증상이 미비한 초기의 경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석회질이 자연 흡수되는 경우가 많아 항염증 약물과 인대 염증완화주사 등을 쓴다. 증상이 심할 때에는 회전근개 파열과 마찬가지로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석회를 직접 제거해야 한다. 김승연 원장은 "어깨 힘줄의 석회질 제거는 정확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관절내시경 수술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에게 수술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소마취로 90세 할머니도 어깨 수술

관절내시경을 이용한 수술이 매우 효과적인 치료법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전신 마취를 하기 때문에 고령이나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수술을 꺼리는 경우가 있다. 바른본병원 상지관절센터에서는 어깨 수술 시 전신마취 대신 국소마취를 한다. 목 부위에 있는 어깨 신경에만 마취제를 주입하므로 기도에 튜브를 넣지 않는다. 환자가 스스로 호흡하며 심장과 폐에 합병증이 거의 없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안형권 대표원장은 "두달 전에는 90세 할머니를 대상으로 관절내시경 회전근개 봉합술을 성공했다"며 "수술 시간이 30분~1시간 정도로 짧기 때문에 국소마취가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어깨 수술을 하는데는 2시간 정도 걸린다. 국소마취를 하면 회복이 빨라 입원 기간도 단축되고, 일상 생활 복귀가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