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조직 내 대식세포가 암세포 성장을 돕는 메커니즘이 국내 연구팀에 의해 세계 최초로 규명됐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이상언·김효수 교수팀은 대식세포의 PPAR(퍼옥시즘 증강제 활성화 수용체 델타)라는 전사인자가 암세포에 의해 활성화되면 암세포 제거 임무를 띤 대식세포가 오히려 암세포 성장을 돕는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대식세포는 외부에서 들어온 균을 막아내는 역할을 한다. 정상적인 대식세포라면 조직 내에 암세포가 생겨도 이를 알아채고 제거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 대식세포가 암세포에 길들여지면 암세포의 생존과 이동, 영양 공급에 중요한 혈관 생성을 촉진한다. 즉, 대식세포가 우리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저버리고 암세포의 성장을 돕는 것이다.
연구팀이 생명공학 전문지 '셀 리포트' 최신호에 발표한 이번 동물실험 결과를 보면, 대식세포의 이러한 활동은 'PPAR(퍼옥시즘 증강제 활성화 수용체 델타)'라는 전사인자가 암세포에 의해 활성화될 때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PPAR 미발현 생쥐의 골수를 정상 생쥐에 이식하여 대식세포에서만 특이적으로 PPAR이 발현되지 않는 생쥐(실험군)을 만들었다. 또한, 반대로 대식세포에서도 PPAR이 발현되는 생쥐(대조군)을 만들었다.
그 후, 두 군에 폐암세포를 이식하고 2주 뒤 암세포를 각각 떼어내 혈관 밀집도를 분석한 결과, 실험군이 대조군에 비해 암세포 내에 혈관이 더 적게 형성됐다. PPAR가 활성화되자 암세포 제거 임무를 띤 대식세포가 되레 암세포 성장을 도운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PPAR을 차단한 암세포는 성장이 억제된 것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PPAR의 활성도를 조절하는 방식의 기술을 확립하면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새로운 치료제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를 이끈 김효수 교수는 "이번 연구는 대식세포가 암의 성장과 혈관 생성을 촉진하는 핵심 신호전달 체계를 밝히고 암 치료와 관련한 새로운 소재를 발견한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