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명예보다 책임·윤리 추구하는 의사 돼야

columns 황건의 ‘인문학 속 醫師’를 고찰하다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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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용 소설<꺼삐딴 리>

형사정책연구원이 20여 년 전 실시한 직업별 부정부패 정도 조사에 따르면, 의사들은 우리나라의 다른 직업인에 비해 청렴한 것으로 인식됐다. 정치인이 3.81점으로 가장 부패한 전문직으로 조사됐으며, 재벌총수 3.60, 세무공무원 3.54, 경찰 3.43순이었다. 의사는 2.66점으로 대기업 사장(3.39), 검사(3.08)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청렴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지금 이 조사를 다시 한다고 했을 때 과연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일부 지식인 집단에서는 의사들의 윤리의식 결여, 인문학적 소양의 부족, 전문가 이기주의, 배타적 폐쇄주의 등을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의사들도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하지못하는 상태다.

서울대 교수를 지낸 전광용이 1962년 발표해 동인문학상을 받은 소설 《꺼삐딴 리》의 주인공인 의사 ‘이인국 박사’는 한국문학사에 길이 남을 만큼 압도적으로 카멜레온적이며 기회주의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과연 의대 학생들은 《꺼삐딴 리》 속의 이인국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한 의과대학본과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 26명에게 《꺼삐딴 리》를 읽고 독후감을 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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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문학과 의학>지에 실린 ‘《꺼삐딴리》와 의과대학생들의 의사상’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임

의사 청렴도, 20년 전과 같을지 의문

‘이인국은 이기적인 사람인가 아니면 시대의 희생양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학생들은 이인국의 행동에 대해과연 무조건적인 비판을 할 수 있는지를 놓고 고민했다. 가혹한 시대적 상황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희생양이라는 의견이 조금 더 많았다.

독후감을 낸 학생 중 이인국의 행동에 대해 ‘어쩔 수 없는 행동’이라면서 안타까워 한 경우가 27%(7명)였고, 비도덕적인 측면이 있으나 어쩔 수 없는 처사라는 답변은 15%(4명)이었다.

반면, 이인국을 무조건 비난한 사람은 26%(6명), 처지를 이해할 수는 있지만 결국은 비판한 경우가 12%(3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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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문학과 의학>지에 실린 ‘《꺼삐딴리》와 의과대학생들의 의사상’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임

이인국의 처세술, 의사에게 불필요

이인국과 같은 처세술이나 기회주의가 의사에게 필요한가? 주인공의 기회주의나 처세술이 옳지 않다고 주장한 학생의 수와 오히려 필요하다고 기술한 학생의 수를 비교했다. 그 결과, ‘이기적인 기회주의나 처세술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 학생은 11명(65%)으로, 이것이 ‘사회를 살아가는데 필요하다’고 주장한 6명(35%)보다 5명 많았다. 그렇다면 의사에게 ‘지조’나 ‘신념’이 중요한가? 지조나 신념이라는 단어를 직접 사용해 그 중요성을 물었더니 전체응답자 중 11명(42%)이 지조나 신념이라는 단어를 활용해 의사로서 이를 지키는 것이 가치 있다고 답했다.

전체 26편의 독후감 중 의사라는 직업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서술한 독후감은 총 17편(71%)이었다. 그중 ‘의사라는 집단이 특별한 책임과 사명감을 지니는 직업’이라고 생각한 경우가 5명(29%)이었고, 또한 ‘사회지도층으로서의 덕목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한 학생도 5명(29%)이었다. ‘의사는 그들만의 특별한 힘과 전문성을 지닌다’고 서술한 학생은 2명(12%)이었으며, ‘의사라는 직업을 성공을 이루는 방편으로 생각’하는 학생도 3명(18%)이었다. 기타 의견으로는 ‘권위적인 집단이다’와 ‘그저 한 사람의 개인’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이 소설을 읽고 자신은 과연 어떤 의사가 될 것인지 고민한 학생들이 많았다. 그중에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자신은이인국 같은 의사가 되지 않겠다’고 답한 학생들이 있는 반면, 자신이 미래에 어떤 의사가 될지 고민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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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문학과 의학>지에 실린 ‘《꺼삐딴리》와 의과대학생들의 의사상’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임

이들 중 ‘이인국과는 전혀 다른 의사가 되겠다’고 강하게 주장한 학생이 6명(25%)으로 가장 많았다. 이인국을 통해 바람직한 의사상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의사가 되겠다’고 적은 학생은 5명(20%)이었다. ‘의사로서 이인국처럼 의술에만 신경쓰는 의사가 아닌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점에 관심을 가짐으로써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겠다’고 주장한 학생도 2명(8%) 있었다. ‘과거를 비롯해 현재에도 의사의 행동이 비도덕적으로 보일 수 있는 사회의 부조리가 나쁜 것’이라고 기술한 학생도 4명(16%) 있었다.

의사란 결국 개인일 뿐인데, ‘이인국의 도덕적 면모를 제외한 그의 노력이나 능력, 혹은 처세술을 닮겠다’고 기술한 학생은 2명(8%) 있었으며, ‘이인국처럼 기회를 잘 이용해 성공을 이루는 의사가 되겠다’고 기술한 학생도 2명(8%) 있었다.

환자만을 위하는 의사가 환영받는다

미래의 의사들인 현재의 의대생들이 되고 싶어 하는 ‘실력 있는 의사’는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봉사정신이나 윤리관, 책임감 부족한 의사는 환자에게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VIP 환자가 오면 자기 환자로 만들려고 경쟁하는 의사, 돈이 되지 않는 수술은 서로 미루는 의사 등과 같은 모습은 환영받지 못한다. 돈이나 명예, 권력, 그 어떤 것에도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오로지 환자만을 위해 메스를 드는 의사들에게 환자는 열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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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병원 성형외과 과장 황건

/황건
인하대병원 성형외과 과장. 성형외과 전문의. 시인·수필가.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시인이자 수필가로 의대생들에게 문학과 의학을 함께 가르치고 있다.
최근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의학한림원 정회원에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