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가 기른 유기농 녹차, 혈관 건강 지키는 약이 됐으면 좋겠어요”

입력 2015.01.23 15:17

녹차 茶園 ‘다희연(茶喜然)’ 박영순 회장

다도( 茶道)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정갈하고 차분한 분위기는 기본이다. 찻잔은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찻물은 어떻게 우려야 하는지까지 정해진 법도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다희연( 茶喜然)의 다도는 달랐다. 그냥 잔을 들고 외친다. “ 하나님, 감사합니다” , “ 부모님, 감사합니다” , “ 여러분, 사랑합니다” . 그리고 그냥 따뜻함을 느끼며 편안하게 마신다. “ 차는 밥그릇에 마시더라도 감사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늘 곁에 두고 마시면 되는 것”이라는 다희연 박영순 회장의 철학이 반영된 차 마시는 법이다.

박 회장은 20 여 년 전 국내 첫 약국 체인인 ‘ 온누리약국’을 설립해 키웠고, 미국에 설립한 신약개발 회사 중 최초로 뉴욕 증시 상장을 이뤄낸 여장부이다. 박 회장이 약과 함께한 모든 사업을 뒤로하고 ‘ 녹차와의 사랑’에 빠지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따뜻한 남쪽 지역임에도 바닷바람이 서울보다 매섭고 차가웠던 한 겨울날, 다희연을 찾아 그 이야기를 들었다.


 

박영순 회장 (사진=조은선 기자)
박영순 회장 (사진=조은선 기자)
박영순 회장은…

.1946년 울산 출생
.1968년 부산대 약학대학 약학과 졸업
.1985년 원광대 대학원 약학 박사(생약학전공)
.1986년 약사임상생약연구회 설립
.1990~2010년 온누리약국체인 회장
.1997~2002년 렉스진바이오텍 회장
.2005년 농업회사법인 경덕(다희연) 회장



봄이 돌아와 녹차나무에 새순이 올라오면 다시 녹차 채취가 시작된다. (사진=조은선 기자)
봄이 돌아와 녹차나무에 새순이 올라오면 다시 녹차 채취가 시작된다. (사진=조은선 기자)
녹차는 茶가 아닌 藥이더라

박 회장이 많은 차 중에 녹차를 선택하게 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백세건강의 기본이 되는 혈관 건강을 위해서는 녹차만 한 것이 없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근거 없는 믿음이 아닌 자신이 직접 배우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내린 결론이다. 박 회장은 ‘한약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약사’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박 회장은 “한약을 먹고 생리통이 나았다”는 손님의 말 한마디에 한약의 원리가 알고 싶어 1979년 원광대 대학원 약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해 생약에 대해 공부했다.

임신한 몸으로 새벽기차를 타고 다니며 1985년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오랜 약사 경험에 풍부한 생약(한약) 지식까지 갖추자 남들이 보지 못한 부분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녹차다. 한약 처방에 여러 약재를 섞어 쓰는 건 그 식물이 조금씩 가지고 있는 약리성분을 부작용 없이 섭취하기 위해서인데, 녹차는 다른 약재 도움 없이 단독으로 사용하는 게 신기했다. 박 회장이 찾은 비밀은 ‘카테킨’이었다. 폴리페놀의 일종인 카테킨은 우리 몸에서 항산화 작용을 한다. 콜레스테롤을 낮춰 혈액을 깨끗이 하고 혈관을 튼튼하게 한다. 박 회장은 “어느 식물도 녹차처럼 카테 킨을 고용량 함유하고 있지 않다”며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밥을 챙기는 것처럼 녹차를 마셔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 역시 매일 녹차를 6~8잔씩 마신다.

2004년 무공해 원시림 구입, 3년 만에 첫 녹차 생산

다희연에서는 다른 녹차밭에서 볼 수 있는 잘 다듬어진, 깨끗하고 예쁜 녹차잎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녹차나무의 키는 성인 남성의 무릎 정도 밖에 안 되고, 잎은 거뭇거뭇하다. 벌레들이 야금야금 먹고 간 흔적 때문이다. 잡초가 함께 자라고 있어 정돈된 느낌도 없다. 박 회장은 “이 모습 이 녹차나무 그대로의 모습”이라며 “화학비료, 농약, 제초제 등이 한 번 도 닿지 않은 녹차나무가 예쁠 리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 녹차밭에는 박 회장의 공이 듬뿍 들어있다. 우선 땅을 찾는 데 공을 들였다. 재배할 때 농약을 안 친다고 해도, 땅이 농약에 오염돼 있으면 진짜 유기농이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희연의 녹차밭은 6개월에 걸친 노력 끝에 찾았다. 2004년 처음 땅을 구입할 때에는 원시림 같았다. 박 회장은 “나무와 덩굴이 얽혀 있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땅이었기에 내 차례까지 온 것 같다”며 “물 빠짐이 좋고 공중 습도가 높아 녹차 재배를 위한 최적의 장소였다”고 말했다. 덩굴을 치우고 땅을 개간하는 데 1년이 걸렸다. 자동으로 영양분을 공급하는 이스라엘식 자동 관비 시스템도 깔았다. 그 위에 2년생 유기농 녹차 묘목 33만 그루를 심고 생선, 당근으로 만든 발효액을 먹이며 녹차나무를 키웠다. 2년의 기다림 끝에 2007년 첫 녹차를 수확했다.

박영순 회장 (사진=조은선 기자)
박영순 회장 (사진=조은선 기자)

녹차는 우리 삶의 필수식품

녹차에 대한 박 회장의 독특한 철학이 있다. ‘녹차는 기호식품이 아닌 필수식품’이라는 것이다. 박 회장은 “녹차 마시기를 꺼리는 사람 대부분이 카페인을 걱정하는데, 녹차속의 카테킨과 티아민 성분이 카페인 활성을 억제시키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 없다”며 “녹차를 마시면 잠이 안 오는 경우는 카페인 때문이 아니라 의식을 또렷하게 해주는 티아민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부담을 갖는 사람들을 위해 박 회장은 녹차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시키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다희연에서 판매하는 녹차발효액은 녹차 속 카테킨의 흡수를 높이기 위해 박 회장이 직접 만든 제품이다. 흑설탕으로 녹차잎을 100일 동안 발효시키면 카테킨이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로 자연 분리돼 그냥 마실 때보다 흡수율이 높아진다. 다희연 내 카페에서 파는 녹차는 시중 것과 좀 다르다. 카테킨과 티아민이 정확히 반반 비율이 되는 5월에 난 녹차 잎만 사용한다. 박 회장은 “녹차는 누구나의 삶에 꼭 필요한 필수식품”이라며 “녹차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버리고 누구나 편안하게, 곁에 가까이 두고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사람이라도 더 건강해지는 세상 위한 발걸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박 회장은 “아무 계획이 없다”고 대답했다. “한번 도 무엇을 하고 싶다거나, 무엇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온 적이 없다. ‘약사로서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는 일을 하자’고 생각하니 그냥 꾸준히 해야 할 일들이 생겼어요.”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박 회장은 “내가 경험하고, 공부한 좋은 녹차를 사람들에게 많이 알리는 것이 지금의 내가 할 일이고, 내가 충실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 집은 녹차밭 한가운데 야트막한 언덕 위에 있다. 카페와 식당, 기념품점이 모여 있는 본 건물까지는 꽤 거리가 있다. 하지만 박 회장은 날씨가 허락하는 한 늘 걸어서 다닌다. 일흔이 다 된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르고 잰 발걸음을 옮긴다. 박 회장이 꿈꾸는 ‘한 사람이라도 더 건강한 세상’으로 가까이 다가서는 걸음이다.



Tip.  <다희연>을 방문하고 싶다면?

다희연은 녹차를 주제로 한, 몸도 마음도 쉬어갈 수 있는 힐링공간이다. 이곳에서는 녹차따기와 녹차덖기 등 다양한 체험부터 무공해 전기카트를 타고 녹차밭을 누비는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그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건 ‘짚라인’이다. 양 편 의 나무 또는 지주대 사이로 튼튼한 와이어를 설치하고 그 사이에 와이어를 걸어 빠른 속도로 반대편으로 이동하는 레포츠다. 거문오름의 용암이 만든 국내 유일의 곶자왈 천연 동굴 카페도 눈길을 끈다. 다희연에서 재배한 유기농 녹차를 재료로 한 먹거리를 맛볼 수 있다.

이용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계절별로 다름)
주소  제주시 조천읍 선교로117
문의  064-782-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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