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함께 나누었기에 더 행복하고 더 즐거웠다

[이달의 스케치] 한국백혈병환우회·대한파킨슨병협회 연말 모임

아쉬움과 기대, 설렘이 교차하는 연말연시다. 한 해를 시작하는 기대감에 들뜬 분위기가 이어진다. 과거에는 이럴 때 환우들을 찾았다. 남들이 즐겁게 보내는 시간에 병마와 투병하고 있을 환우들을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환우들의 연말연시가 더욱 따뜻하고 즐겁다. 오히려 행사에 참석한 기자가 위로 받을 정도다. 연말연시 행사마다 “앞으로의 날은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할 것”이라는 희망찬 메시지가 가득했다. 그들의 연말을 함께했다.


ㆍ대한파킨슨병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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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15일, 파킨슨 사랑방 라디오 공개방송은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이강중(왼쪽 아래 사진)씨가 노래를 하고 환우 3명이 진행을 맡았다. (사진=조은선 헬스조선 기자)

“우리들이 직접 우리들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대한파킨슨병협회는 2014년 12월 15일 환우가 직접 진행하는 ‘파킨슨 사랑방 라디오’ 공개 방송을 열었다. 참석자 20여 명의 숨이 서로 오갈 정도로 좁은 장소에 사람들이 꽉 찼다. 그래서일까, 더욱 정겨운 느낌이 들었다. ‘파킨슨 사랑방 라디오’는 매주 월요일 저녁 7시부터 8시까지 방송된다. 안드로이드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라디오스’ 앱을 다운받으면 들을 수 있다. 파킨슨병을 앓는 이강중씨가 신청자의 노래를 직접 부르는 순서로 방송은 시작됐다. “손이 굳어서 기타 소리도 틀리고 발음도 어눌해서 미안합니다. 하지만 노래는 정말 부르고 싶네요”라고 말했다. 모두가 박수갈채를 보냈다.


“봄의 새싹처럼 다시 일어날 그날을 기대해요”

방송 말미에 한 청취자가 신청한 노래는 김광석의 ‘일어나’였다. 공개 방송에 참석한 환우들은 함께 이 노래를 불렀다.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 번 해보는 거야. 일어나~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 모두 노래를 부르며 눈시울을 붉혔다. 환우들의 가창력이나 연주 실력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들의 노래와 숨, 웃음과 울음이 좁은 공간에 가득 찼다. 함께한 60대 환우는 “환우들이 모두 겁먹지 말고 일어났으면 좋겠다. 우리는 다시 태어나는 봄의 새싹들”이라고 말했다.


ㆍ한국백혈병환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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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겨울밤행복이야기'에서는 2013년에 환우들이 썼던 타임캡슐을 열어보는 시간이 있었다. (사진=조은선 헬스조선 기자)

“다시 얻은 소중한 삶, 베풀면서 살게요”

2014년 12월 14일 오후 5시 30분, 한국백혈병환우회의 ‘겨울밤 행복 이야기’ 행사 장소에 들어서자 이미 참석자가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도란도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새로 참석한 환우들의 자기소개가 시작됐다. 특이한 것은 다 큰 어른들이 자기소개 시 생일을 말하는 것이었다. “골수이식을 받고 다시 태어난 날을 말하는 겁니다”라고 이은영 환우회 사무국장이 말했다. 이들 모두 병의 증상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 ‘관해상태’다. “이제는 베풀면서 살겠다”고 모두 한 목소리를 낸다. 8년째 관해상태인 이충호(55)씨는 매일 큰 차량을 몬다. 리무진 시트와 항균 처리 시설을 갖춘 무균 차량이다. 골수이식이나 항암치료를 받아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를 병원에서 집까지 데려다 준다.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골수를 이식받고 삶의 희망을 찾았으니 앞으로는 투병하는 후배들에게 희망을 전달하는 희망 메신저가 되고 싶다”는 것이 그 이유다.


‘내일은 오늘보다 건강할 것’ 소망 담은 타임캡슐

자기소개 후, 사람들은 각자의 소망을 오색 색지에 적어 타임캡슐에 넣었다. 한 중년 여성은 ‘힘든 항암 치료를 받고 나오면서도 ‘엄마 잘 했지?’라고 말하며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이 대견하다. 함께 끝까지 버텨보자’라고 적었다. 이 여성은 백혈병 투병 중인 5살짜리 딸 아이의 엄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