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이겨내고 환한 웃음 지을 그날을 꿈꾸며

암환자와 함께 하는 ‘동행’

일상적으로 병원에서 열리는 질병 중심 건강강좌가 아니었다. 지난 11월 11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건강강좌는 좀 특별했다. ‘병원과 암환자의 행복한 동행’.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과 몸이 아픈 환자가 함께 동행을 한다고? 그것도 행복하게? 어떤 자리일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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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정식의 노래는 함께한 의료진과 환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사진은 김정식씨가 ‘행복’이라는 노래를 부르는 모습.
 ◇ 암이 가져다 준 ‘진짜 행복한’ 웃음

투병 중인 분들이 모였으니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내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분당서울대병원외과 김성원 교수는 “암환자들이 웃는 것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웃음은 진짜 행복한 웃음이다. 이미 암이라는 고통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는 그들에게는 모든 일상이 행복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초대 가수 김정식씨가 ‘풀꽃’이라는 노래를 시작하자 참석자들은 몇 번이고 따라 부르며 환하게 웃었다. 서로를 오래 바라보며 부르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는 노래 가사는 그 자체가 축복의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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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이 열린 분당서울대병원 대강당 출입문 앞에는 분당서울대병원 환우회 활동 사진이 전시돼 있었다.

◇ 이해인 수녀와의 특별한 만남

건강강좌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2008년 직장암 수술을 받은 이해인 수녀(70)였다. 암 환자뿐 아니라 마음이 괴롭고 일상이 힘든 국민들을 사랑과 평화의 글귀로 위로해 주는 ‘국민 이모 수녀님’이 처음 꺼낸 얘기는 ‘암에 걸려서 좋은 점’이었다. “아프다고 하니까 악담을 하던 사람이 사라졌고, 동료 수녀들의 잔소리도 덜 듣게 됐어요. 사소한 주변 것들에도 감사할 수 있게 됐고, 미워했던 모든 것을 용서할 수도 있게 됐지요.” 이해인 수녀는 자신의 투병 중에 위로가 됐던 시 ‘환자의 편지’도 낭독했다. “아플 때는 주변의 시선도 부담이 되더라. ‘건강한 당신, 나를 사랑하는 것은 알지만 가끔은 침묵이 위로가 된다’는 환자의 편지가 내게 많은 위로를 줬다”고 이해인 수녀는 말했다.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것은 이해인 수녀의 ‘고운 말 차림표’였다. 막말을 하지 말고, 비교하는 말을 할 때는 신중하고, 푸념이나 한탄 및 불평은 자제하며, 상대방의 말에 맞장구를 치자는 내용이었다. 이해인 수녀는 “아무리 아파도 사람다운 것을 포기하면 안 된다. 사람다움은 말에서 나오기 때문에 아프고 화가 나도 항상 좋은 말을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서로를 위로하면서 북받친 눈물

의료진과 간병인, 환자들이 자신이 직접 지은 시를 낭송하는 시간. 의사는 ‘의사의 기도’를, 환자는 ‘환자의 기도’를, 간병인은 ‘간병인의 기도’를, 간호사는 ‘슬픈 사람들에겐’을 낭송했다. 간호사가 ‘그가 잠시 웃으면 같이 웃어 주고, 대책 없이 울면 같이 울어 주는 것도 위로입니다’라는 구절을 낭송할 때였다. 애써 감정을 억눌렀던 참가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서러워서 우는 것이 아니라 공감해서 흘리는 눈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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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

“암은 인생의 많은 질곡 중 하나일 뿐입니다”
강연이 끝난 후 이해인 수녀와의 짧은 만남을 가졌다. 지친 모습이었지만, 눈과 이마, 볼, 코까지 얼굴 전체에 미소가 넘쳤다.

Q 암환자를 보는 건강인의 시선에 대한 말씀에 공감했습니다.

A 암환자를 ‘별다른 사람’처럼 바라보는 시선은 문제가 있어요. 암은 한 사람이 가는 인생길에 생길 수 있는 많은 질곡 중 하나일 뿐이죠. 가족과 의료진이 함께 발맞춰 걸어가면서 넘어질 때 기댈 어깨를 빌려 주고, 쓰러질 때 붙잡아 주면서 함께 걸어가는 것이 투병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암환자니까 이렇게 해야 해’라는 강권이나 배려는 환자를 불편하게 합니다. 이번 행사의 주제가 ‘힐링’이나 ‘위로’가 아닌 ‘동행’이라서 더욱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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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시집
Q 시 낭송을 할 때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은 것 같습니다.

A
시는 하나의 ‘상징적인 언어’만으로도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잖아요. 환자는 환자입장에서, 보호자는 보호자 입장에서, 의료진은 의료진의 입장에서 자신이 가졌던 어려움과 무기력함을 시 속 언어에서 발견했던 것 같아요. 자신의 아픔과 직면하면 눈물이 나고, 그 눈물은 곧 치유가 되지요. 그게 시가 가진 치유의 힘이에요.


Q 암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희망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A
고통을 겪고 나면 작은 것에도 감사하게 되고, 미워하던 것도 용서할 수 있게 됩니다. 틈 날 때마다 좋은 책을 많이 읽고, 생각과 인품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건 어떨까요. 분명 고통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더 환한 웃음이 찾아올 거예요.


Q 환자를 위해 시 한 편만 추천해 주세요.

A ‘행복의 얼굴’이라는 시가 있어요. 희노애락이 모두 공존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알게 해 주지요. 모든 분들이 늘 작은 것에 감사하며, 어떤 순간에도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행복의 얼굴
<이 해인>

사는 게 힘들다고
말한다고 해서
내가 행복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내가 지금 행복하다고
말한다고 해서
나에게 고통이 없다는 뜻은
정말 아닙니다
마음의 문
활짝 열면
행복은
천 개의 얼굴로
아니 무한대로
오는 것을
날마다 새롭게 경험합니다
어디에 숨어 있다
고운 날개 달고
살짝 나타날지 모르는
나의 행복
행복과 숨바꼭질하는
설렘의 기쁨으로 사는 것이
오늘도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