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에 따라 꽃이 피고 지듯, 모든 생명체에는 자연의 주기를 감지하는 능력이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체온은 온종일 누워있거나 어둠 속에 있더라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정하게 변한다. 시계와 같은 매커니즘이 작용해 몸 안에 일정한 리듬이 존재하는 것이다.
'생체시계'란 인간의 몸속에서 24시간을 기준으로 생리·대사·행동·노화 등 다양한 생명 현상이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눈과 연결된 시신경이 만나는 두뇌 시상하부에 있는 2만 개의 시계 세포가 중앙생체시계다. 폐와 간, 췌장, 피부 등 60조 개의 세포에도 각각 고유의 시계가 있는데, 이들은 모두 중앙 생체시계에 맞춰 활동한다.
생체시계가 잘 지켜지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지만, 교란되면 건강을 위협한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의하면, 국내 약 200만 명의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야간 근무자들이 주간 근무자들보다 심혈관질환 발병률이 3~40%나 높게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에서도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같은 조사를 진행한 결과, 주간 근무자들보다 야간 근무자들에게서 심혈관질환 위험이 1.3배 더 높게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체 활동의 원리를 밝히고 각종 장애의 원인을 규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체시계는 큰 가치가 있다. 최근 국내 연구진들이 생체시계 속 핵심 인자를 발견해 수면장애나 감정 기복을 극복할 가능성을 열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또한, 특정 시간에 체내 DNA 손상복구 효과를 높여 암 치료를 돕는 '시간항암요법'도 연구 중이다. 인간의 생활리듬을 조율해 건강을 지키는 생체시계 연구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