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조직 기증ㅣ생명은 순환합니다, 1 for 100]②
피부조직 수혜자 김한빈군… 3년 동안 13차례 피부이식
성인 될 때까지 年 2회 수술… 인체조직 70%, 수입에 의존
2012년 7월, 강원도 삼척의 한 교회에서 '펑'하는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가스 불을 켰던 여성은 화마(火魔)로 목숨을 잃었고, 함께 있던 9명의 아이들은 모두 부상을 입었다. 김한빈(14) 군은 사고 현장에 있던 아이들 중 가장 상태가 심각했다. 몸의 절반 이상에 화상을 입었고 얼굴 피부가 녹아 눈 밑의 근육이 보였다.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김군은 119 구급차에 실려 근처의 병원에 갔지만, "치료가 힘드니 더 큰 병원으로 가라"는 말을 들었다. 가족들은 곧장 김군을 서울로 이송했지만 생명은 여전히 위태로운 상태였다. 그 때 김 군을 구한 게 누군가가 기증한 피부조직이었다. 김 군을 치료했던 한강수병원 고장휴 부원장은 "한빈이는 몸 표면의 64%가 화상을 입었기 때문에 그대로 두면 2차 감염으로 패혈증이 생길 수 있는 상태였다"며 "죽은 조직을 제거하고 피부 이식수술을 해 간신히 목숨을 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피부가 녹아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없는 한빈이의 꿈은 기타리스트다. 아버지 김씨는 기타에 소질이 있는 한빈이를 위해 기타를 주문했는데, 화재 사고로 한빈이가 기타를 칠 수 없게 된 뒤에 배달된 탓에 한빈이는 새로 산 기타를 쳐보지 못했다. 한빈이의 손은 피부이식 수술을 거듭하며 호전되고 있다. 고장휴 부원장은 "손 화상이 심하지만 꾸준히 치료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게 목표"라 말했다. 가족들은 언젠가 한빈이의 기타 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길 기다리고 있다.
◇인식 떨어져 국내 기증자 부족
국내에는 인체조직 이식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지만 기증자가 턱없이 부족해 7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인체조직은 인종 간 적합성이 중요해 자국 내에서 구하도록 권고한다.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 윤경중 본부장은 "인체조직 기증에 대한 인식이 떨어져 국내 기증자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특히 피부는 작년부터 최대 수입국인 미국에서 대형 테러를 대비해 해외 반출량을 줄이는 바람에 더 힘들다"고 말했다.
돼지의 피부로도 피부이식수술을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사람이 기증한 피부보다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 또한 화상 환자의 경우, 수술 횟수가 많아 필요한 피부가 상대적으로 많다. 실제로 뼈를 기증받는 골육종 환자는 수술이 1~2회로 그치는 반면, 화상 환자는 수십 차례의 수술이 필요하다.
→ 인체조직 기증 사후에 뼈·연골·피부·근막·인대·힘줄·심장판막·혈관·양막(태아를 둘러싼 막)을 기증하는 것이다. 인체조직 기증을 하고 싶다면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에 조직을 기증하겠다는 ‘희망서약’을 하면 된다. 문의는 홈페이지(www.kost.or.kr)와 전화(1544-0606)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