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의료는 어떤 모습일까 ②
하지만, 지금의 3D프린팅 기술은 골조의 모양을 똑같이 재현해 냈을 뿐, 원래의 집과 똑같은 소재는 아니다. 그래서 똑같이 만든 새 골조를 직접 이식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3D 프린팅의 앞으로의 과제와 전망을 짚어 봤다.
안면 골격을 예로 들어 보자. 수술받아야 할 사람의 안면 골격을 인식한 3D 프린터는 똑같은 모양으로 이를 재현한다. 하지만 이는 시뮬레이션용일 뿐이다. 모양은 원래 뼈와 같지만 이를 그대로 이식할 수는 없다. 우리 몸에 이식할 수 있는 용도로 허가받은 소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술하기 전 가공 과정이 한 번 더 필요하다.
이 모형을 통해 정확한 뼈의 길이와 넓이, 굴곡진 각도를 확인한 의사는 우리 몸에 이식이 가능한 티타늄 소재를 활용해 이와 같은 모양을 만들어 낸다. 티타늄 소재의 골격을 확보한 이후에야 실제 수술이 가능해진다. 물론 이 과정을 통해 좀더 정확한 모양의 이식 골조를 만들 수 있고, 수술 시간도 대폭 줄었다.
하지만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한번에 인체 이식이 가능한 소재를 만들어 내야 할 필요성은 절대적이다. 그래야 불필요한 과정을 줄일 수 있고, 비용에 대한 부담도 줄어든다.
인공장기 개발 성공 가능성 높은 ‘심장.혈관’
사람 모양과 똑같은 혈관을 만들었다면, 혈관 속 세포와 세포막까지 동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포를 잉크처럼 쏘아 올리는 기술, 즉 바이오(셀)프린팅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유기적으로 달라붙게 해 한 조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다. 이 기술이 실현되면 손상된 심장을 새로운 ‘내 심장’으로, 손상된 혈관을 새로운 ‘내 혈관’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준규 교수는 “복잡하고, 화학적인 기능을 많이 하는 간.신장 등 다른 장기에 비해 혈관과 심장은 인공장기 개발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바이오콜라겐’ 소재의 ‘3D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힘줄.인대.연골 등 연부조직 재생을 위한 지지체 개발에 성공한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를 통해 근골격계 연부조직인 회전근개나 전방십자인대, 반월상연골 등을 효과적으로 재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강 교수는 “우리 몸속 장기와 똑같은 소재의 잉크 개발은 물론, 이를 우리 몸에 이식했을 때 거부반응 없이 잘 안착될 것인가 등을 임상을 통해 입증하려면 앞으로 연구할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광유전학의 발달
빛으로 사람의 기억을 원격 조종하다
원하는 뇌 신경세포, 빛으로 활성화시키다
우리가 학습하고, 듣고, 보고 만지는 행동을 통해 외부에서 인지된 감각은 전기신호로 바뀌어서 신경세포를 통해 뇌에 전달된다. 이 신경세포는 여러 개의 다발 형태를 띠고 있다. 지하철 노선도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각 역이 지하철 노선을 통해 서로 연결돼 있는 것처럼 신경세포도 각자 줄기로 연결돼 있고, 이 줄기들은 또 다른 줄기로 서로 엮여 있다.
지하철 노선 같은 신경세포 간의 연결을 ‘신경회로’라고 하고, 지하철 노선이 만나는 역과 같은 신경세포 간의 연결부분을 ‘시냅스’라고 한다. 신경회로와 시냅스의 형성은 사람이 갖고 있는 다양한 기억과 경험, 질병 등에 따라 다르게 구성된다. 특히 시냅스의 개수와 모양 그리고 크기가 사람의 행동과 생각, 감정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바뀐다.
최근 연구하는 광유전학은 어떤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낄 때, 어떤 질병 상태에 있을 때 어떤 경로의 시냅스가 활성화되는지를 연구하는 새로운 뇌과학 연구 분야다. 이 연구가 가능한 것은 ‘채널로 돕신’이라는 단백질의 발견과 신경세포에 응용한 덕이다. 채널로돕신은 녹조류가 청색광에 반응하여 주광성을 보이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청색광수용체 단백질이다. 채널로돕신이라는 분자가 빛을 인지하기 때문에 빛을 쏘면 이 빛을 전기 신호로 바꾸어 마치 정말 외부에서 어떤 자극이 온 것처럼 신경세포를 활성시킨다.
채널로돕신은 아주 낮은 세기의 빛에도 반응하기 때문에 실험실에서 청색광을 내는 레이저, 청색광 LED 등을 이용해 연구하고 있다. 현미경에서 신경세포나 다양한 세포에 청색광을 비추는 방법은 주로 현미경에 부착한 레이저를 이용하며, 살아 있는 쥐의 뇌에 비추는 방법은 주로 청색광섬유를 이용한다. 넓은 공간에 청색광을 비추는 방법은 LED를 이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보자.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의 시냅스는 a-b-c의 경로를 거친다. 반면, 즐겁고 기쁜 사람의 시냅스는 a-b-d의 경로를 갖고 있다. 그러므로 우울증을 겪는 사람의 뇌 속 b-d 경로에 빛을 쏘면 이 경로 속 채널로돕신이 활성화되면서 즐거운 외부 자극이 없는데도 즐거운 사람의 시냅스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빛(리모콘)으로 시냅스(수신기) 조작 가능해져
TV 리모컨이 TV만 켤 수 있는 이유는 TV 안에 리모컨 신호에만 반응하는 ‘수신기’가 내장돼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 뇌 속에도 이런 식으로 ‘리모컨-수신기’ 시스템을 작동할 수 있다면 감각과 행동을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 기술은 채널로돕신을 쥐의 신경세포에 주입한 후 활성시켜 빛만 주면 신경세포가 활성되고 이를 이용해 쥐의 행동을 컨트롤한 스탠퍼드대학 칼 다이서로스 교수의 연구에서 시작됐다. 그는 광유전학의 시조로 불리는데, 2005년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이 내용을 발표한 후 큰 화제를 모았다. 이 논문은 지금까지 1300번 정도 인용됐다. ‘리모컨 구실을 하는 빛과 수신기 구실을 하는 채널로돕신’ 시스템을 통해 신경회로를 조절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특정 신경세포를 활성화하고 조작하는 방법은 그동안 전기자극이나 약물을 이용해 다양하게 시도돼 왔다. 하지만 이 방법들은 원하는 세포 말고 다른 세포에도 작용되는 단점이 있었다. 약물은 우리가 원하는 특정 타깃 세포 이외에 다른 세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또 약물이 혈류를 따라 이동하면 우리 몸 곳곳에 퍼지기 때문에 실제 약물이 치료 부위 이외에 다른 곳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리고 한번 주입된 약물은 분해되거나 몸 밖으로 배출되기 전에는 계속 잔류하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빛은 우리가 원하는 부위에 원하는 시간만큼만 빠르고 정확하게 쬘 수 있고, 또 끌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하고 빠르게 이를 조절할 수 있다.
원하는 부위의 뇌 신경세포 시냅스를 활성시키는 기술이 있다면, 이와 반대로 억제시키고 싶은 뇌 신경세포의 시냅스를 가두는 방법도 필요하다. 이 방법은 바로 ‘광유도 분자올가미(LARIAT:Light-Activated Reversible Inhibition by AssembledTrap)’ 기술이다.
이 기술은 세포에 빛을 쬐었을 때 세포 안에 순간적으로 단백질의 복합체인 올가미가 형성돼 이 올가미로 하여금 신경세포가 움직이지 못하게 가두는 것이다. 연구팀은 하나의 세포안에서 수 마이크로미터(10~6m) 정도의 매우 작은 부위에만 빛을 쬐었을 때, 그 부분에서만 매우 빠르고 특이적으로 단백질의 기능이 저해됐다가 빛을 꺼주면 저해된 효과가 금방 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세포가 분열하고 성장, 이동할 때 관여하는 다양한 신경세포의 기능을 가둬 손쉽게 원하는 신경세포의 기능을 저해할 수 있게 됐다. 그 동안 여러 가지 광유전학 기술이 개발됐지만, 대부분의 기술은 특정 단백질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단백질 저해 기술에 대해서는 개발이 돼 있지 않았다.
그러므로 광유도 올가미 기술은 광유전학 연구 분야에 있어 획기적인 연구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 연구 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이자 생화학 연구방법 분야 세계 최고권위의 저널인 <네이처 메소드(Nature Methods, IF 23.565)> 6월호에 발표됐다.
최근에는 채널로돕신 외에 좀 더 효과적으로 세포의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수용체를 개발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신경영양인자수용체 말단에 청색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을 결합시켜, 빛에 반응할 수 있는 수용체를 만들어 이를 광유도 신경성장인자수용체(OptoTrk)고 이름을 붙혔다. 또, 연구진은 이 신기술을 신경세포에 적용해 신경세포의 분화 유도에도 성공했다.
이 연구결과는 네이처 출판 그룹이 발간하는 세계적 권위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Communications, IF 10.015, JCR 상위 5.35%)> 온라인 판 6월 4일자에 게재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연구진은 빛으로 세포의 모양과 세포의 이동을 원격제어 하는 ‘광활성섬유아세포성장인자수용체 1(optoFGFR1)’ 기술도 개발했다. 이는 빛을 수용체에 한 번 쏠 때마다 일시적으로 세포 안에 신호 활성이 생기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빛을 쏘자 세포내 신호 활성은 오랜 시간동안 유지됐다. 이 기술에 관한 논문은 <케미스트리 & 바이올로지> 7월호에 표지 논문으로 게재되기도 했다.
퇴화된 신경세포도 살릴 수 있을까?
채널로돕신을 이용한 광유전학 기술은 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신경세포들의 기능과 새로운 신경회로를 밝히는데 최상의 기술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울증이나 치매 등과 같이 정신질환에 의해 퇴화된 신경세포를 근본적으로 되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번에 개발된 광유전학 기술은 신경세포 활성뿐만 아니라 신경세포의 성장, 분화를 빛으로 직접적으로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치매, 우울증, 그리고 파킨슨병 등을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것도 가능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만약 우리 뇌 속에도 이런 식으로 ‘리모컨-수신기’시스템을 작동할 수 있다면 감각과 행동을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지 않을까?“
허원도
KAIST생명과학과 부교수. 기초과학연구원(IBS)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그룹리더.
미국 스탠포드대학 화학 시스템생물학 선임 연구원.
월간헬스조선 11월호(78페이지)에 실린 기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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