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학회 "심장 스텐트 시술 ‘협진’ 의무화…환자 안전 위협할 것"

대한심장학회와 대한심혈관중재학회는 28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심근경색·협심증과 같은 분초를 다투는 질환에 스텐트 시술을 하는데, 흉부외과와의 ‘협진’을 강요하는 것은 국민 건강에 중대한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며 “반드시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지
대한심장학회와 대한심혈관중재학회서 주최한 기자간담회 모습

협심증·심근경색이 오면 바로 막힌 혈관을 뚫는 ‘스텐트(stent)’ 시술을 해야 한다. 지난 달 보건복지부는 “지금까지는 스텐트는 3개까지 보험 적용이 됐지만, 앞으로 스텐트를 개수 제한 없이 보험적용을 하겠다”며 “다만 스텐트의 적정한 사용 등을 위해 순환기내과 전문의와 흉부외과 전문의가 협의해 치료방침을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복지부 고시는 12월 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순환기내과 의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환자 안전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복지부가 ‘협진’의 근거로 내세운 것은 2010년 유럽심장학회의 가이드라인이다. 2010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중증 협심증 시술 시 여러 전문가 협진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가이드 라인은 2014년에 다시 바뀌었다. 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2010년 것이 비효율적이므로 스텐트 시술은 각 병원에서 자유롭게 할 것이라고 지침이 바뀐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심장학회 오동주 이사장은 “업데이트된 자료 조사도 제대로 안 해보고 잘못된 국제 가이드라인을 적용한 것은 국가적으로 창피한 일”이라고 말했다.

의료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현재 심근경색·협심증은 90분 내로 스텐트 시술 등을 해야 할만큼 분초를 다투는 응급질환이다. 흉부외과 의사와의 협진이 강제화되면 그만큼 시간이 지체될 수 있다. 흉부외과 의사가 없는 지방의 병원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복지부는 흉부외과 의사가 있는 병원과 MOU를 맺어 협진을 시행하라고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현재 경북지역에는 흉부외과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이 한 곳도 없다. 이런 지역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 대구에 있는 대학병원의 흉부외과 의사와 협진을 해야 하는 것이다. 오동주 이사장은 “환자 편의성은 물론 생명에 중대한 위험이 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흉부외과 수술이 가능한 병원 중 50% 이상이 서울·경기·인천에 집중돼 있다. 그 외 지역에서 연간 흉부외과 수술을 50건 이상하는 의료기관은 2곳 뿐이다.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안태훈 이사장은 “이번 개정고시에 의해 심장 질환자에게 필수적인 의료행위인 스텐트 시술이 불필요한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며 “정부에서는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이번 고시는 실질적으로 질병 치료의 보장성이 현저히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순환기내과와 흉부외과 협진을 꼭 해야 하는 심장질환은 '좌주관동맥질환', '다혈관질환'으로 응급 심장질환의 약 30%를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