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판교 테크노벨리 공연장에서 환풍구 붕괴돼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판교 사고 당시 공연장에는 공연을 보기 위해 안팎으로 700여명 가량이 모여있었으며, 환풍구 덮개에만 27명이 올라가 있었다. 이들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한 환풍구 덮개가 추락하면서, 피해자들이 지하 4층 높이(10여m) 아래로 추락한 것이다.
2014년은 유독 인명 사고가 많이 일어났다. 지난 2월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를 시작으로 이번 판교 사고까지, 올해 발생한 5건의 사고로 사망 및 실종자만 400명에 육박한다. 그런데 이렇게 발생하는 대형 참사들은 사고를 겪은 생존자나 그들의 지인뿐 아니라, 국민들에게까지 정신적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다.
트라우마란 정신건강의학적으로 '마음에 깊이 상처를 입힌 어떤 사건이나 상황'을 의미한다. 모든 충격적인 상황이 트라우마로 남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떤 상황을 경험했을 때 공포·불안·두려움 등을 크게 느끼면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또한, 직접 사건을 겪은 상황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 겪는 것을 지켜보는 경우에도 트라우마는 생길 수 있다.
트라우마는 사건의 크기에 따라 '큰 트라우마'와 '작은 트라우마'로 구분할 수 있다. 가족이나 지인의 죽음·성폭행·세월호 사건·전쟁 등의 끔찍하고 규모가 큰 사건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큰 트라우마'이며, 미디어를 통해 간접 경험을 한 일·단순히 친구에게 놀림을 받던 일·물에 빠진 일 등에 의한 것이 '작은 트라우마'이다.
충격적인 사건이 트라우마가 되는 것은 뇌의 편도와 연관이 있다. 뇌 안쪽 변연계에서 외부 정보를 처리·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편도와 해마의 협업 시스템이 불안이나 공포의 감정으로 인해 붕괴돼 트라우마가 머릿속에 자리 잡게 된다. 이렇게 기억 저장 시스템에 저장된 트라우마는 기억 조각으로 분리돼, 이를 연상시키는 냄새·물건·빛·소리 등을 마주할 때 되살아나게 된다. 트라우마는 단순히 불안하거나 두려운 감정뿐 아니라 우울증·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정신질환·무기력함·집중력 감퇴 등의 후유증을 남긴다.
심각한 불안·공포를 느끼게 한 사건이 트라우마로 자리 잡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안전하고 외롭지 않다고 느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만약 인식하지 못한 상태로 트라우마가 생겨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다면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트라우마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트라우마를 알아낸 이후에도 후유증이 치유되지 않는다면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과 대화를 하거나, 전문가의 별도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