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판 자르던 레이저가 ‘건강 광선’

레이저로 없애기도 살리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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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위한 ‘힐링에너지’로 레이저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신체의 미세한 부위에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방법으로 출혈도 최소화시켰고, 치료 후 감염 위험도 줄였다.

레이저라고 하면 영화 <스타워즈>에서 요다와 다스 시디어스가 레이저 검으로 싸우는 장면을 떠올리는 사람이 아직 많다. 이런 사람들에겐 레이저는 닿기만 하면 몸이 타버리는 살상무기지만(실제로 산업용 레이저 광선을 맞으면 몸이 탄다), 레이저를 잘 쓰면 질병을 치료하고 미모를 가꿔 주는 ‘건강 광선’이 된다.

레이저는 여드름 자국을 없애 주고, 얼굴 점을 빼서 인상을 바꿔 주며, 근시각막을 정밀하게 잘라내는 시력교정수술을 가능하게 해서 두꺼운 안경을 벗게 했다. 이렇듯 레이저가 인체조직을 깎고 없애는 데에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새살이 돋게 하고, 통증을 없애며, 염증도 줄인다. 탈모로 고생하는 개그맨 박명수가 흑채를 뿌리는 대신 선택한 것도 레이저 발모 치료였다.

레이저 기기는 가늘고 긴 튜브 양쪽에 거울이 달린 형태다. 튜브 안에 빛을 쏘면 빛이 거울에 무한 반사되면서 증폭되는데, 이때 튜브 속에 고체나 액체를 넣어 빛을 특정 한 파장으로 증폭시켜서 레이저를 만든다. 튜브에 넣는 물질을 ‘매질’이라고 부르는데, 매질 종류에 따라 만들어지는 레이저의 파장이 다르다. 안과에서 라식에 쓰는 엑시머레이저, 피부과의 루비레이저·야그레이저·CO2레이저 등 의료용 레이저장비 앞에 붙는 다양한 단어가 바로 매질의 이름이다.

레이저는 1960년생이다. 미국의 한 연구소에서 보석인 루비를 매질로 써서 개발했다. 레이저가 세상에 나오면서 삶의 모습이 많이 바뀌었다. 자동차공장에서 두꺼운 쇠판을 자르거나 오차 없이 프레임을 용접할 수 있게 됐고, 반도체에 미세한 구멍을 뚫을 수 있게 됐다. LP 대신 CD로 음악을 듣고, 계산기 대신 바코드로 물건값을 계산하는 것도 레이저 덕분이다. 젖병의 젖꼭지에 구멍을 뚫는 것도 레이저다.

레이저는 병원의 모습도 바꿨다. 레이저를 의학적으로 이용하는 기본 원리는 ‘신체의 미세한 부위에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것’이다. 이 원리를 이용해 출혈을 최소로 줄이면서 수술 부위를 절개하게 됐고, 점·주름살·흉터를 없애게 됐으며, 머리카락을 자라게 하거나 반대로 털을 없애는 것이 가능해졌다. 몸에 직접 닿는 의료기기가 없다보니 감염 위험도 줄었다.

자동차 강판을 자르는 산업용 레이저와 피부의 점을 빼는 의료용 레이저는 기본적으로 똑같다. 하지만, 동일한 레이저를 쏘는 강도와 시간을 조절해서 강판을 자르기도 하고 점을 빼기도 하는 것이다. 레이저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병변을 정확히 조준해서 쏠 수 있을까? 헬륨네온을 매질로 이용하는 레이저는 가시광선 대역이기 때문에 눈에 빨간색으로 보인다. 우선 헬륨네온 레이저로 병변의 위치를 정확히 조준한 다음, 눈에 보이지 않는 치료용 레이저를 쏘는 것이다. 그렇다면 놀이동산에서 하는 레이저쇼는 눈에 어떻게 보일까? 놀이동산의 레이저쇼는 연기나 드라이아이스 기체로 스크린을 만들고 여기에 레이저를 쏜다. 그러면 레이저 입자가불순물에 맞아 퍼지면서 빛이 눈에 보이는 것이다.

피부과에서 레이저 치료를 받을 때 개구리 눈 같기도 하고 탁구공을 반으로 자른 것 같기도 한 물체를 눈에 올려 놓는다. 이는 레이저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의료용 레이저는 힘을 약하게 만든 것이지만, 그래도 태양 에너지와 맞먹는다. 또 자연광은 빛이 번지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눈에 들어와도 망막에 넓게 맺히지만, 레이저는 직진하기 때문에 정면에서 바라보면 망막의 한 점에 그대로 모여서 망막을 파괴한다.

이처럼 레이저를 직접 보면 눈을 다치지만, 레이저를 처음 치료에 쓴 분야가 역설적으로 안과이다. 망막 혈관이 과증식해 망막이 분리된 망막박리 환자를 대상으로, 혈관을 레이저로 지져서 망막을 안구 벽에 붙이는 데 처음 이용했다. 삼출물이나 혈액이 새어나와 안압이 높아졌을 때 홍채에 구멍을 뚫어 안압을 낮추는 것도 레이저의 몫이다.

시력교정술인 라식, 라섹도 레이저가 발달하지 못했다면 불가능했다. 시력교정술에 쓰이는 레이저는 엑시머레이저다. 이 레이저는 조직을 대패처럼 같은 두께로 한 장씩 깎아 내서 연마하는 성질이 있다. 레이저를 계속 쏘고 있으면 열이 발생해 주변 조직에 영향을 끼치지만 아주 짧은 시간만 쏘면 열이 발생하지 않는다. 엑시머레이저는 정형외과에서 골조직을 정밀하게 깎거나, 내과에서 혈관에 붙은 혈전을 떼어낼 때 쓴다. 요즘 안과 개원가에서 라식·라섹을 더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고 선전하는 장비가 펨토세컨드레이저다. 펨토세컨드는 1천조분의 1초를 의미하며, 레이저를 극도로 짧게 쏘기 때문에 레이저 열이 주변 세포를 거의 손상시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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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를 가장 활발하게 활용하는 진료과는 피부과다. 색소성 질환에 효과적인 젠틀맥스레이저(왼쪽부터)와 흉터를 없애는데 쓰이는 뉴울트라 펄스 앙코르, 여러 가지 파장의 빛이 동시에 나오기 때문에 다양한 피부 질환 시술이 가능한 IPL, 높은 열을 발생시켜 깊은 주름을 없애는 울쎄라 등 다양하다.
레이저를 가장 활발히 이용하는 진료과는 피부과다. 한관종(땀샘 종양),기미, 주근깨, 잡티, 사마귀, 티눈, 쥐젖,검버섯, 주름살, 눈밑 지방, 여드름, 수두 흉터, 제모, 문신·화상 흉터 제거 등. 레이저의 피부과 적응증은 너무 많아서 세기도 힘들다.

산부인과 수술을 할 때에도 레이저를 많이 쓴다. 여성의 생식조직은 점액으로 덮힌 점막인데, 점막 바로 아래에는 가는 혈관이 촘촘히 깔려 있다. 칼로 점막조직을 절제하다가 조금만 깊게 째면 출혈 위험이 크기 때문에 정밀한 레이저 수술이 선호된다. 복강경이나 자궁경으로 병변에 최대한 근접한 뒤 레이저를 쏘아서 병변만 깨끗하게 없앤다. 레이저가 발생시키는 열로 병변 주변의 박테리아, 균,바이러스 등도 함께 사멸시킨다. 레이저는 암도 잡는다. 암세포에만 달라붙는 화학물질을 주입한 후, 여기에 맞는 파장의 레이저를 쏘면 정상 조직은 그대로 두면서도 암세포만 죽일 수 있다.

인체 조직을 없애거나 지질 때만 레이저를 쓰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조직을 생성시킬 때에도 레이저가 동원된다. 레이저 강도를 아주 약하게 하면 열이 발생하지 않고 빛에너지만 몸에 전달된다. 빛에너지를 흡수한 세포는 손상된 부분을 치유하는 화학물질을 분비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세포 조직의 손상이 아니라 재생이 된다. 여기에 쓰는 헬륨네온레이저는 이 때문에 ‘힐링레이저’라고도 불린다. 화상이나 피부상처, 궤양 등에 힐링레이저를 쏘면 조직 재생이 활발해져 상처가 빠르고 곱게 아문다. 적외선 파장의 레이저는 여드름.관절염.대상포진 치료에도 쓴다. 손목터널증후군이나 턱관절 장애, 관절통증 등의 완화에도 효과가 좋고, 욕창을 없애는 데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