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처럼 우직하게 한국인 간 지킨 50년

입력 2014.10.17 16:24

이제는 일본·중국인 피로까지 풀어 주다

‘간 건강’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곰부터 떠올린다. 50년 넘게 한국인의 간 건강을 돌보고 있는 우루사 때문이다. 곰은 몇 달씩 겨울잠을 자는 동안 에너지 소비를 최소로 줄이고 대소변도 안 본다. 그래도 요독이 생기지 않는다. 사람은 소변을 며칠만 못 봐도 요독이 생긴다. 곰은 몸에 쌓이는 독을 간에서 모두 해독하기 때문에 요독이 없는 것이다. 스웨덴의 생화학자올로프 함마르스텐이 1902년 북극곰 쓸개즙의 어떤 성분이 간 질환을 일으키는 독소와 피로물질을 배출시켜 준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 성분에 ‘UDCA(우루소디옥시콜린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곰을 뜻하는 라틴어인 ‘우르수스(Ursus)’에서 따온 명칭이다.

UDCA는 함마르스텐이 간 건강 효과를 확인한 뒤에도 50년 넘게 대중화되지 못했다. 체중 200kg이 넘는 곰에게서 나오는 웅담은 200g에 불과해 부르는게 값이었기 때문이다. 웅담이 한방에서도 가장 귀한 약재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UDCA의 대중화 시대는 1957년 일본에서 곰 쓸개를 쓰지 않고 UDCA를 합성하는 데 성공하면서 열렸다. 당시 대한비타민(현 대웅제약) 윤영환 사장은 술, 스트레스, 과로로 혹사당하는 한국 남성에게 UDCA를 약으로 만들어 팔면 통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일본에서 합성된 UDCA를 국내에 들여오기로 했다. 1961년 알약 형태의 우루사가 약국에 출시됐다. ‘우루소디옥시콜린산’의 앞부분을 변형해서 지었다. 우루사 외에도 전 세계적으로UDCA가 들어간 약품의 이름은 우르스,우르소, 우르소콜, 우르소팔크, 우르소산 등 대체로 비슷하다.

◇회사 이름까지 바꾼 빅 히트상품

우루사는 대한비타민의 사명을 대웅제약으로 바꾸게 했을 정도의 빅 히트작이지만, 처음부터 인기를 끈 것은 아니었다. 너무 쓰고 딱딱해서 복용하기에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출시 초기에는 한 해 매출이 500만~700만원에 불과했다. 10여 년이 지난 1974년 대한비타민은 우루사를 먹기 편한 연질 캡슐로 바꿨고, 1977년에는 생산을 자동화했다. 자동화와 함께 알약 하나하나의 함량이 균일해졌고, 생산공정의 위생도 역시 크게 개선됐다.

좋은 약은 시장이 바로 알아봤다. 수많은 경쟁제품이 난무하던 피로해소제와 간기능개선제의 시장점유율을 단숨에 50% 이상 차지하며 춘추전국시대를 제패했다. 이듬해인 1978년 사주인 윤영환 사장은 회사 이름을 아예 대웅(大熊)제약으로 바꿨다. 광고도 변경했다. 1960년대 우루사 광고는 ‘UDCA 성분의 간장약’이라는 ‘전문적이고 어려운’ 문구를 썼다. 윤 사장은 UDCA가 뭔지도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이 광고가 호응을 얻을 리없다고 보고, 1978년 ‘웅담 성분의 간장약’이라는 새로운 광고 문구를 직접 지었다. “금보다 비싼 웅담 성분이 들어있다니!” 소비자는 열광했고, 우루사는 그해 매출액 22억원으로 드링크제를 제외하면 국내 모든 의약품 중 가장 많이 팔린 약으로 올라섰다.

우루사의 인터넷 바이럴 광고에 등장했던 캡슐맨 사진.
우루사의 인터넷 바이럴 광고에 등장했던 캡슐맨 사진.

“곰 한 마리가 우루사 한 박스에”

1981년에는 경기도 광주에서 사육 중이던 반달곰이 우리를 탈출해 사살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사살된 반달곰의 쓸개가 경매에서 1600만원에 낙찰됐다. 대웅제약은 바로 “우루사 한 박스는 곰 한 마리와 같습니다”라는 광고를 만들었다. 120캡슐 1박스 속 UDCA 양이 웅담 1개의 함량과 맞먹기 때문이다. 1980년대 후반에는 우직한 곰 이미지인 당시 40대 탤런트 백일섭을 모델로 쓰면서 ‘직장인의 간 건강 도우미’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우루사는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과 처방전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으로 나뉘어 있다. 전문의약품 우루사는 UDCA 함량 300㎎인 제품(원발성담즙성간경변 치료제)과 200  ㎎인 제품(담석증, 원발성담즙성간경변, 만성C형간염 치료제)이 있다. 일반의약품은 UDCA 함량에 따라 다시 두 가지가 있다. ‘대웅우루사’는 UDCA 50㎎에 피로해소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B1, B2를 첨가했다. 만성 간질환자의 간기능 개선,간기능 장애에 의한 전신권태, 육체피로, 식욕부진, 소화불량에 쓴다. ‘복합우루사’는 UDCA 25㎎에 비타민 B1, 이노시톨, 타우린, 인삼 등이 들어 있다. 자양강장, 육체피로, 병중 및 병후 영양장애에 쓴다.

말린 웅담 사진
말린 웅담 사진

UDCA 원료물질 수출 세계 3위

대웅제약은 일본에서 수입해서 쓰던 UDCA를 1980년부터 자체 기술로 생산한다. UDCA는 합성이 까다롭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대여섯 업체만 원료물질을 생산할 수 있다. 불순물 없이 정제한 고순도의 UDCA를 최소 비용으로 제조하는 것이 노하우다. 대웅제약은 UDCA제제인 우루사를 만들기도 하지만 UDCA 원료물질을 수출도 한다. 수출 규모로 세계 3위 업체다.

대웅제약은 2010년 중국 진출을 시작으로 베트남, 태국, 일본 등에 완제품 우루사 또는 UDCA 원료를 수출하고 있다. 우루사는 9개국에, UDCA 원료는 10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지난해 수출액은 우루사가 150억원, UDCA가350억원이다. 호주와는 수출계약 체결 후 현지 허가절차를 밟고 있고, 미국은 2015년 시장 진입을 목표로 최근cGMP(미국 FDA의 의약품관리 기준)를 충족하는 공장을 지었다.

1980년대 우루사 광고 모델로 활동했던 탤런트 백일섭.
1980년대 우루사 광고 모델로 활동했던 탤런트 백일섭.
2012년 지식경제부는 대웅제약을 ‘월드클래스300’ 사업 대상 기업으로 지정했다. 월드클래스300은 매출액 1조원 미만의 회사 중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제품을 가진 기업을 선정해 2020년까지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는 사업이다. 월드클래스300 기업으로는 대부분 정보통신(IT)이나 화학 업체가 선정됐는데, 제약회사로는 대웅제약이 처음 뽑혔다. 이종욱 대웅제약 대표는 “우루사의 목표는 ‘세계 최고의 간장약’이다”며 “2016년에는 UDCA 원료 수출세계 1위를, 2021년에는 UDCA 완제품 매출 세계 1위를 달성하는 것이 대웅제약의 목표”라고 말했다.

※MORE TIP
UDCA의 효능
UDCA는 간에 축적된 독소 및 노폐물 제거와 혈류량 증가를 통해 간세포를 보호하고 손상된 간세포를 회복시킨다. 혈류량이 늘면 간세포가 왕성하게 자라며, 신진대사도 활발해져서 간의 해독 능력이 강화된다. UDCA는 세포 사멸을 막고 면역기능도 조절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원발성담즙성간경변 치료제로 유일하게 인정하고 있는 성분이 UDCA다. 일본에서는 만성C형간염과 간기능 개선 효과를 인정받고 있고, 유럽에서는 역류성위염 치료에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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