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발병에는 심리적 로드맵이 있다

입력 2014.10.11 10:00

“나는 암 유발 스킴을 갖고 있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절망이야말로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했다. 이렇듯 사람은 누구나 철썩 같이 믿어 오던 희망이 무너질 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람들이 철썩같이 믿어 온 어떤 생각이나 희망이 굳어져 자신의 사고일부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을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스킴’(정신 또는 사고체계 속의 도식)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보자. 성장하면서 늘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던 한 학생이 유명 대학에 입학했다. 언제나 상위권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학에서도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우수한 학생들이 모인 대학에서 이 학생은 꼴찌에서두 번째라는 처참한 첫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자신은 늘 상위권’이라는 스킴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이 학생은 학교를 그만두고 방 안에 틀어박혀지내게 됐다. 이는 그나마 양호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자살하는 젊은이의 소식이 종종 신문지상에 보도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우리는 누구나 스킴을 갖고 산다. ‘이사람은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을 거야’, ‘나 같은 사람이 직장에서 절대 퇴출될 리 없어’ 등과 같이 자기 위안 반, 자기암시 반을 섞어 스킴을 만든다. 어떤 사람에게는 돈이, 어떤 사람에게는 명예가, 사랑이, 다이어트가 스킴일 수 있다. 자신이 견고하게 쌓아 놓은 스킴이 무너지는 것은 우울증, 자살, 암 등 치명적 결과를 불러일으킨다.

현대사회에는 유전자 검사, 가족력체크 등 암 발병 위험도를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의학 데이터가 반드시 예측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암 발병이 예측됐는데 건강한 삶을 사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전혀 예상치 못했는데 암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차이를 초래하는 요인이 바로 스킴같이 심리적이고 정신건강의학적인 요소다. 스킴을 만드는 것은 자신의 자아상에 대한 부정이다.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원하고, 부모님이 원하고, 주변이 원하는 데 맞춰 허상의 스킴을 만들어 온 사람은 그것이 깨질 가능성 또한 높기 때문에 그만큼 암 발병률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내가 갖고 있는 스킴이 암발병의 로드맵을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알아보자. 사람의 성격은 각양각색이라서 일률적으로 무엇이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다음과 같은 성격의 소유자는 암 걸릴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러므로 이를 놓는 연습을 해야 한다.

암 발병의 심리적 로드맵 예시.
암 발병의 심리적 로드맵 예시.

◇ 세포 긴장 유발하는 완벽주의

완벽하게 어떤 일을 한다는 것은, 때로는 필요한 것이고 나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사람이 항상 완벽할 수 없다. 필요할 때만 완벽하면 되는 것인데, 매사에 완벽하려고 하는 것은 성격과 관련 있다. 완벽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이는 보통 사람보다 더 스트레스를 받게 만든다. 그래서 이들은 사소한 실수나 실책에 후회하고 “그렇게 하지말았어야 했는데…”라는 자책을 하는 경향이 크다. 이는 항상 마음의 긴장을 유발한다. 마음이 긴장돼 있으면 몸 안의 세포 또한 긴장한다. 세포의 긴장은 우리 몸 속 DNA의 구조에도 좋지 않은 이상 긴장을 유발한다.

◇ ‘착한 사람’이라는 스킴 화병 유발

화를 잘 참는 사람에게 암이 잘 생긴다는 것은 이미 여러 임상연구를 통해 입증돼 있다. 화 그 자체가 병이 되기도 한다. 오죽하면 ‘화병’이라는 말이 있을까. 화를 참는 것은 하루 이틀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어려서부터 화를 참고 억압해 온 일종의 무의식적인 습관이 화병을 만든다. 여기에는 ‘착한사람’, ‘성격 좋은 사람’이라는 스킴이 작용한다. 자신이 의식하거나 혹은 못하는 사이 무의식적으로 화를 참기 때문에 스스로 스트레스 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하지만 내면적으로는 심한 긴장감이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

◇ 미워하는 마음이 암세포 생성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 몸이 지(地), 수(水), 화(火), 풍(風)의 4원소로 이루어졌다’는 4원소설을 주장했다. 이 4대 요소는 사랑의 감정이 충만할 때는 서로 조화를 이루고 긍정적인 쪽으로 결합하지만, 반대로 서로 투쟁할 때에는 분열하고 대립한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누군가를 심하게 원망하거나 미워하는 것은 조화를 이뤄야 마땅한 우리 몸 속 세포들을 분열시키고 대립시키는 것이다. 암세포야말로 오랜 세월에 걸쳐 억압된 분노와 원망이 응어리져서 신체 변화로 나타난 것이다.

◇ ‘성숙한 사람’이라는 스킴 암 악화

암진단을 받으면 사람들은 극단적인 태도를 보인다. 불안해하면서 의사에게 매달려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짐 싸서 시골로 낙향하겠다며 초연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보통 스스로 ‘성숙한 사람’, ‘초월한 사람’이라는 스킴을 갖고 있는 사람이 후자의 길을 선택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낙향해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이 아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살아보겠다’는 본능과 ‘사람이 죽는 것은 초자연적인 일’이라는 스킴이 대치되면서 큰 갈등과 스트레스를 겪는다.

두 경우 모두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지만, 그나마 전자가 낫다. 단 1퍼센트의 가능성 밖에 없더라도 희망을 붙잡는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희망 유전자’라는 말을 우리는 흔히 한다. 그만큼 희망은 우리 유전자를 건강하게 하고, 주변 사람들까지 건강하게 만든다.

“암은 유전이나 생활습관 외에도 평소 어떤 성격인가의 영향도 받는다.
어려서부터 만들어진 내 성격이 암을 유발하는 성격은 아닌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당신은 완벽주의인가 아니면 너무 성숙한 성품인가.“



사진설명: 박진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외국인을 위한 정신클리닉을 운영하면서 사회계층, 국가 수준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심리와 정신 문제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스트레스와 난치병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연인들이여, 싸워보고 결혼하라》, 《사람의 중심에서 나를 찾다》가 있다.



/ 월간헬스조선 10월호(80페이지)에 실린 기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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