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마뜸으로 부작용 줄이고 효과 높여

입력 2014.09.21 07:30

침보다 오래된 한방 시술 대표주자 ‘뜸’

손발이 시리고 배가 찬 여성들은 아랫배에 따뜻한 찜질팩을 하면 온몸이 따뜻해지고 기운이 도는 것을 느낄 것이다. 혹은 나이 들면서 무릎이 시큰거리고 아픈 중년들은 무릎에 보호대를 차고 따뜻하게 하면 증상이 완화됐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특정 부위가 차고 시큰거리면 본능적으로 그 부위를 따뜻하게 하고, 실제로 증상이 줄어드는 경험을 한다. 온열자극은 인체의 기혈순환을 도와 질병을 치료하는데, 천년전부터 한의학에서 사용해 오던 온열자극법은 바로 ‘뜸’ 이다.

한의학 시술 하면 침? 더 오래된 ‘뜸’시술의 역사

뜸은 오래된 쑥을 건조해 혈자리나 환부에 열자극을 줌으로써 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뜸 시술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기원전 700년경부터 약 250년간의 역사를 기록한 《춘추좌씨전》에서 시작됐다. 1970년대 중국 마왕퇴에서 발견한 《족비십일맥구경》이나 《음양십일맥구경》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침구에 관한 서적이다. 특이할 만한 것은 책 이름이 ‘침경’이 아닌 ‘구경’이라는 점이다. 철기문화가 발달되어 금속으로 만든 침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침보다는 뜸 위주의 질병 치료를 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당나라에는 ‘구사(灸師)’라는 직업이 있어서 뜸 법이 국가적으로 정식 의료행위로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송나라 이전 시대까지는 의료기술로 침보다는 뜸 시술이 더 보편적인 의료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뜸시술이 임상에 많이 활용돼 왔으며, 허준의 《동의보감》과 허임의 《침구경험방》에도 각종 질환에 따른 뜸 뜨는 방법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었다.

쑥의 따뜻한 성질이 뜸 재료로 적합

뜸은 기본적으로 혈자리에 온열자극을 가하여 기혈을 소통시키고 질병을 치료한다. 전통적인 뜸 재료로는 주로 쑥을 사용하는데, 이는 《본초강목》에 쑥이 뜸 재료로 가장 좋다고 했고, 실제로 쑥이 기혈을 소통하고 따뜻한 성질이 있어 뜸 재료로 적합하다. 뜸쑥은 5~7월에 채취한 3년 이상 된 쑥 중에서 쑥 색깔이 고운 것을 사용한다. 뜸시술은 연소되는 쑥봉을 직접 체표에 닿게 하느냐의 여부에 따라 ‘직접구’와 ‘간접구’로 나뉜다.

직접구는 쑥봉을 직접 체표에 닿게 하여 국소조직에 화상을 일으켜 조직성분 중 열분해물질 및 항히스타민류의 가열 단백체 등이 혈중에 흡수된 후, 이차적으로 효과적인 생체 반응을 일으킨다. 간접구는 쑥봉이 직접 체표에 닿지 않지만 생리적 활성을 일으키는 적정 치료 온도인43~45°C를 유지하여 체표 혈류랑을 증가시키고, 임파 구성 백혈구와 적혈구를 증가시켜 면역력을 높여 준다.

실제 임상에서 뜸 시술은 퇴행성관절염, 류마티스관절염 등 각종 관절 질환이나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 등 척추 질환 뿐 아니라 암성 피로 및 통증 등에도 널리 쓰인다. 여성인 경우 월경불순, 생리통, 불임 등에도 뜸 시술이 큰 효과를 보인다.

얼마 전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30대 후반 여성 환자에게 뜸을 시행했는데 피로가 줄어듦과 동시에 1년간 끊긴 생리가 다시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 이밖에 뜸 시술은 면역 기능을 높여 주고 자연치유력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미병 환자들에게 질병을 예방하는 목적으로 시술하기도 한다.

뜸 사진
1.자극이 강항 왕뜸 2. 융털처럼 곱게 다듬은 쑥으로 만든 애주구 3. 받침대 색깔에 따라 온도가 다른 애조구 4. 밑부분에 아로마오일을 바른 향기뜸 5. 직접구로 자극이 강한 미립대 6. 침을 놓은 자리에 뜸을 올린 온침 (설명=뜸 사진)

‘쑥 연기와 화상 위험’ 부작용 줄인 아로마뜸

전통적인 뜸인 경우 쑥 등의 재료가 타면서 나는 연기 때문에 노인이나 호흡기가 좋지 않은 환자에게는 시술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또한 정교한 온도조절이 어렵기 때문에 직접구뿐 아니라 간접구에서도 화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다양한 형태의 뜸을 사용하고 있다.

우선 쑥을 탄화시켜 숯 형태로 만들어 연기를 줄인 무연뜸이 개발돼, 호흡기 환자에게 부작용 없이 뜸을 뜰 수 있게 됐다. 또한 열원으로 고주파나 초음파를 이용하면서 정교한 온도 조절이 가능해졌다. 단백질 변성을 일으키는 온도 이하의 열을 유지해 화상 위험성을 줄일 수 있는 뜸치료 기술이 개발 중이다.

최근들어 뜸의 부작용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뜸의 효능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임상에 응용되고 있다. 무연뜸에 아로마 재료를 발라 열을 자극함과 동시에 아로마 효과를 동시에 발휘할 수 있는 ‘아로마뜸’이 그 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머리를 맑게 하는 효능이있는 ‘라벤더뜸’은 중풍 후 불면증이나 신경쇠약에 효과적이고, 근육이완 효과가 있는 ‘로즈마리뜸’은 안면마비나 근육통 등에 효과가 있다.

봉독약침요법과 뜸요법을 병행해 효과를 극대화한 ‘봉독뜸’ 요법도 최근 널리 사용되고 있다. 봉독약침은 항염증 작용이 강해 류마티스관절염 등에 널리 사용하는데, 봉독약침을 해당 경혈에 넣은 후 그 부위에 뜸을 뜨면 약침액의 생리활성도가 증가해 기존 봉독약침의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

그렇다고 누구나 시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뜸 시술 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의 상태나 체질에 맞게 정확한 진단을 내린 후 뜸자리를 선택하는 것이다. 어떤 재료를 사용할지, 어떤 크기의 뜸을 몇 장 뜰지, 불의 강도는 어느 정도로 할지, 치료 기간은 얼마로 잡을지 등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일반인이나 무자격자들에게서시술받는 경우는 뜸 시술의 가장 기초가 되는 진단조차 불가능하다. 귀동냥으로 들은 증상이나 요혈에 뜸을 시술한다고 해도 병의 진행이나 예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면 뜸을 뜨다가 새로운 증상이 생겨도 그 증상이 호전 반응인지 부작용인지 조차 판단을 못 하고병을 키우는 경우마저 생기게 된다.

뜸은 전통적으로 한의학에서 시술하는 치료법으로 단순하지만 효과가 커서 아직까지 한의사의 주요한 치료법 중 하나다. 최근 의료 기술의 개발과 더불어 표준화된 방법으로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큰 뜸치료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적절한 의학적 진단과 더불어 현대화한 뜸치료 기술을 시행한다면과거보다 더 많은 질환에 뜸 시술을 응용할 것이다.


이재동 교수
이재동 교수

경희대 한의대 교수.
침구학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경희대 한방병원 척추관절센터장으로 있다.
대한침구학회회장 등을 지냈다. ‘이재동 교수의 경희한방 이야기’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한의학에 대한 올바른 지식 전파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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