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률 획기적으로 낮춘 '만성심부전 치료제' 나온다

입력 2014.09.17 05:00

[해외 취재] 유럽심장학회
노바티스社 신약 임상연구 발표… 27개월간 8442명 대규모 시험
전체 사망률도 16% 낮춰 주목… 빠르면 내년부터 사용 가능할 듯

초기에는 당뇨병처럼 철저히 관리해야 하고, 말기가 되면 암처럼 무서운 병이 있다. 바로 심부전(心不全)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최동주 교수는 "심부전도 암이나 심뇌혈관 질환처럼 경각심을 갖고 예방·관리해야 하는 병"이라고 말했다. 지난 달 30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의 주요 주제도 심부전이었다. 이번 학회에서는 세계 150여 개국에서 모인 심장병 전문의 2만여 명이 심부전 원인 및 치료 방법 등에 대해 주제 발표를 하고 토론을 벌였다.

지난 달 30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에서 새로운 심부전 치료제의 대규모 임상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 달 30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에서 새로운 심부전 치료제의 대규모 임상 결과가 발표됐다. 기존 약을 썼을 때보다 심혈관 문제로 인한 사망률이 20% 줄었다. /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호흡곤란 겪고, 심하면 사망

국내 심부전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체 환자 수가 2006년 10만5768명에서 2012년 11만4975명으로 늘었고, 입원 환자 수는 같은 기간 1만3090명에서 1만8383명으로 많아졌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김재중 교수는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급성심근경색·협심증 등이 생겨도 사망하지 않고 치료할 수 있게 된 게 심부전 환자가 늘어난 이유"라며 "앞으로도 심부전 환자 수는 계속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있어도 심장 기능이 떨어져 심부전이 오기 쉽다.

심부전 환자의 1년 평균 사망률은 10% 정도다. 심부전의 정도가 심하면 그 위험은 30~50%로 높아진다. 심부전이 있으면 폐에 체액이 쌓이기 때문에 호흡곤란을 가장 흔하게 겪는다. 빈맥, 피로감, 기침, 쌕쌕거림, 부종, 소화불량, 식욕부진 등 신체 어느 곳에서든 증상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심부전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최동주 교수는 "심부전은 놔두면 계속 진행하는 병인데, 환자가 병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으면 급성 심부전으로 입원하거나 사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작성 호흡곤란·혈압저하·쇼크 등이 오는 급성 심부전으로 입원한 환자들의 사망률은 여성의 경우 유방암·위장관암·난소암보다, 남성은 방광암·전립선암·위장관암보다 높다.

◇기존 치료제보다 사망률 낮은 약 개발

심부전은 주로 약으로 치료한다. 혈압 약의 일종인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나 베타차단제, 무기질코르티코이드수용체차단제(MRA) 등을 복용하면 되지만, 효과가 크지 않아 증세가 심해지면 전기 치료나 심장이식이 필요하다. 이번 학회에서는 노바티스에서 개발한 신약(LCZ696)에 대한 임상연구 결과가 발표돼 큰 관심을 끌었다. 미국 텍사스사우스웨스턴대 밀튼 패커 교수팀이 27개월간 8442명을 대상으로 임상 연구를 진행한 결과, 기존 약(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을 썼을 때보다 심혈관 문제로 인한 사망률이 20% 낮아졌고, 심부전 외의 원인을 포함한 총 사망률도 16% 줄었다. 심부전으로 입원하는 경우는 21% 낮았다. 연구를 주도한 패커 교수는 "새로 개발된 약은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와 네프릴리신억제제 효과를 동시에 낸다"며 "심부전으로 인한 사망뿐 아니라 전체 사망률까지 낮췄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약은 미국에서는 빠르면 내년부터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재중 교수는 "심부전 치료에 있어서 이 정도의 대규모 연구로 긍정적인 결과를 얻은 경우는 10여 년 만에 처음"이라며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 약을 심부전의 1차 치료제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심부전 환자와 건강한 사람의 심장 기능 비교 그래픽

☞ 심부전

심장의 구조나 기능에 이상이 생겨 혈액을 받아들이거나 짜내는 것을 제대로 못하는 것을 말한다. 관상동맥질환이나 판막질환 등이 주요 원인이며, 호흡곤란·부종·부정맥·불안감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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