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통·설사에 평생 시달리는 염증성 장질환… 30代 이하에 많이 생기고 최근 급증 추세

궤양성 대장염, 치질로 오해 쉬워
크론병 환자 절반, 발병 1년 뒤 진단… 조기에 적극 치료해야 정상생활 가능

평생 장(腸)에 염증을 달고 사는 염증성 장질환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환자 수는 2009년 4만144명에서 2013년 4만7164명으로 4년 새 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염증성 장질환은 대장에만 염증이 생기는 궤양성 대장염, 소장·대장 군데군데 염증이 생기는 크론병으로 나뉜다〈그래픽〉. 가수 윤종신씨가 크론병을 앓고 소장을 60㎝ 잘라낸 적이 있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양석균 교수(대한장연구학회 회장)는 "염증성 장질환은 주로 15~35세의 젊은 나이에 발병한다"며 "완치는 어렵지만 병을 조기에 발견해 적극 치료하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너무 깨끗해서 생기는 병"

장염은 병원균에 감염되거나 상한 음식을 먹고 일시적으로 나타나며 시간이 지나면 낫는다. 그러나 염증성 장질환은 특별한 원인이 없는데도 염증이 계속 생기고 평생 낫지 않는다. 혈변·복통·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놔두면 점차 장이 좁아지거나 구멍이 뚫리고 고름 주머니가 생긴다. 이때는 결국 장을 잘라내는 수술까지 해야 한다.

이미지
/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그래픽=김충민 기자
이대목동병원 소화기내과 정성애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은 유전적으로 면역 반응이 활발한 사람이 장내 세균 등에 노출된 뒤 과도한 면역반응·염증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염증성 장질환이 위생 상태가 안 좋은 나라보다는 좋은 나라에서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보아 '위생 가설(유해 물질에 노출될 기회가 적어 우리 몸의 면역계가 작은 자극에도 과민하게 반응)'로 설명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천재희 교수는 "한국에서도 과거 기생충 감염이 많았을 때는 염증성 장질환이 별로 없었지만 기생충 감염률이 떨어지면서 병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치질·과민성 장증후군으로 오해 많아

염증성 장질환의 대표 증상은 혈변·복통·설사다. 그러나 다른 질병으로 오인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양석균 교수는 "궤양성 대장염 환자의 90%는 혈변을 보는데, 치질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혈변과 함께 변이 묽거나 변을 자주 보는 등 배변의 이상 증상이 같이 나타나면 궤양성 대장염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크론병은 복통과 설사가 특징인데, 과민성 장증후군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양 교수는 "체중이 줄거나 항문 주변의 농양(고름)이 같이 나타나면 크론병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석균 교수팀의 조사 결과, 크론병 환자의 절반 이상이 발병 12개월 이후 처음 진단을 받았고, 궤양성 대장염은 환자의 절반 이상이 5개월이 지난 후에 처음 진단을 받았다.

◇평생 치료하고 좋은 생활습관 지켜야

염증성 장질환의 진단을 위해서는 문진(問診)과 함께 혈액 검사를 해야 한다. 대장은 내시경 검사로, 소장은 CT·MRI로 확진을 한다. 치료는 항염증제, 면역조절제를 쓴다. 정성애 교수는 "최근에는 자가면역질환에 쓰이는 생물학적 제제를 쓰면서 치료율이 높아졌다"며 "염증을 잘 관리하면 장을 잘라내는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미지
염증성 장질환은 소화기 질환이므로 특히 식이요법을 잘 지켜야 한다. 대한장연구학회는 △부드러운 음식으로 하루 4~6회 식사하고 △연한 살코기·생선·두부·계란 등 단백질 식품을 매끼 섭취하고 △향신료나 조미료는 사용하지 않고 △하루 6~8컵 정도의 수분을 섭취하라고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