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藥)에서 시작해서 스포츠용품에 이르기까지
관련업계자료에 따르면 경동제약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 25.5%를 기록해 53개 회사 중 1위를 차지했다. 업계 평균(7.3%)의 3.5배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은 다른 회사에 비해 훨씬 장사를 잘 했다는 뜻이다.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 약값을 억제하려는 정부 정책으로 인해 제약업계 전체가 위축되는 분위기여서 더욱 돋보이는 실적이다.
뚝심의 리더십
경동제약의 탄탄한 실적과 성장의 중심엔 류덕희(76) 회장의 리더십이 있다. 류 회장은 1975년 경동제약(전신 유일상사) 창립 직후부터 전문의약품 수입대체, 약품 원료 직접 생산에 공을 들였다. “1970년대만 해도 국내 제약 회사는 다국적 회사의 약을 수입해 파는 게 다반사였어요. 약 원료를 구해 우리가 직접 만들면 그만큼 제조 원가가 낮아지니 약을 더 싸게 공급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류 회장은 유럽의 약 원료회사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공급처를 확보했다. 처음에 원료 공급을 거부하던 회사들에 “우리가 약을 만들어 많이 팔 면 당신네 회사 매출도 늘어날 것”이라 며 공략했다.
회사 설립 초기부터 연구 인력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약 원료 개발에 힘을 쏟았다. 부동산 투자만 잘 해도 회사 자산을 늘릴 수 있었지만, 류 회장은 수익의 대부분을 공장과 연구 시설을 짓는데 쏟아 부었다. 그 결과, 품질 관리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에 약 원료를 수출하게 됐다. 경동제약의 순환기계·소화기계 약 원료는 지난해 일본을 비롯한 10여 개국에 수출됐으며, 매출액은 회사 전체 매출액의 15%인 200억원을 기록했다.
또 비슷한 매출 규모의 제약사 중에서는 압도적으로 많은 49건의 특허(국내 29건, 해외 20건)를 보유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다국적 기업과 10여 차례 특허 소송을 벌여 모두 이겼다. 류 회장은 수십억원의 로열티를 제시하며 특허 양도를 요구하는 기업과 맞서는 뚝심을 보였다. 현재 경동제약의 연구개발 인력은 전체 임직원의 12%인 60명이다.
성균관대 화학과 출신인 류 회장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화학과 출신이 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대학 은사님의 말씀이 큰 힘이 됐다”고 회고했다.
창조의 리더십
“제약회사가 스포츠용품을 판매한다고요?” 경동제약이 스노보드와 스케이트보드를 제조·판매한다는 사실은 같은 제약업계 사람들도 잘 모른다. 경동제약은 2011년 국내 스포츠 용품 회사 버즈런을 인수했다. 연간 매출액 60억원의 작은 회사다. 스노보드는 한 번도 탄 적 없는 류 회장이 이런 엉뚱한 결정을 한 것은 그의 경영철학 때문이다.
류 회장의 경영철학은 ‘인류의 건강과 행복의 길잡이가 되자’는 것이다. 그는 “약으로 건강은 돌볼 수 있지만 행복까지 주기는 어렵다. 스포츠는 건강과 행복을 함께 줄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약을 만드는 정신과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수익성 측면에서 빛을 못 보고 있지만, 류 회장은 확신이 있었다. “고급 스포츠용품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스포츠 산업 발전을 위해 좀더 키워볼 생각입니다.”
인화(人和)의 리더십
류 회장은 대외적인 활동의 폭이 넓다. 그는 현재 성균관대 총동문회장을 맡고 있으며, 1996년부터 4년간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 회장을 지냈다. 8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앞두고 구성된 준비위원회에서 기금을 모으는 직책도 맡고 있다. 류 회장은 “교회에 재정적인 도움을 주고 봉사도 하는 게 내게 주어진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2001년 개인 보유 주식으로 설립한 송천장학재단을 통해 현재까지 중·고·대학교 학생 1677명에게 장학금과 학술연구비로 40억원을 지원했다. 현재 장학재단 기금으로 경동제약 주식 66여만 주와 현금 70억원이 조성돼 있으며, 주식을 현재가로 평가하면 총액이 216억원이다. 류 회장은 “기업은 여러사람이 함께 만들어 가는 공동의 예술작품”이라며 1997년 사내 복지기금(현재 92억원)을 조성해 임직원 자녀학자금과 생활안정자금, 체육문화활동비, 경조비를 지원하고 있다.
1980년대 질병으로 세상을 뜬 회사 임원의 아내를 과장급 직원으로 채용해, 임원까지 승진시킨 일화는 유명하다.
“국내 제약회사의 신약 개발 의지 꺾지 말아야”
국내 제약업계는 2010년 이후 정부의 약값 인하 정책, 리베이트 쌍벌제, 저가구매 인센티브제 도입 등으로 인해 계속 위축되고 있다.
2010년부터 2년간 한국제약협회 이사장을 지낸 류 회장은 국내 제약업계의 현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지금 국내 제약업계는 고사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제약회사의 문제를 산업 차원에서 보지 않고 보건복지 정책의 틀에서 다룬다면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제약회사는 없습니다.” 류회장은 1970년대만 해도 동아제약 등 많은 제약회사가 국내 100대 기업에 들었는데, 지금은 한 곳도 없는 상황을 지적했다.
류 회장은 국내 제약사의 개발 신약 가격이 미국과 일본에 비해 너무 낮게 책정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국내 시장은 좁기 때문에 신약을 개발해도 적정 가격으로 수출해야 수익을 낼 수 있는데, 처음부터 정부가 약값을 낮게 책정하면 수출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류 회장은 “국내 제약업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신약 개발 밖에 없다. 개발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정부가 적정한 약값 책정 등을 통해 배려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류덕희 회장은…
1938년 경기도 화성 출생
1961년 성균관대 화학과 졸업
현재 성균관대 총동문회장
1996년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장
2003년 금탑산업훈장 수상
2010년 한국제약협회 이사장
현재 운석장면총리기념사업회 이사장
월간헬스조선 8월호(154페이지)에 실린 기사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