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도 버리지 못하는 '저장장애' 내 주변에도 있다?

사물에 대한 과도한 집착도 정신질환

이미지
사진=조선일보 DB

지난 7월 29일 포천에서 남편과 내연남의 시신을 집안에 보관해 온 엽기적인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피의자의 집에는 두 구의 시신뿐 아니라 사람이 사는 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의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황을 볼 때 피의자가 '저장장애'를 앓고 있다고 추정했다.

저장장애는 어떤 물건이든 사용 여부에 관계없이 계속 저장하고(모으고), 그렇지 않으면 불쾌하고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정신질환이다. '저장강박장애'로도 흔히 알고 있는데, 강박장애와는 증상과 치료방법이 다른 별개의 질환이다. 이는 사물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발생하며, 환자들은 소유에 대한 독특한 믿음을 가지고 쓰레기에도 의미를 부여해 절대 버리지 않는다. 본인의 삶을 망가뜨릴 뿐 아니라, 공중 위생 저해, 화재의 위험과 악취 등으로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이 질환은 의외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노원·오산·광주·창원 등에서는 저장장애 가정을 대상으로 개선 사업을 벌이는 실정이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정신질환인 '저장장애'에 대해 알아본다.

◇11~15세에 나타나기 시작, 동물도 저장
저장장애는 인구 중 2~5%에서 나타날 정도로 흔하며, 젊은층보다 노인에서 3배 정도 많다. 환자들은 집중력·주의력·의사 결정에 관여하는 뇌 기능이 원활하지 않아 정보처리 능력에 결함을 보인다. 수집물을 분류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며, 우유부단, 회피, 꾸물거림, 대인관계의 어려움, 산만함 등의 특징이 있다.

저장 행동은 11~15세에 처음 나타나기 시작한다. 오래된 신문, 잡지책, 옷뿐 아니라 쓰레기도 버리지 못하는데, 이러한 증상은 만성적으로 발전하기 쉽다. 또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면서 점점 심해지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할 때 최대한 빨리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환자들은 집 안에 물건을 쌓이면 차고, 차 안, 마당까지 가득 채우고, 심지어 직장이나 지인의 집에도 잡동사니를 실어 나른다. 물건뿐 아니라 동물을 끊임없이 집에 갖다놓기도 하는데, 돌보진 않으며 죽으면 방치한다.

◇약물치료는 효과 없어… '인지 행동 치료'로 호전
저장장애는 인지 행동 치료가 효과적이다. '버리는 연습'을 통해 물건이 없어도 불안하거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인지 기술 훈련'과 물건을 쌓아 두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는 '반응 억제' 치료로 호전된다. 그런데 이 환자들은 집이 쓰레기로 인해 발디딜 틈이 없고, 온갖 악취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증상을 병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가족이나 지인이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는 이상 치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발병률에 비해 치료되는 환자는 매우 적다. 증상이 더 악화되기 전에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치료를 돕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