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 방지 분야에서 가히 혁명이라 할 수 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줄기세포 치료나 자가혈 치료 같은 세포 치료로 손상된 세포와 조직을 재생시켜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거나, 노화된 세포와 장기를 젊은 상태로 되돌려 놓으려는 ‘재생의학’ 연구가 활기를 띠고 있다. 심지어 노화와 연관 있는 유전자를 찾아내 이를 억제하거나 장수 유전자를 활성시키려는 연구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당장’ 내 심장이나 간을 젊게 되돌리거나, 내 유전자를 조작해 수명을 늘리지는 못한다. ‘지금 당장’ 효과를 볼 수 있으며,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호르몬 치료와 항산화 요법이 대표적이다
1 항산화 요법
항산화 요법은 조직의 산화 손상을 억제하기 위해 인체 내에서 생긴 유해산소를 차단하는 항산화물질을 복용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식사 후 비타민C를 다량 복용함으로써 음식의 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산소를 차단하는 ‘비타민C 메가도스 요법’이다. 그 외에 아스타산친이나 코엔자임Q-10, 레스베라테롤, 폴리페놀, 라이코펜, OPC(Oligomeric Proanthocyanidine Complexes), 셀레늄, 아연 등의 항산화물질을 복용함으로써 유해산소를 차단할 수 있다. 이런 항산화 물질은 시중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어 많은 사람이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자연스레 항산화 요법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몸에 좋다는 항산화 영양제를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복용하다 보니 자신에게 불필요한 항산화제를 복용하거나 특정 항산화제를 중복 섭취하는 등의 일이 많다. 이 경우 기대한 만큼의 항산화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따라서 항산화 요법은 자신의 건강 상태를 면밀하게 분석한 뒤 꼭 필요한 것만 해야 한다. 대부분의 안티에이징 클리닉에서는 환자의 노화 정도나 혈액검사 결과를 토대로 필요한 영양제를 ‘맞춤처방’하고 있다.
태반주사도 노화치료법 중 하나다. 태반에는 비타민·미네랄·아미노산 등이 풍부하고 항산화 성분이 들어있어 갱년기 장애 및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다. (사진=헬스조선DB)
2 호르몬 치료
호르몬 치료는 노화에 따라 감소하는 호르몬을 보충해 주는 것으로, 호르몬 수치를 젊은 사람 수준으로 유지하면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미 진행된 노화를 10~20년 되돌릴 수도 있다.
호르몬 치료에 사용되는 대표적 호르몬은, 첫째가 성장호르몬이다. 성장호르몬은 지방분해 효소를 활성시키고, 지방 합성을 억제하며, 근육을 만드는 단백질 합성을 촉진한다. 실제로 성장호르몬을 투여하면 팔·다리는 가늘고 아랫배만 볼록한, 쭈글쭈글한 외계인 ‘ET’ 모습이 젊은 시절처럼 팽팽하게 변하는 경우가 많다. 성장호르몬은 또 성호르몬의 분비를 자극시키기 때문에 성욕이 증가하고 발기가 잘되며, 발기 지속 시간도 길어진다. 그 밖에 심장근육과 심장혈관이 강화되고, 뇌세포가 재생되어 기억력이 좋아지고, 면역력이 높아진다. 또한 우울감이나 노화로 인한 의욕상실 등의 정신적 증상이 좋아지는 것으로 연구결과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성장호르몬 수치가 정상인데 근육 증강이나 경기력 향상을 목적으로 지나치게 많은 용량을 사용하면 당뇨병이나 근육통, 관절통, 두통, 치통, 부종 등이 생길 수 있다. 성장호르몬을 사용하면 암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으나 아직까지 성장호르몬이 암의 발생을 증가시킨다는 최종적인 보고는 없다. 반대로 성장호르몬이 면역능력을 향상시키므로 오히려 암의 발생률과 재발률을 낮출 가능성이 있고, 실제로 암의 발생률이 줄었다는 보고도 있다.
둘째는 성호르몬이다. 젊어서 균형을 이루던 성호르몬이 남녀 모두 50세를 전후해 균형이 깨지기 시작한다. 특히 여성에서 폐경으로 인한 에스트로겐의 급격한 감소는 안면홍조 등 여성갱년기 증상과 골다공증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므로 에스트로겐 보충 요법이 필요하다. 최근 에스트로겐 보충 요법이 유방암 발생률을 증가시킨다는 보고가 문제가 됐는데, 이는 화학적으로 합성된 에스트로겐 때문일 수 있다. 이런 문제는 인체 내 자연 상태의 호르몬과 동일한 생체 적합 여성호르몬(Bio-identical Estrogen) 사용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남성에서 테스토스테론의 감소는 성욕과 발기 능력 감퇴, 기억력과 집중력 하락, 피로감과 우울증, 불안, 초조 등의 정신적 증상, 근육량 감소, 내장 지방 증가, 체모의 감소, 골밀도 감소 등을 일으킨다. 테스토스테론은 주사제, 먹는 약,바르는 약, 붙이는 패치형 등 다양하므로 상황에 따라 골라 쓸 수 있다. 최근에는 3개월에 한 번 투여하는 주사제가 나와서 더욱 편리하게 치료할 수 있다.
한편 남성에게도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르겐이, 여성에게도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꼭 필요하다. 남성은 나이 들면 에스트로겐 감소보다는 과다가 더 문제다. 아로마타아제라는 효소의 활성이 강해져 테스토스테론이 에스트로겐으로 전화되는 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한 남성에게는 테스토스테론 보충 요법 못지않게 에스트로겐으로의 전환을 차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에스트로겐 전환을 차단하려면 과음을 줄여서 간 기능을 회복시키고 다이어트와 운동으로 비만을 해소해야 한다. 여성도 나이 들면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해 성적 극치감 저하나 성욕 저하 증상이 나타난다. 이런 증상이 심한 여성에겐 남성의 20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테스토스테론을 투여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셋째는 DHEA호르몬이다. DHEA는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이 만들어지는 호르몬이다.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테스토스테론 같은 성호르몬이 모두 DHEA에서 만들어지므로 ‘호르몬의 어머니(Mother Hormone)’라고 한다. DHEA 역시 성기능 향상, 체지방 감소, 면역력 향상, 뇌기능 향상, 스트레스 억제, 심혈관계 질환 감소 등의 효과가 있다.
넷째는 생체 리듬과 수면 주기를 조절하는 멜라토닌이다. 멜라토닌은 우리가 언제 자고 언제 일어나는지를 알려주바르는 는 일종의 생체시계이다. 멜라토닌도 다른 호르몬처럼 나이 들면 감소하는데, 노인이 되면 잠이 없어지는 것도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들어서다. 멜라토닌은 깊은 잠을 자게 하는데, 숙면을 취해야 호르몬이 잘 분비되고 활성산소의 공격으로 손상된 신체 부위를 복구할 수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노화 방지에 도움이 된다. 멜라토닌은 또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고 면역기능 향상에 도움을 준다.
혈관 나이도 노화의 정도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혈관 나이는 발에서 충격을 줘 팔까지 전달되는 시간을 기록해 혈류의 속도를 측정한 후 수치화 한다. 혈관에 노화가 일어나 딱딱할수록 혈류의 흐름이 느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사진=헬스조선DB)
한편 노화를 촉진시키는 나쁜 호르몬도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코티졸이다. 콩팥 옆 부신에서 만들어지는 코티졸은 급성 스트레스에 반응해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우리 몸이 위험에 대처하거나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는 힘과 에너지를 생성한다. 맥박과 혈압이 증가하고 호흡이 빨라지면서 싸우거나 즉각 도망칠 수 있도록 근육이 긴장하고, 상황 판단과 신속한 행동을 위해 정신이 더욱 또렷해지고, 감각기관은 한층 예민해진다. 이런 반응이 일시적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만성적으로 나타난다면 피로, 두통, 불면증, 소화불량, 근육 긴장 및 통증 등 여러 가지 신체적 이상이 생긴다. 뇌에서는 코티졸이 기억력을 관장하는 해마라는 부위를 공격해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고 불안, 신경과민, 우울증, 분노, 좌절감, 근심, 걱정, 참을성이 없어지는 등 감정적 증상이 나타나고 리비도(성적 충동)가 떨어진다. 따라서 코티졸 수치를 낮게 유지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적절히 해소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잠을 충분히 자는 등 생활습관 교정요법이 필요하다. 생활습관 교정으로 충분치 않을 때에는 DHEA를 보충하여 코티졸과 DHEA의 균형을 맞춰 주는 호르몬 균형 요법이 필요하다.
그 외에 인슐린도 노화를 촉진하는 호르몬이다. 인슐린은 혈당을 조절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지만, 코티졸처럼 과도하게 분비되면 체지방이 늘어나고 동맥경화증이 촉진되고 심장병 위험성이 높아진다. 인슐린은 또 노화 방지 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노화를 촉진시킨다.
안티에이징 클리닉에서 실시하는 호르몬 균형 요법은 노화를 촉진 또는 억제하는 호르몬의 균형을 적절히 유지시키는 치료다. 특정 호르몬만 보충해 줄 경우 호르몬 간 균형이 깨져 부작용이 나타나기 쉬우므로 여러 가지 호르몬을 필요한 만큼 보충해 주거나 감소시키는 호르몬 균형 요법을 대부분의 안티에이징 클리닉에서 주요 치료 프로그램으로 채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