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꾸 배고픈가 했더니… 오랜 갈증에 지친 '뇌의 착각'

입력 2014.05.21 09:03

[만성 탈수증]
신진대사 기능 떨어뜨리고 두통 유발
커피·차 자주 마시는 여성에게 흔해
하루에 물 1.6~2L 마시면 증상 해소

직장인 김모(26·경기도 부천시)씨는 늘 몸이 무겁고 피곤하다. 변비도 생겼고, 피부도 이전보다 푸석푸석해졌다. 시도 때도 없이 배가 고파 하루에 4~5차례나 간식을 한 탓에 한 달 사이 체중도 3㎏이나 늘었다. 최근 3개월 동안 물 섭취를 확 줄이면서 나타난 몸의 변화다.

김씨는 만성 탈수증 환자의 대표적인 사례다. 만성 탈수증은 수분이 1~2% 부족한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정상보다 체내 수분이 적은 상태인데, 질병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방치하면 비만 위험이 커지고 전반적인 신체 기능이 떨어진다. 닥터유와함께의원 유태우 원장은 "1일 권장 물 섭취량인 1.6~2L보다 물을 적게 마시거나, 커피·차를 자주 마시는 사람에게 잘 생긴다"며 "우리나라 10~40대 여성의 절반 정도가 겪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물 마시는 여성 사진
몸속 수분이 1~2% 부족한 상태인 만성 탈수증은 신진대사 기능을 떨어뜨리고 비만 위험을 높인다. 1일 권장 물 섭취량(1.6~2L)을 지키면 만성 탈수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목마름을 배고픔으로 잘못 느껴 비만 위험

만성 탈수증이 수개월 지속되면 목마름을 배고픔으로 착각, 물이 부족할 때마다 음식을 먹게 된다. 운동을 한 직후에는 몸속 수분이 갑자기 부족해져 심한 갈증을 느낀다. 하지만 정상 범위에서 수분이 약간 부족한 상태에 몸이 적응해 있기 때문에, 막상 '목이 마르다'는 신호는 안 보낸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최창진 교수는 "뇌는 물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게 아니라, 그저 무언가 부족하니 음식을 먹으라고 착각해 배고픔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두통·피로·면역력 저하도 유발

만성 탈수증이 있으면 피로·무기력 증상이 나타난다. 면역력도 떨어진다. 최창진 교수는 "물이 부족하면 세포에 영양소가 잘 전달되지 않고 혈액 순환도 원활해지지 않기 때문에 신진대사에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정세영 교수는 "뇌의 80%를 차지하는 물이 부족하면 뇌 조직이 쪼그라들면서 뇌의 통증을 감지하는 기관이 자극돼 두통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만성 두통 환자에게 하루에 수분을 1.5~2L 섭취하게 했더니 두통의 강도와 횟수가 줄었다는 네덜란드의 연구 결과가 있다.

만성 탈수증의 명확한 진단 기준은 아직 없다. 하지만 하루에 소변을 1~2회 정도만 보면서 늘 피로하고 식욕이 왕성해졌다면 의심해볼 수 있다. 유태우 원장은 "커피·차가 아닌 순수한 물을 하루 1.6~2L 정도 마시면 곧 증상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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