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맞춤형 절삭유도장치)' 만들어 인공관절 오차없이 수술

7년 동안 무릎 퇴행성 관절염을 앓은 김모(67·대구 수성구)씨는 지난해 가을 정밀검사에서 무릎 안쪽 연골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인공관절을 이식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김씨는 수술을 망설였다. 인공관절이 정확히 맞지 않아 재수술을 받은 사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는 "무릎의 크기와 모양을 입체영상으로 확인한 뒤, 환자의 무릎에 인공관절을 정확히 이식하는 방법이 있다"고 수술을 권했다. 김씨는 이 수술을 받은 뒤 매일 아침저녁으로 앉았다 일어나기, 자전거 타기 등 꾸준하게 재활운동을 하고 있다.

◇무릎 연골, 한 번 손상되면 회복 어려워

퇴행성 관절염은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하고, 관절을 원활하게 움직이게 해주는 연골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심해지면 연골이 모두 닳아 뼈와 뼈가 맞닿게 된다. 퇴행성 관절염은 무릎 연골이 마모돼 생기기 때문에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꼽힌다. 하지만 노인이 아니어도 무리한 운동이나 농삿일 등 무릎에 무리가 와도 생길 수 있다. 연골은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나 재생이 어렵다.

손상이 비교적 심하지 않은 초·중기라면, 연골에 미세한 구멍을 뚫거나 줄기세포를 이식해 연골조직을 자라게 하는 재생치료로 연골을 회복시킬 수 있다. 하지만 연골이 심하게 손상되거나 닳아 없어진 말기라면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한다.

인공관절은 세라믹이나 인체에 무해한 금속으로 만든다. 환자의 몸 상태, 활동량, 수술 정확성 등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인공관절 수술을 받으면 15~20년 정도 쓴 후 재수술을 받아야 한다. 인공관절의 수명을 고려해 지금까지는 노인환자에게 주로 권했다.

◇3D로 촬영해 맞춤형 수술도구 제작

김씨가 받은 수술법은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 중 하나다. 우선 MRI(자기공명영상)나 CT(컴퓨터단층촬영)로 무릎 관절을 촬영해 3D 입체영상으로 만든다. 이를 바탕으로 손상된 관절을 정확히 잘라내고, 인공관절을 정확히 이식하기 위해 '가이드(guide)'라 불리는 절삭유도장치를 만든다〈그림〉. 3D입체 영상을 바탕으로 가이드를 만들기 때문에 손상 관절을 잘라내는 것도, 인공관절을 넣는 것도 오차 없이 정확하게 이뤄진다. 이 수술법은 미국에는 2009년, 국내에는 2010년 1월 도입됐다. 전 세계적으로 4만여건의 수술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은 "3D 프린터로 환자의 무릎 모형을 함께 만들어 모의 수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수술의 정확도를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인공관절 수명, 기존보다 5년 이상 길어"

보통 인공관절 수술은 잘라낸 손상 관절 부위에 인공관절을 대 보면서 위치를 잡기 때문에 의사의 경험에 따라 수술 결과에 차이가 많다. 삽입 위치를 잡기 위해 관절 부위를 계속 잘라내면 주변 근육이나 힘줄이 손상될 수도 있고, 위치가 정확하지 않으면 통증이 계속 남는다. 인공관절의 수명이 짧아져 재수술의 위험 역시 높아진다. 반면 '가이드'를 이용하면 잘라낼 손상 조직의 크기와 자르는 각도를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오차가 거의 없다. 수술 시간과 출혈량도 준다. 고 원장은 "인공관절의 수명도 길어져 기존 수술법보다 5~10년은 더 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