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감물염색산업화사업단 '시설렘'
물과 공기 좋기로 소문난 경상북도 청도군. 곳곳에서 고운 감물천이 바람을 맞으며 펄럭인다. 곱게 물든 감물천에는 청도의 맑은 햇빛과 바람, 주민들의 따스한 마음이 담겼다.
감물 염색 공방에 가다
감으로 염색을 한다? 익숙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런데 감물 염색 천이 아토피 등 피부병 환자와 태열이 있는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고장 특산물인 청도 반시를 사용해 고운 염색 천을 만드는 청도군 내 감물 염색 공방을 찾았다.
청도는 소싸움만 유명해? 감물 염색도 있다
청도 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것이 있다. 박빙의 승부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소싸움이다. 하지만 청도의 매력은 소싸움만이 아니다. 가을이면 마을 곳곳을 주홍빛으로 물들이는 반시도 있다. 반시는 납작하고 둥근 감 품종을 뜻하는 말로, 홍시나 연시와는 다른 개념이다. 전국 풋감 생산량의 20%를 차지하며 감말랭이, 감와인, 아이스 홍시, 감식초 등 다양한 상품으로 상품화 되고 있다. 반시는 씨가 없고 과즙이 풍부해 천을 염색하기 좋다. 이 때문에 청도 주민들은 매해 어김없이 고운 감물을 들인다. 주홍빛 곱디고운 염색천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은 청도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감물 염색은 덜 익은 풋감을 사용한다. 감의 주성분인 탄닌으로 염색한 옷감은 통기성이 우수하고 열전도율이 낮아 한여름에 입으면 좋다. 곰팡이가 안 생기고, 좀벌레가 좀먹지 않으며, 아토피 등 피부병에도 효과적이다. 감 외에 홍화, 쪽, 소목, 치자, 황련 등 천연 재료로 만들어 민감한 피부인 사람이 착용하기 좋다.
감물 염색은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통 염색법으로 일명 '시염'이라고 한다. 떨어진 감을 버리지 않고 사용한 조상의 지혜가 담겨 있다. 조선 중기 출토 면직물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350년 동안 시신과 함께 관 속에 들어 있던 면직물이 풋감으로 염색한 것이라 한다. 감물 염색법이 350년 전부터 한반도 남부 지역에 널리 보급되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감물 염색, 청도민의 정성을 담다
감물 염색 과정을 구경하기 위해 '웰빙황토' 공방으로 향했다. 공방의 박옥자 씨는 창고 한편에 있는 감물을 보여주며 "떫은 감을 갈아 만든 감즙에 물과 소금을 넣어 숙성시킨 것"이라고 했다. 숙성을 마친 감즙은 흔히 생각하는 주홍색이 아닌 탁한 막걸리 색에 가까웠다. 그는 커다란 대야에 감물을 붓고, 녹말기를 뺀 천을 담가 염색을 시작했다.
"녹말기 있는 면직물과 마직물은 물 빼기를 통해 정련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찬물에 하루 정도 담근 뒤 잿물이나 세제를 넣어 삶는 거죠. 삶는 과정에서 섬유가 공기와 닿으면 천이 산화할 수 있으니 물에 푹 잠기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면·마 같은 식물성 섬유는 단백질을 입혀 깊은 색을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콩과 물을 함께 갈아 베보자기로 거른 뒤 적당량의 물과 함께 섞는다. 여기에 천을 담가 1시간 정도 주물러 물들인 후 건조하면 된다.
"감과 소목, 치자, 쑥, 생쑥, 오배자 등의 염색 재료를 하루 정도 담가 두거나 발효시켜 물과 함께 끓입니다. 이렇게 염색액을 추출한 다음 준비한 천을 담가 주무르면 고루 염색이 돼요. 그다음 물기를 꼭 짜서 줄에 널고 4~5일 햇빛에 충분히 건조합니다. 이 과정을 세 번 이상 반복하면서 색을 조절하는 거예요."
'감물드리' 공방 이순애 씨의 설명이다. 그다음 거쳐야 하는 것은 매염 과정이다. 염색 재료에 맞는 매염재를 염색액에 첨가한 후 천을 담가 주무른다. 이 과정이 끝나면 염색액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맑은 물에 여러 번 헹군다.
"건조할 때 천이 겹치면 안 됩니다. 자국이 남거든요. 무늬를 만들려고 일부러 구김을 넣는 경우를 제외하고 겹치면 안 됩니다."
생활용품은 물론 침구류와 옷가지 등 감물 염색 천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많다. 청도군에 위치한 감물 염색 전시장에서는 다양한 브랜드의 감물 염색 제품을 만날 수 있다. 감물 염색 천으로 만든 제품은 직사광선을 피하고, 부분 세탁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일반 세제를 사용하면 탈색될 수 있으니 중성세제나 섬유린스를 사용해 세탁하자. 드라이클리닝도 탈색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천연 염색의 특성상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조금씩 옅어질 수 있으나 나름의 멋이 있다.
"아토피에 좋은 청도 감물 옷 입으세요"
청도감물염색산업화사업단의 김학수 사무국장은 청도 감물 염색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청도군에서 진행하는 감물 염색 사업과 감물 염색의 다양한 이점을 들어보았다.
Q 청도 전통 문화 제품 공동 브랜드 '시설렘'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시설렘은 '시'와 '설렘'의 합성어다. 시는 '감'을 뜻하지만, '때'를 의미하기도 하며, '비로소'와 '글'을 뜻하기도 한다. 한 가지 의미로 국한시키기보다는 고객의 상상에 맡기자는 의도를 담았다. 설렘은 청도의 맑고 깨끗한 물, 공기, 햇빛과 청도 주민의 정성을 합쳐 사람 마음을 설레게 하는 훌륭한 빛깔의 천연 염색 작품을 완성하겠다는 의미다. 누구나 마음속에 두근대고 설레는 첫사랑을 간직하고 있듯, 많은 사람이 청도의 아름다운 천연 염색 제품을 간직할 수 있었으면 한다.
Q 청도감물염색산업화사업단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청도감물염색산업화사업단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향토산업 육성사업으로 선정됐다. 청도군의 감물 염색 산업을 활성화해 감을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만들고, 고용을 창출해 지역경제 발전을 실현하고자 설립된 사업단이다.
Q 청도 감물 염색이 좋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청도감은 수분 함량이 많고 씨가 없어 천을 염색하기 좋다. 이 때문에 많은 농가들이 감물 염색에 종사하고 있다. 탄닌 성분으로 염색한 옷감은 통기성이 우수하다. 염색 전보다 2~3배 바람이 잘 통한다. 탄닌 염료 중에서도 감물 염색 천은 가장 견고하고 물빠짐이 적다. 열전도율이 낮고 자외선 차단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코팅 효과가 좋아 비를 맞거나 땀에 젖어도 옷이 몸에 달라붙지 않고, 방충 효과와 항균성이 뛰어나다. 경북대학교와 청도군 농업기술센터가 공동 실험한 결과, 감물 염색이 집먼지진드기의 활동을 줄이고, 아토피 등 피부병 증상에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감물을 먹이면 천이 빳빳해지므로 세탁 후 다림질해야 하는 잔손질을 줄일 수 있다. 옷감 자체의 내구력이 2배 정도 강해진다.
Q 청도감물염색산업화사업단에는 어떤 공방이 참여하고 있나요.
청도군 내 30여 개 공방 중 감빛고을, 웰빙황토, 감물드리, 고은빛, (주)아화, 주홍, 작은향기의 7개 공방이 참여하고 있다. 감빛고을은 실에 감물 염색을 들이는 사염이 특기다. 감빛고을 이홍렬 대표는 2년여의 노력 끝에 2008년 문양이 있는 날염으로 특허를 취득했다. 청도군에서는 천연 염색의 단점을 극복하고, 더욱 다양한 색상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Q 청도에 가면 감물 염색 체험을 할 수 있나요.
물론이다. 현재 폐교된 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감물 염색 체험장을 만들고 있다. 1년 내내 감물 염색 체험뿐 아니라 감·딸기 등 지역 특산품을 만날 수 있다. 청도를 방문하면 와인터널, 소싸움 경기장과 연계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지난해 9~12월까지 4개월 동안 감물 염색에 대한 이론과 실습을 병행할 수 있는 아카데미도 진행했다. 청도 감물 염색 정보는 청도감물염색산업화사업단에 문의하면 알 수 있다.
문의 054-373-8270, www.gamcolor.or.kr 주소 경북 청도군 청도읍 화양읍 유등리 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