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걸리면 낫지 않는 콩팥병, 말기 진행 막으려면?

'인체의 파수꾼'이라는 콩팥은 침묵의 장기다. 탈이 나거나 병이 생겨도 초기에는 대개 아무 증상이 없다. 따라서 자각 증상이 느껴져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콩팥병이 꽤 많이 진행됐거나, 만성화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콩팥병에 대해 막연한 공포감을 갖고 있다. 한번 걸리면 잘 낫지 않아 평생 지니고 살아야 하며, 언젠가 투석을 해야 하는 힘든 상황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콩팥병은 완치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콩팥병을 고칠 수 있다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무엇이 진실일까?

◇콩팥병 치료 정확도 높아져

과거에는  당뇨병 환자 10명 중 3~4명은 신부전으로 진행했다. 당뇨병이 있어도 콩팥병을 조기에 진단할 마땅한 방법이 없었고, 이렇다 할 예방법도 없었다. 하지만 현재는 당뇨병 환자 10명 중 1명만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한다. 앞으로는 이 비율이 더 줄어들 전망이다.

과거 콩팥병의 진단과 치료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콩팥병은 치료가 잘 되지 않아 평생 관리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인식이 형성됐다. 이는 지금까지도 영향을 주고 있다. 또한 콩팥병의 주요 원인인 당뇨병과 고혈압의 관리를 잘 해야 한다는 인식도 없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만성콩팥병 자료'에 따르면 1990년대까지 말기 신부전 환자는 10년에 두 배씩 증가했다. 하지만 콩팥병의 발병 기전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졌고, 그에 따라 적절한 치료가 이뤄짐에 따라 새로 말기 신부전 환자가 되는 사람들의 증가폭이 완만해지고 있다. 좋은 고혈압 약이 많이 개발돼 최근에는 콩팥병이 악화되는 비율이 과거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또한 단백뇨과 신기능(크레아티닌) 검사를 통한 콩팥병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됨으로써 진단과 치료의 정확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미지
콩팥병의 어제와 오늘/서울K내과 제공

◇콩팥도 늙는다

질병의 완치 기준이 무엇일까? 병이 있어도 자연 수명을 다할 때까지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완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예컨대 허리 디스크로 치료를 받고 난 뒤 자연사할 때까지 아프거나 생활에 불편하지 않으면 디스크가 완치됐다고 할 수 있다.
이 완치의 의미는 허리 디스크가 발병하기 이전의 상태로 완벽하게 되돌아가는 것과는 다르다. 이런 개념을 적용하면 콩팥병의 완치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콩팥병의 한 종류인 사구체(IgA) 신염은 1/3이 완치된다.

콩팥의 완치를 이해하려면 콩팥의 노화를 알아야 한다. 콩팥에는 가장 기본 작용을 하는 작은 기관이 여러 개 들어 있는데 이를 '콩팥단위'라고 한다. 어릴 때 콩팥 양쪽에 콩팥단위가 약 200만개 들어 있다. 나이를 먹으면서 점차 줄어 60대가 되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다. 물론 콩팥단위가 절반으로 감소한다고 해서 콩팥의 기능 자체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이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여러 이론들이 있으나, 일반적으로 콩팥의 노화로 설명한다. 당뇨병, 고혈압 등의 질환이 없으면 콩팥이 노화돼도 콩팥병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있으면 콩팥의 노화에 더해 모세혈관이 급속도로 망가져 콩팥의 기능이 뚝뚝 떨어진다. 결국 만성 콩팥병을 거쳐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된다.
 
◇콩팥병 완치되나 안 되나?

이미지
콩팥병 환자의 연령별 콩팥 기능 감소/서울K내과 제공

과거 콩팥병 환자는 35~45세의 콩팥 기능을 100으로 할 때, 매년 평균 3%씩 기능이 감소했다. 콩팥병이 없는 사람은 매년 0.3~0.5%씩 콩팥 기능이 감소한다. 콩팥병 환자가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함께 있으면 이보다 더 큰 폭으로 기능이 감소한다. 콩팥 건강의 핵심은 이 그래프의 기울기를 어떻게 하면 더 완만하게 만들 것이냐에 달려 있다.

의학의 발전으로 최근에는 연간 감소폭이 1.5%에 접근하고 있다. 콩팥 기능이 15%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말기 신부전이라 하고, 이때부터 투석이나 콩팥 이식이 필요하다. 매년 콩팥 기능 감소율이 3%이면 대개 60대쯤 이 지점에 도달한다.<그래프①>

하지만 감소폭이 1.5%로 줄면 그래프의 기울기가 훨씬 더 완만해져 80대 후반이나 돼야 15% 선과 만난다. <그래프②> 즉, 그래프①에 해당하는 사람은 60대부터 자연 수명을 다하는 80대까지 투석이나 콩팥 이식을 받아야 하는 반면, 그래프②인 사람은 80대에 자연 수명을 다할 때까지 투석이나 콩팥 이식을 할 필요가 거의 없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프②가 되면 콩팥병은 '치료'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부 환자는 '완치'된다. 현재 세계신장학회 이사장은 '완치(remission) 클리닉'이란 이름의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래프①을 그래프②로 만들려면 당뇨병과 고혈압의 적극 치료, 콩팥의 정기 검사, 비만 치료, 금연과 절주, 적절한 운동 등이 따라야 한다. 정기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도 무척 중요하다. 여기에 나트륨 줄이기까지 적극 실천하면 그래프③처럼 만들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자연 수명을 다할 때까지 콩팥병은 거의 문제가 안된다.

김성권 서울K내과 원장은 "미국 뉴욕의 맨해튼은 운동, 비만예방 등을 적극 실천하면서 콩팥병으로 인해 투석 인구가 감소하는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나트륨 섭취를 줄이고 운동을 정기적으로 하며, 비만을 예방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서 또한 당뇨병과 고혈압이 있으면 이를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자연 수명을 다할 때까지 콩팥병을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다"며 "개인과 사회가 콩팥병 예방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