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전용극장이라니 '재미없는 영화나 보면서 시간 때우는 곳 정도 아닐까'하는 편견이 들다가도, 슬그머니 어떤 곳일까 궁금해진다. 이런 시니어의 마음을 대변해 <헬스조선시니어> 독자가 허리우드클래식 실버전용극장에 다녀왔다. 시니어를 위해 어떤 배려를 하는지, 재미는 있는지, 시설 등은 편안한지 꼼꼼하게 체크했다.
독자 신수길 씨의 말 말 말
“영화 이상의 재미와 볼거리가 많아”
“자막 글씨 크고, 좌석 간 공간 넓어”
“오래된 영화 말고 최신 영화도 볼 수 있었으면”
대표적인 실버전용극장은 낙원동 악기상가에 위 치한 실버 영화관 '허리우드클래식'이다. 한때 허 리우드극장으로 유명했던 곳인데, 현재 평일에도 관람객이 하루에 800명, 주말에는 1300명까지 찾는다.
추억에 잠기게 하는 옛 영화들
허리우드클래식에서 볼 수 있는 영화는 멀티플렉스에서 상영하는 최신 영화가 아니다. 시니어 들이 젊은 시절에 봤거나, 오랫동안 회자되는 고 전 명화다. 허리우드클래식은 쉬는 날 없이 365 일 운영되고, 매일 3~4회 상영한다. 영화 한편당 3~4일씩, 일주일에 두 편 정도를 상영한다.
이날 상영된 영화는 '잊지 못할 사랑'(1957년 작 (作))이다. 신수길(68) 씨는 "고전 영화로 추억을 되돌아볼 수 있어 좋다. 다음에는 친구들과 함께 와서 영화 보면서 옛 생각에 잠기고 싶다"고 말했 다. 하지만 "시니어라고 옛날 영화만 보고 싶은 것은 아니다"며, "요즘 젊은이들에게 회자되는 최신 영화를 볼 수 있는 특별 상영관을 마련하면 더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 이상의 특별한 시간
"총 세 분이시네요, 6000원입니다." 매표소 직원이 2만원을 지불한 신씨에게 돈을 다시 넣으라고 말한다. 신씨는 "55세 이상은 한명이고, 두 사람은 젊은이니까 7000원씩 내야 하지 않냐"고 말하자, 직원은 "55세 이상 시니어와 동행하면 모두 2000원씩만 내면 된다"고 말했다. 덕분에 허리우드클래식에는 자녀는 물론 손자, 손녀까지 데려와 영화를 보여주는 '통큰' 시니어가 많다.
영화는 3시 10분에 시작되는데, 2시 30분부터 라운지는 시니어로 꽉 들어찼다. 영화시작 전에 있는 공연을 보기 위해서다. 매주 월요일 3회 차에는 옛날 교복 차림의 밴드가 지나간 노래를 부른다. 악보를 함께 볼 수 있어서 잘 모르던 노래를 배우는 기회가 된다. 민요나 마술 같은 공연도 펼쳐지기 때문에 취향에 맞게 공연을 골라 보러 오는 시니어도 있다.
상영 중에도 직원 도움 요청 가능
허리우드클래식의 좌석은 300여개인데, 평일에도 만석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반 멀티플렉스 영화관처럼 만석이라 관람을 못 하는 경우는 드물다. 늦게 오는 시니어는 보조의자에 앉아 영화를 볼 수 있다. 허리우드클래식 상영관에는 영화가 상영돼도, 한명의 직원이 상주한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은 물론, 영화가 시작된 이후에도 직원에게 좌석을 안내받을 수 있다. 신씨는 "상영관 안이 어두워서 좌석 찾기도 쉽지 않고 자칫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데, 직원이 친절하게 좌석을 안내해 주니 편하다"며 "좌석 앞뒤 간격이 넓은 편이라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고, 자막 일반 영화관보다 커서 좋다"고 말했다.
“남성 시니어가 모이기 좋은 공간”
허리우드클래식에서 2회차 상영이 마치면 점심시간이다. 이때도 엘리베이터 앞에서 직원 2명이 기다렸다가 인근 식당가로 안내한다. 순대국밥 전문점인 허리우드 식당에 영화표를 제시하면 각종 식사 메뉴를 500원 할인해 준다. 영화를 본 사람은 3대남문 떡집, 이레이발소에서도 500원 할인 혜택이 있다.
최근 시니어에게 인기 많은 곳은 올해 5월에 오픈한 '추억더하기'다. 허리우드클래식 김은주 대표가 운영하는 곳으로, 시니어만 고용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양철통에 담긴 추억의 도시락과 잔치국수가 각각 3000원이다.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시니어 입맛에 잘 맞는다. 커피는 2000원에 마실 수 있어 수다를 떨기 위해 찾는 남성 시니어도 많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신청곡을 LP판으로 틀어주는 DJ가 있기 때문이다. 신씨는 조용필의 '겨울의 찻집'을 신청해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옛날 교복을 입고 도시락 가져다주는 모습이 재미있다"며 "노인정에 가면 여성 시니어밖에 없어서 방황한 적이 많았는데, 이렇게 남성 시니어를 위한 공간이 있어 좋다"고 말했다.
특히, 이곳에는 유한킴벌리에서 운영한 시니어 매장인 골드 프렌즈가 있다. 요실금 팬티, 체취 제거제를 비롯한 수십 종의 시니어 용품이 있으며, 운동화나 모자 같은 패션 아이템이 시니어의 눈길을 끈다. 이곳의 점원도 60세 이상으로, 시니어의 눈높이에 맞는 설명을 해준다. 신씨는 "60세 이상 친구들이 설명해 주기 때문에 친근하고 편하다"며 "옛날 일을 추억하면서 친구나 가족과 편하게 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